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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Calicchio (칼리키오) 1s/2 - 드디어. (업데이트)

by J.5 2016. 7. 9.



제 궁극의 나팔이 도착했습니다.


칼리키오 1s/2. 이르기를 "나팔 중의 나팔 (Trompeta, di tutti trompeta)".


처음엔 2012년에 캔스툴의 재해석 모델인 1502를 구입했었습니다. 차에 깔렸었는지 상태가 대단히 안좋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판매자 분의 속보이는 말돌리기에도 불구하고 군말 없이 구입하였습니다. 애지중지 관리하고 불다가 1년 뒤에 떠나보냈지만 오리지널인 1s/2가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2014년, 온라인으로 알게 된 분께서 1s/2 를 구입하셨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습니다. 헤비형인 울트라 모델이더군요. 좋기는 한데 뭔가 리드파이프랑 벨이 제짝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엄청 가볍고 빠른 느낌인데 소리는 두텁다고 해야 할까요.


안정이 조금 잡힌 2015년, 이베이에서 1s/2를 구입합니다. 동시기 네덜란드의 어느 샵에서 판매하는 상태 좋은 1s/7과 거의 같은, 신동품급 가격이었습니다. 헌데... 여태껏 제가 소유한 나팔들 중 최악의 컨디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상태가 안좋았습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만, 녹슨 리드파이프를 변경하면서 1s/2 가 아닌 1s/7으로 제작을 부탁합니다. 해당 나팔이 수리를 받고 온다고 해도 상태가 얼마나 좋을지 장담할 수 없을만큼 나빴었기 때문에, 1s/2 만큼은 제대로 된 녀석을 구입하리라고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밸브 복원까지 해가면서 이 1s/7 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퀄리티로 완성되었고, 현재 소유중입니다.)



그리고 올해 (2016년) 3월, 한 중고가게에서 상태가 좋아보이는 1s/2를 발견합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평가가 좋지 않은 크리스 (Chris Weik - 도미닉 칼리키오의 외손자) 의 말년 시기에 제작된 녀석인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바로 현 제작자인 존 두다씨에게 나팔을 보내고, 검수를 진행합니다.


"크리스가 한동안 벨 테일 쪽을 너무 좁혀놨다. 다시 뽑아서 더 열려있도록 재조정해야 한다."

"밸브 상단(발루스터)에서 벨 쪽으로 브레이싱이 두개가 있어야 되는데 어째선지 하나로 해놓았다."

"3번 밸브 쪽 가까이에 브레이싱을 해 주어야 소리에 코어를 부가해주는데 이것이 없다."

"누군가가 3번 슬라이드 스탑 스크류에 이상한 브레이스를 갖다 붙여놨다."


등의 피드백이 오고, 전부 현재의 최고 수준에 맞도록 부탁합니다. 더불어 푸른빛 전복 껍질로 된 커스텀 핑거버튼도 주문하고, 마무리로 은을 한번 벗겨내고 새롭게 재도금까지.



그리고 오늘,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네요.


다짜고짜 연습실로 들고 가서 불어보았습니다. 생각외로 1s/7과 기본적인 블로잉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살짝 더 열려있는 정도. 컨트롤에 따라와주는 반응도 좋은데, 향후 몸과 나팔이 서로 길들여지면서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반응하는 방식에는 1s/7 과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 제 톤이 굉장히 무거워졌는데 그 때문인지 옛 1502나 러시아에서 막 왔던 상태의 1s/2 (현재 1s/7) 처럼 성마른 느낌은 크게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순도 높은 느낌. 무지막지한 코어의 두터움과 압도적인 힘...!


막 와서 아직 작동이 좀 뻑뻑하길래 1s/7 과 함께 세척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상태는 굉장히 좋습니다. 밸브가 제대로 된 놈이 왔고, 튜닝 슬라이드도 딱 좋을 정도로 부드럽게 작동합니다. 핑거 버튼... 너무나 이쁘고, 손에 와닿는 느낌도 의외로 사각사각한 것이 너무 좋습니다. 기름칠을 하려고 밸브를 좀 열어보니 피스톤 상태도 아주 좋고, 오일을 쳐준 후 위아래로 돌려보니 밸브 가이드나 밸브캡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인지, 신기하게 듀퐁 라이터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핑', '핑' 거리는 울림이 있는데 그것마저도 마음에 듭니다.


더욱 시간을 갖고 찬찬히 겪어볼 일이지만, 아마도 평생 가지고 갈 나팔이 되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한 분야의 정점에 있는 나팔을 제대로 불게 되어서 많이 기쁩니다.



