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R G65M
얼마 전에 아는 분께서 피스를 바꿔보고 싶다 하셔서, 옛날에 메인으로 썼던 밥리브스 퍼비앙스 8번 (RP8) 하나만 남겨두고 전부 빌려드렸는데, 얄궂게도 어지간하면 가지고 있으려 했던 GR의 G65M을 사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시향 선생님께서 잠깐 불어보시더니 마음에 드셨는지, 일단 먼저 좀 써보겠다고 가져가셨는데... 이후 시향 선생님의 평가는 "소리도 좋고 다 좋은데, 제 입술엔 오래 쓰면 입술이 퍼져서 빨리 지치더라" 라고 하시는군요.
저 역시도 이 피스가 참 느낌이 좋아서 메인으로 잡고 몇 개월동안 불어보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막상 적응을 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아... 나한테 조금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탠다드 65M은 보관만 하던 도중 다른 분께서 구입해가셔서 제대로 불어보지는 못했는데, 조금 아쉽네요. GR의 65 사이즈 자체가 저한테 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GR의 G림이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밑에서 더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2. GR 64M
시향 선생님께서는 사실 이 몇 주 전에, 제가 들여서 새 메인피스로 삼고 있었던 GR의 스탠다드 64M을 불어보시더니 곧 있을 공연에 딱일것 같다며 가져가셨습니다. 공연에 쓰려한다 하시니 일단 바로 드리고 선생님께서 새 것을 사주시기로 했는데, 요새 GR이 개편에 들어가서 가게들에도 재고가 없고 중고시장에도 없다 보니, 결국 GR 측에 직접 주문을 넣게 되었습니다.
64M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한테는 여태 써본 GR 피스들 중 가장 괜찮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흠 잡을 데가 없달까요? 건네드리기 전에 오래 불어본 것은 아니지만 (약 2~3주), '이제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3에서 약간 작거나 5 정도 사이즈를 보시는 분들에게는 추천해드릴만 합니다. 시향 선생님은 원래 상당히 큰 피스를 쓰셨는데, 처음엔 살짝 작은가? 하시다가도 아직까진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중이십니다 (추천해드려서 64MX 도 하나 구입하셨는데 역시 마음에 들어하시네요).
#3. GR 64MS
64M을 들이기 전에 우연히 발견해서 써보자 하고 들여본 피스가 64MS 입니다.
저나 시향선생님이 불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으로는 '소리 하나는 정말 잘 난다!' 입니다. M에서 바로 한단계 얕은 컵이라서 실제로는 생각보다 올라운드합니다. 클래식 전용만 아니면 다 어울리는 정도?
그런데 저는 이 피스는 잘 쓰지 않는 것이... 메인 피스로 쓰기에는,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칼리키오 R27과는 상성이 잘 안맞더군요. 부드러운 소리와 짱짱한 소리 둘 다 낼 수는 있는데 R27과 매칭하면 그게 웬지 투페이스 / 아수라 남작처럼 확 뒤집히는 느낌? 다른 분들 불어보시라고 드렸더니 - 그리고 저도 다른 분들 나팔로 불어보았지만 - 그정도로 극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데... R27 나팔도 성질이 비슷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는 결론입니다. (오디오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음향기기들 역시 이러한 이유로 비슷한 성향의 제품들을 겹겹이 매칭시키지 않지요.)
소리의 음색 혹은 온도감이 컨트롤/파워에 따라 바뀌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아주 극단적으로 표현한 예시이니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왜 G림을 독특하다고 하는지 힌트가 여기에 있습니다^^
#4. GR G64M
GR 사의 G 림은 개리 랏트케 (Gary Radtke) 본인이 불기 위해 디자인한 림인데, 림이 살짝 더 넓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립니다. (사이트를 잠시 내려서 그림을 못가져오겠네요 ㅜㅠ)
일반 림과의 비교를 하면, 좀더 입술에 닿는 느낌이 넓고 둥그스럼합니다. 보송보송하지요. 피스/림의 가장 높은 지점이 살짝 더 바깥쪽에 자리하고, 눌리는 것도 좀 더 넓게 지긋이 눌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대적으로 이야기하면 일반 림은 약간 더 안쪽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잡아줍니다.
기능/성능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G림의 가장 큰 특징은 톤의 스펙트럼입니다. 일반적인 GR 피스들이 소리의 하모닉스(배음)를 전방위적으로 꽉 채워서 내주는 느낌이라면, G림은 신기하게도 거기에 보드랍고 입자가 고운 느낌이 블렌딩 된 느낌이랄까요? 밥리브스 특유의 톤컬러가 이런 성향인데, 그것과의 퓨전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커버하는 톤 컬러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고, 그 음색들 사이의 전환도 굉장히 폭넓고 부드럽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림 모양이 좀더 입술을 넓게 사용하도록 열어줘서 그런것 아닐까 합니다.
