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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칼리키오 2벨이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는데... #2/2

by J.5 2019. 8. 27.

바쁘게 지내느라 업데이트가 늦어졌네요.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좀 고민이긴 합니다만... 이어서 순차적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두둥...

이 얘기를 할까 말까 좀 망설였었는데, 새로 온 2벨에도 덴트가 두어군데 나 있더군요. 버핑이 완전하게 된 것도 아니고, 버핑 작업시 밀려나온 때가 여기저기 묻어있었습니다. 아휴... ㅜㅠ 다행히 버핑 찌꺼기는 칫솔질 하면서 세척해주니 깨끗이 닦였고, 덴트가 있는 부분들은 스노우뮤직에 가져가니 손볼 수 있는 부분들이라 하여 꽤나 말끔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존 두다 어르신은 참, 세계에서 손꼽힐만한 장인이시면서도 동네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공존하는 분이십니다. 그래도 이번에 이것저것 참작해서 가격도 조금 깎아주시고, 건강이 심각하게 안좋은 상황에서 리드파이프까지 예쁘게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1주일 쯤 지난 뒤에 벨 교체를 마친 나팔을 보러 갔습니다. 예전처럼 이 상태에서 다시 리드파이프를 번갈아 끼워가면서 조금씩 테스트 해보았는데, 너무 고민이 되어서 거의 두시간 남짓이나 가게 안에서 테스트했었습니다. (스노우뮤직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ㅜㅠ)

 

가장 처음, 그러니까 1s/7 을 미국에 보냈을 때에 그렸던 나팔의 모습을 이 2/7이 거의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1s/7 에서 소리만 조금 더 부드럽게 풀려있는 스타일. 2/9의 경우는 호흡을 많이 받고 그만큼 소리에 풍성함이 있는... 2/7 과 2/9은 올라운드적인 느낌이나 소리의 결 자체는 비슷하지만, 호흡 활용면에서 차이가 있는 정도입니다. 9 파이프의 경우, 표현력에 있어서 더 자유도를 주기는 하지만, 어차피 일상적으로 부는 나팔로 생각한다면 적은 호흡으로 편하고 쉽게 불린다는 점에서 2/7 쪽이 좋더군요.

 

그런 일상적인 나팔 측면에서 2/7은 제가 불어본 트럼펫들 중 최고입니다. 1s/7 을 미국으로 보내고 2년여동안 상당히 부침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가장 잘 불렸던 그 시절의 느낌이 되살아나고 있네요. 셋팅도 그때와 비슷하게 돌아갔구요. (단, 새 벨을 붙였더니 아직 길이 들지 않은 느낌은 조금 있습니다. 불다보면 저도 나팔도 길이 들겠지요.)

 

그런데도 2시간의 고민 끝에 R2/9 으로 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그동안 호흡을 넉넉하게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R2/9이 주었던 느낌이 너무 좋았어서였습니다. 불다보면 아무 생각없이 눈을 지긋이 감고 잠겨들게 되는, 그런 마력이 있는 나팔이었습니다. 7 파이프 계열은 이젠 졸업했다고 할까, 불 일이 없다고 해야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1s/2 에 대한 고민도 마찬가지이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소리, 추구하는 음악의 스타일, 그런 것들을 고려할 때 R2/9 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제 취향대로 순서를 매기자면 R2/9 >= 2/7 > 2/9 >>> R2/7 입니다.

 

그.런.데,

 

스노우뮤직 사장님께서 기왕 바꿨으니 한달이라도 우선 써보고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강력하게 어필하시더군요. 지금까지 교체한 비용만 해도 상당한 거금이 들어간데다가, 제가 2/7도 너무 좋다고 고민하는 걸 보고 그리 말씀하신 듯 합니다.

 

익숙해지면 호흡이 움츠러들까 하는 께름칙한 마음에, 가져와서도 1~2주간은 연습 도중 한번씩 꺼내서 잠깐 테스트만 해보고 거의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약 1주일쯤 전, 두 분 선생님께 공통적으로 '너무 크게 분다'라는 말씀을 듣고 이래저래 느껴지는 점이 있어서, 일단 잘 불리던 시절로 돌아가보자 하는 마음에 지금은 2/7 + 밥리브스로 불고 있습니다. (림이 편해야 하는게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아... ㅜㅠ) 최근 들어서 온전하게 익숙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역시 좋기는 좋네요.

 

며칠 전에 미국에서 주문한 광약이 와서 한번 깔끔하게 광을 내 보았습니다. 좁은 곳은 면봉으로 써가면서 꼼꼼하게 해봤더니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손이랑 천에 때도 많이 타고... ^^ 그래도 악기사에서 막 받을때처럼 깨끗해진 것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제품들도 한번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남은건 1s/2 를 팔거나 교체해야 하나 하는 고민과... 2/7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피스 욕심이 다시 발동하네요. 올해는 저축을 좀 하려고 했는데 이거 원... 아직도 요원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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