인터넷을 둘러보거나 하면 가끔씩 '골드 랙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생각이 나 적어봅니다.
트럼펫의 마감 종류는 기본적으로 4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로우-브라스 (Raw brass) / 랙커 / 실버 / 골드
로 브라스는 직역하자면 '있는 그대로의 황동' 입니다. '노브라스'라고도 말씀하시던데 아마 마감재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노') 약간 왜곡된 표현 아닐까 싶습니다.
원초적 황동...!
무언가를 입히기 전에 하는, 즉 로브라스 상태로 작업하는 것들로는 폴리싱 (표면을 부드럽게 밀어서 광 내기)과 [브러싱 / 스크래칭]이 있습니다. 이 브러시 / 스크래치 작업은 이름만 다를 뿐이구요, 긁힌 자국이 표면에 보이죠. 이 외에 보통 새틴 / 매트로 부르는 마감은 '비드블래스트 (bead blast)' (혹은 샷블래스트) 라고 해서, 미세한 유리구슬들을 분사해서 마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광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 두가지 종류인데, 악기 표면에 빗질한 것같은 결이 보이면 브러시드, 고운 사포같은 느낌이면 비드블래스트 입니다. 제조사에서 이야기하는 무광 / 새틴 / 매트 마감은 사실 후자라고 봅니다.
비드블래스트 작업 예시 - 4:11부터.
참고로 로브라스는 처음부터 변색이 되어있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폴리싱 등의 마지막 처리만 한 상태 그대로이기 때문에, 여기에 얇게 랙커만 입힌 일반적인 랙커 마감과 처음에는 거의 차이를 구별하기 힘듭니다. 위 왼쪽 사진의 벨들은 둘 다 로 브라스이지만, 바디에 연결된 벨은 새로 온 것이고, 구석에 보이는 분리된 벨은 1년 정도 쓴 것입니다. 저 벨도 처음 올때는 아래 벨처럼 매끈했습니다. 오른쪽의 경우도 막 오자마자 찍은 플루겔혼 사진인데, 브러시 처리한 로브라스 마감입니다. 저 사진보다도 예쁜 - 로즈 와인 빛깔에 가까운 고혹적인 색이었는데 이제는 뭐...^^
한가지 언급할만한 점은, 테일러 씨였나 해럴슨 씨였나... 말씀으로는 자신이 브러시 마감을 선호하는 이유로, 폴리싱으로 광을 내게 되면 밀려나가는 동의 양이 너무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동의 두께가 얇아지는게 싫다고... 그리고 반 라아 (Van Laar) 측에서 들은 얘기로는 브러시 처리를 하고 랙커를 입히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얼룩이나 부분 변색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제조사마다 세세한 처리 방식이 다른 듯 하니 차이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다른 곳에서 또 하는 이야기로는 사틴 마감 역시도 장기적으로 말끔히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것 같네요.
앤틱 (Antique) 마감이란?
같은 외래어라도 한국에서는 '빈티지 마감'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은... 앤틱 마감입니다.
앤틱 마감의 경우는 정해진 규칙이 없어서 제조사마다 작법이 다 다른 관계로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힘듭니다만, 이름에서 보이듯이 새 제품이면서도 빈티지스러운 느낌을 추구한 마감이지요. 위에 언급한 무광이나 브러시 처리가 곁들여지기도 하고, 일부러 좀 더 때 탄(?) 느낌으로 하기도 하는데... 색소를 넣거나 혹은 인위적인 산화과정을 넣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열처리를 가한다거나?
알록달록~ 색상 마감
색소 이야기를 해보면, 투명 랙커가 아닌 색소나 혼합물이 들어가 있는 랙커를 사용하는 마감도 있습니다. 빈티지한 느낌을 풍기는 적갈색~황금색 계열의 것들부터:
이클립스의 다른 예들을 보면 무광 느낌도 낼 수 있구요, 골드도 마찬가지로 '골드(색) 랙커'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캔스툴 사(社)에서 내놓는 푸른 빛의 1603+ 이라던가... 톰 그린 씨의 'Green's Buffing and Instrument Repairs' 등에서는 아예 이 마감 쪽이 주력 사업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갤러리가 좀 얌전해졌는데 예전엔 별의별 색상이 다 있었지요. 10~20만원 전후의 학생용 트럼펫들이 알록달록하게 다양한 색깔로 나와서 더 그런지, 트럼펫 계열은 몇 가지의 정해진 색상이 아니면 오히려 뭔가 어색하거나, 혹은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의외로 단순한(?) 옵션 중 하나일 뿐입니다. 여성 프로주자분 중에서도 초록색이었나 빨간색 나팔 부는 분이 계셨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미술 마감!
인더비넨 웹사이트에 가보면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마감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걸 뭐라고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 과자같기도 하고, 튀김옷 같기도 하고? 실제로 누가 부는걸 본적은 없는데... 해외 웹사이트에서 불어본 사람들은 굉장히 독특하고 '다르다'고는 하더군요. 보통은 알파 등의 일반적인 모델을 많이들 부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물론 위의 인더비넨도 비슷하긴 합니다만, 마감보다는 순수 미술의 영역에 들어가는 부류네요. 테일러 사의 설명은 읽어봐도 뭘 어떻게 한다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처음에 바탕색은 입히고, 에어브러쉬로 사탕 재질의 도료를 뿌린 다음에 랙커로 밀봉하면서 마무리한다는거 같네요.
왼쪽의 Juleez (훌리즈?)의 경우는 아예 새로 주문도 가능하고, 자기 악기를 보내서 작품을 그려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악기의 성능적인 부분보다는 순수 미술품으로서 가치를 두는 곳인 듯 합니다. 여기에서 다룬 나팔들은 마감재의 두께라던가 재질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좀 염려스러운데 실재로는 어떨지, 기회가 된다면 불어보고 싶습니다. 소리나 성능에 별 차이가 안난다고 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이네요 ^^
마감의 기본 상식
위의 '매트 랙커'라는 경우도 그렇고, 황동 위에 무언가를 입히는 경우는 보통 폴리싱 작업을 먼저 합니다. 미러 피니쉬라고도 하구요. 이 작업만 하고 투명 랙커를 입히는 경우가 보통 우리가 아는 '랙커' 마감입니다. 랙커가 아닌 경우는 보통 은을 입힙니다. 골드, 즉 금도금의 경우에도 실버를 먼저 입히고 골드를 입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그레이빙이나 페인팅, 마감을 좀더 자유자재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만, 아무래도 그런 것들이 보편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요? 마감재에 따른 소리의 차이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갈리지만, 본인이 직접 테스트해보고 생각을 정리할 일입니다.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아마 시장에 풀려있는 대다수의 나팔은 십중팔구 랙커 아니면 실버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 10~20% 중에서는 로브라스와 골드(도금)이 다시 대다수의 지분을 차지하겠지요? 편의상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좀더 '있어보이니까'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특히 랙커와 골드 랙커, 골드는 구분이 좀 더 명확히 되었으면 합니다. XX라는 색이 들어간 'XX 랙커' 마감이 아닌 이상, 투명한 랙커는 그냥 랙커일 뿐입니다. 애초에 진짜 골드 랙커라고 그게 더 고급이거나 비싼 것도 아니구요. 오렌지 크레용에는 오렌지가 들어있나요? 골드 도금이거나 진짜 골드색 랙커가 아니면 골드 / 골드 랙커라는 명칭은 유의해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과 함께... ㅜ.ㅠ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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