다만 G65M의 경우에서 보듯, 만약 림의 곡선 자체가 제 입술에 맞지 않았던 것이라면, 아마도 일반 64M 으로 돌아가게 될 거 같습니다. 앞으로 또 한두달 정도 써보고 결정해 봐야겠습니다만, 64M이나 G64M에서 결정만 나면 이제 '피스 여행 ~메인피스 편~'은 끝났구나 싶을 정도니까요. 사실 요 몇 주 사이에 메인으로 쓸만한 피스가 없어서 참 힘들었네요... (가장 비슷한 건 역시 같은 모임 회원분께 입양보낸 ACB 3CS 더군요.) 가지고 있는 것들을 무더기로 빌려드리고 나서는 밥리브스 RP8만 약 2주간 불었는데, 그동안 주법이 꽤 바뀌었는지, 한때 메인으로 썼었는데도 적응이 잘 안돼서 애먹었네요 ㅜㅠ 이제 다시 익숙해지려던 참이기는 했지만 하하...^^ 받아서 다시 GR을 불어보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 GR 브랜드에 대한 인상
이번에 GR 측과 직접 연락하며 구매를 진행해보고 받은 느낌은... 생각보다도 더 곤조있고 깐깐한, 고급스러운 브랜드라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가만히 생각해보니, 밥리브스나 GR같은 경우엔 골드 도금만 입히면 모넷 프라나 마우스피스와 가격이 별 차이가 없습니다.)
시향 선생님께서 피스를 새 것으로 대체해주겠다 하셨을 때,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그냥 64M 또 하나 구하지 뭐... 정도였는데, 막상 상황이 그렇게 되어 GR이랑 직접 얘기를 하게 되니까, 아, G림이 참 좋았는데 그럼 G64M 을 구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객상담을 맡아 하시는 브라이언 스크라이버 (Brian Scriver) 씨랑 이메일을 주고 받았는데, 처음에는 어렴풋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만 하시다가 계속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보시더니... 어쩌다 하나 제작해놓았던 것이 특수 보관함에 아직 있다는 겁니다! G64 림 자체가 제작된 적이 없는 줄 알았으나, 2~3여년 전에 주문제작으로 하나를 만들었고, 약 1년 전에 개리 랏트케 씨가 하나를 더 만들어놓았던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개리 랏트케 본인이 쓰려고 만들었던 피스가 G66M 이었는데, 처음엔 그냥 멋져 보이려고 (...) G66☆☆☆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위의 G64M 사진을 보면 G64☆☆☆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게 그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 대화과정에서 알게된 것이 뭐냐면:
- 이제까지 한번도 제작된 적이 없는 조합일 경우, 단순 CAD 프로그램으로 뚝딱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 현재 스탠다드 피스 400개와 주문제작 피스 100개가 밀려있음.
- 만약 정말 만들었던 적이 없어서 새로 디자인을 맞춰야 했던 경우라면 대기시간이 약 1년 전후가 되었을 것.
- 디자인 프로파일이 존재했더라도 새로 주문을 넣었으면 최소 10주 이상을 기다려야 했을 것.
...등입니다.
거기에다가 추가로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던 것이 뭐냐면...
- 처음엔 배송대행지 주소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상품의 안전을 위해 그 지역의 페덱스 사무실로 가서 직접 수령하는 것으로 보냄.
- 사정을 설명하니 배송대행 업체 조사와 전화까지 해 봄.
- 그 결과 100% 합법 / 정식 / 공인된 업체가 아니라서 '이건 안된다'며 배송을 리턴시킴. 직접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 변경.
- 이것 때문에 배송 순서가 뒤로 밀려서 다시 근 한달을 기다림(...). (하지만 덕분에 시향선생님이 65M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었네요 하하)
- 미국 위스콘신에서 상품을 부치고 나서 만 하루만에 인천 국제공항에 상품 도착.
(생각보다 배송이 지연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덱스 봉투에 'Extremely Urgent' 라고 찍혀있더군요.)
- 공항에 도착한 날, 세관 미스로 인해 상품배송에 차질이 생겼다고 뜨니까, 확인해보라고 이메일로 직접 연락이 옴(ㄷㄷㄷㄷ).
- 수령을 마친 뒤에 사후관리 차원에서 이메일을 또 보냄.
어쨌든 결국 실제로 부친 다음 3일만에 물건을 받았습니다. 즉, 도중에 공항에서 통관만 부드럽게 처리되었으면, 미국에서 한국 지방도시로 만 2일만에 택배가 온다는 겁니다. 평소에 비싼 국제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일이 없던 저같은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배송이라면 무조건 1주일 이상은 걸린다고 여겨왔는데, 이번에 배송 속도가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결론은... 여러분 GR 사세요, 두개 사세요!
...는 농담이구요, 마우스피스는 개인취향이기 때문에 '저한테는' 이랬다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외에는, 이후 GR 측과 직접 거래를 하시게 되면 여타 일반적인 가게들 상대하는 것처럼 적당적당하게 생각치는 마시라는 팁 정도겠네요 :)
#부록. 여태까지 거쳐간 GR 피스들-
사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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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
66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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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
e65M |
65M |
G65M |
e65MX |
64 |
64MS |
64M |
G64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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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웨인 버저론 Stud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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