2016/07/11

- 첫 날 저녁에 나팔을 씻기고 (나오는 것들을 보니 내부 세척이 필요하기는 했더군요 ㅋ;) 다음날 다른 지역의 연습실로 갔습니다. 장소의 울림이 달라서 그런건지, 씻겨서 그런건지, 저랑 나팔이 서로 적응중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첫날보다 훨씬 빠방하고 강렬한 소리가 나더군요. 받아들이는 호흡 면에서도 차이가 더 뚜렷해지구요. 처음에는 그래서 너무 튈까봐 급 조심조심 불었습니다(...). 다른 분들께 불어보시라고 하니까 다들 처음에 하시는 말씀은 "오! 가벼운데?" 였습니다. 저는 칼리키오 계속 써와서 그런지 별 생각 없는데, 바하 스탠다드 같은 모델들 쓰다가 들면 확실히 그렇겠죠...^^ 소리나 울림에 대한 평가는 다들 긍정적이었습니다. 시향 선생님께 드렸는데 역시 "클래시컬은 아니고 째즈나 상업 쪽이네요." 와 함께, 조금 더 테스트 해 보고 나신 뒤에 빵끗 웃으시면서 "좋은데요?" ㅋㅋ... ^^


- 3번 슬라이드가 씻긴 뒤에도 작동에 문제가 있어서 존 두다씨에게 물어봤더니, 탄식(?)하시면서 그걸 잘 맞게 조정해놨는데 저한테 배송돼서 오는 도중에 원래 모양으로 다시 되돌아간 거 같다고, 앞으로 몇주~한두달 동안 제 연주에 맞춰서 악기가 길이 들 테니까 한번 열심히 써 보고, 그 뒤에도 문제가 안고쳐지면 미안하지만 다시 보내주면 자기가 무상으로 수리해서 돌려보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두다씨가 일러주신 방법으로 잠깐 보니까 역시 얼라인먼트가 약간 틀어져 있는것 같아서, 직접 관을 밀거나 당겨서 한번 해봐도 괜찮겠냐고 여쭤보니 부드럽게 한번 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해보니까 확실히 차이는 있는데, 완벽하게 맞추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참고로 두다 씨는 블루 쥬스 (Blue Juice) 밸브오일을 쓰신다고 하더군요. 이게 호불호가 좀 갈리는 오일이라서 여지껏 안썼었는데, 곧 주문 넣어서 한번 써볼 생각입니다.


- 레슨에 가져갔더니 선생님께서 대략 "이게 엄청 센 악기다. 비싸다는 고급악기들도 다 써봤는데 이놈한테 밀리고... 나도 몇 년 써 봤는데 이게 나머지 악기들 소리 다 잡아먹고, 다른 사람들 다 뭐 바하같은거 쓰는데 같이 섞이는게 너무 어려워서 바꿨다." 라고 하시더군요. 근데 문제는... "이게 근데 리시버 깊이도 그렇고, 호흡 쓰고 반응하는 방식이 다른 일반적인 나팔들하고 완전히 틀린 악긴데... 너 지금 실력 가지고 이거 감당 못해. 지금부터 이거 쓰면 낼 수 있는 음이 시간 가면서 조금씩 낮아질거다?" 라시는 겁니다 ㅜㅠ. 그래서 "다시 1s/7으로 바꿀까요?" 라고 여쭤봤는데 쉽게 답이 나오는 문제는 아닌듯 하여... 일단은 좀더 1s/2 를 써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둘째날 (레슨 전날) 너무 연습을 많이 하고, 회복 안된 상태로 어제 레슨까지 받고 나니까 지금까지도 입술 회복이 안되네요 ㅜㅠ ...강해지겠지요!


그리고 오늘 생각보다 빨리 수리점에 들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남부터미널의 스노우 뮤직으로 갔습니다. 초행길이었는데 참 인상이 좋더군요. 사장님도 그렇고...^^ 나중에 어쩌다 보니 트럼펫터 모임에서 뵌 이응우 선생님도 뵈어서 인사 드렸네요. 스노우 뮤직 사장님이 손보는 도중 나팔 디자인을 살펴보시면서, 

- 호흡 반응이 타이트할 것 같다.

- 소리는 좀 부드럽게 퍼지는 스타일이고 포커스가 강하기 보다는 좀 흩어질 스타일 같다

- 유연성이 있을거 같다

대략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호흡 반응은 다른 악기들이랑 방식이 좀 다른데 열린 편이고, 유연성은 맞는데 소리는 말씀하신 것하고 정 반대라고... 있다 한번 불어보시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수리 마칠 즈음 확인차 불어보시더니, 씨익 웃으시면서 "악기 좋은데요?" 라고 하시더군요^^ 신기한건, 여기 사장님이 부실 때는 또 제가 첫날 불었던 느낌의 두텁고 풍성한 스타일의 소리가 나더라는 겁니다. 사장님 소리가 클래시컬 쪽이라 원래 그러신건지... 알쏭달쏭한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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