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고급 (희귀?) 나팔들 몇 종류 시연 후기...^^

by J.5 2016. 10. 8.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평소에 접하기 힘든 나팔들 4종류를 불어보았습니다. 잠시 시연해본 정도이니 제 첫느낌은 이랬다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주변에 나팔 리뷰 같은 걸 많이 볼 수 없다보니, 제가 뭐라고 한마디 하는 것이 쓸데없이 큰 영향을 미치거나 할까봐 항상 걱정스럽습니다. 나팔도 결국엔 취향이고, 조합이 다양하다는 점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


※사진들은 실물 사진이 아닙니다!



야마하 제노 25주년 기념 모델 (Yamaha 8335IIRS 25th) (실버)


연주력이 굉장합니다. 전 음역대에서 톤이나 음정, 슬로팅 등이 정말 한 치도 안틀어지고 딱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제도해서 잘라놓은 정육면체들을 오차없이 쭈우욱 이어놓은 것 같아요. 벨을 넓혀놓아서 음색 면으로는 온기도 있고 풍성한 느낌도 듭니다만, 벨이 얇은만큼 울림에 경량형의 티가 납니다. 벨 비드가 날카롭게 빠졌던데 그 영향도 좀 있을 것 같구요. 대신 연주자에게 돌아오는 피드백은 굉장합니다. 벨 앞쪽으로 나가는것보다 더 크고 두껍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한국에 들어와 있는 갯수는 한 자릿대 (7~9대?) 이고, 한 대는 충남대 성재창 교수님께서 가져가셨다고 하더군요.


밸브라던가, 톤이라던가, 기계적인 느낌이라던가... 개인적으로 야마하의 필(feel)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성능 면에서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질린다고나 할까... 무서운 사람들이다 싶더군요.



플립 오크스 와일드씽 (Flip Oakes Wild Thing) (실버)



플립 오크스 씨가 디자인하고 캔스툴에서 제조하는 와일드 씽입니다. 관심이 있어서 오랫동안 지켜본 모델인데, 살짝 뭉툭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튜닝 슬라이드가 둥글둥글하고 위아래 간격이 조금 있는 편이죠. 예전 콘스텔레이션 38B 정도는 아니지만요^^


호흡이 넓고 풍성하게 들어가는 스타일인데, 제가 칼리키오 1s/2에 익숙해서인지는 몰라도 생각만큼 버거운 나팔은 아니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칼리키오의 1s/2는 반응이나 느낌에 유기적, 유선형(?)적인 데가 있습니다만, 와일드 씽 같은 경우는 좀 더 길이 일직선으로 쭉 나 있는 느낌이더군요.


캔스툴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느낌도 좋고, 명성대로 컨트롤이나 호흡을 받아들이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다루는대로 쭉 쭉 가 주는 느낌인데요, 스포츠카로 비유하자면 이태리 식의 섬세함 보다는 미국 특유의 머쓸 카 (Muscle car) 적인 느낌이 살짝 더 묻어납니다. 둔하다는 것은 아닌데 뭐랄까요, 선이 굵다고나 할까?


벨 내경이 뿌리쪽부터 바로 넓어지기 시작한다는 소리를 전에 얼핏 들었었는데, 과연... 벨이 펴지는 플레어 부분을 보면 굉장히 두꺼워서, 확 펴지기 이전에 이미 많이 벌어져 있습니다. 옛날 플루겔혼들 비슷한 느낌으로다가요^^ 워낙 홍보가 그런 쪽으로 많이 되어서 그런지 머리 속에 극단적이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더 둥글둥글하고 괜찮은 나팔이었습니다. 다만 역시 울림이나 톤에 약간의 벙벙거리는 느낌이 제 취향엔 조금 안맞더군요. 온라인에서 음원 등을 들으며 그 동안 느낀 그대로였습니다. 벨 플레어가 넓은 스타일을 좋아하신다면 (바하 72라던가) 한번 불어보시라고 권해보고 싶네요^^



이클립스 이니그마 (Eclipse Enigma) (MR 벨, 로 브라스)


제일 비슷한 사진으로 가져오긴 했는데 이건 MY 벨인가 보네요^^


벨벳으로 둘러싼 듯한 톤이나 울림부터, 불리는 느낌, 조작감이나 피부에 와닿는 느낌까지... 참으로 '고급지다'라는 느낌이 착 감기는 나팔입니다. 김일황 씨께서 '귀공자' 라는 수식어를 처음 붙이신 걸로 아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호칭인 것 같습니다. ('황태자'나 '황제' 같은 느낌에 비하면 톤의 뼈대가 좀 더 날렵한 느낌이라서 '귀공자' 정도가 딱이네요).


연주할 때의 느낌은, 묵직한 느낌의 바디와 가볍게 불리는 벨의 조합에서는 아담스 A4 가, 교체가능한 트윈튜브 스타일의 리드파이프 느낌은 셀머 컨셉TT 가 각각 연상되더군요. 근데 잠깐 불어본 느낌으로는, '이렇게 리드파이프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말로 메리트가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잠시동안 '이걸 확 질러버려...?' 하고 엄청나게 혹하기는 했습니다만... 2중 리드파이프의 느낌이 전 아직 너무 낯설더라구요. '셀레스테 (Celeste)' 라고 이클립스에서 내놓은 일체형 나팔이 있는데 이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대표 모델인 이니그마는 묵직한 바디 대비 가벼운 벨, 2중 리드파이프 등의 이질감이 있습니다만, 굉장히 매력적인 악기임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익숙해지면 또 어떨지 모르죠^^



모넷 STC (Monette STC) (C조)



모넷 악기는 이번에 처음 불어본 것 같습니다. C조라서 더욱 그렇다고 하는데, 호흡이 빠르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바람의 느낌만 두고 보자면 마치 경주를 하고 있는 듯한...? 그리고 악기 역시도 불다 보니 눈감고 포옥 빠져들게 되는 마력이 있네요^^ 손에 와닿는 느낌이나 조작감도 훌륭합니다. 특히 밸브 느낌이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게 어우...^^ 많이 인상적이더군요.


뭐랄까, 주변의 선생님들도 수긍하시는 부분인데, 제가 볼 때 모넷은 트럼펫이 아니라 그냥 모넷인 것 같습니다. 좀 다른 악기라고 생각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차원이 다르게 훌륭하다? 글쎄요. 달리 말하면 너무 이질적이라는 얘기니까요...^^ 애초에 추구하는 바가 다른 악기라고 보입니다. 새 시대에 맞는 현대적인 느낌과 통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요... 여유자금이 충분히 되시면, 사서 시도해보실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악기라고 생각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