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에 받고부터 약 3개월, 실린더형 보어로 교체한 로울러 C7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엔 지금이 적당한 시기 아닐까 싶습니다. 칼리키오의 귀환이 임박했기도 하니 그쪽에 또 정신을 빼앗기기 전에...^^ 1
우선은 포장입니다. 보낼 때에는 러시아 놈(...)이 보낸대로 싸구려 케이스를 억지로 사이즈를 맞춘 박스에 뽁뽁이랑 신문지로 꼬깃꼬깃 채워서 보냈습니다만, 돌아올때는 이렇게 정성껏 포장해서 보내주셨네요. 로이 로울러 씨의 정성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수리받은 제품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수리비 청구서까지 같이 넣어서 그런지, 관세는 물지 않고 그냥 통과되더군요.
일터에서 나팔을 받아보고 급한 마음에 집에 가기도 전에 박스를 뜯어서 찬찬히 살펴보았는데, 얼라인먼트 조정에 따른 상단 캡의 고무패드와 펠트 패드를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습니다. 관이나 각 이음새 부분에 뭔가 손을 보거나 교체한 흔적이 느껴졌습니다만, 그냥 기분 탓인가 싶을 정도로 미세한 정도였구요.
받고 나서 기쁜 마음에 불어보았는데 웬걸, 처음에는 이게 너무 답답하게 불리는 겁니다. 막 수리받은 녀석이라 덜 풀려서 그러겠거니 했는데, 몇일 뒤에 문의해보니 튜닝 슬라이드의 윗부분 안쪽 튜브는 새것이고 나머지 관들은 원래 달려있던 것들이라고 하더군요. 단계적으로 굵기가 변하는 스텝보어에서 넘어오면서 다른 관들은 접합부 정도만 조절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정도의 미세한 변화로도 이렇게 굳은 느낌으로 불리는구나 싶어서 참 신기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이후 칼리키오의 존 두다씨와 대화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더군요.) 한동안 진득하게 잡고 불다 보니, 이제는 다른 분들이 불어봐도 울림이 좋다던가 길이 잘 들은것 같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아는 분의 나팔을 몇달 동안 간간히 불어본 경험으로도 그렇고, 에이징 혹은 길들이기 단계가 정말 있구나 싶더군요.
개량 후의 C7c는 기본적으로 호흡이 좀 더 있는 그대로 스트레이트하게 나아가는 느낌입니다. 음역이나 호흡량에 따른 저항의 변화 역시도 일관적인 ~ 그래프로 표시한다면 커브형에서 직선 그래프가 된 것처럼 ~ 느낌이었구요. 다만 이 나팔을 막 돌려받은 시기와 지금과 비교하면 주법이나 주력 등에 어느 정도 변화가 생겼고, 몇 달 동안 저도 나팔도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이런 저런 변수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나팔이든 마우스피스든, 계속 하나만 붙잡고 불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적응을 하게 되니까요. 지금의 내가 스텝보어였던 오리지널 C7을 불어보면 어떻게 다가올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개량 뒤의 C7c 는, 호흡을 어떻게 받고 반응하는가에 있어서 특별한 개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C7 고유의 감기는 듯한, 연주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르르 눈이 감기는 그런 몽글몽글함은 여전합니다. 난로만 하나 켜 놓은 방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서 눈을 감고 불고 있는 듯한 그런...
물론,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표현의 범위는 얼마든지 넓히고 변화를 줄 수 있지만, 타고난 성향이랄까요. 같은 선율을 불거나 혹은 즉흥연주를 하더라도 칼리키오는 좀 더 '거침없는' 표현이, 로울러 C7은 '사색적인' 표현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것만 같습니다.
또 한가지, 종종 언급하곤 합니다만, 이 나팔은 마우스피스 등의 세팅에 변화를 주면 그 변화를 굉장히 세심하게 반영합니다. 악기를 제대로 평가할 만한 견식은 아직 제게 부족합니다만, 찬찬히 뜯어보면 뜯어볼 수록 참 매력있고 정이 가는 악기인 것 같습니다.
- 드디어 세관을 통과했다는 보고가 떴는데, 마지막으로 시카고에서 정보가 업데이트된지 7일만에 우루루루 몰아서 알림이 뜨네요. 재미있는 건 아직도 한국 우체국 측에서는 처음 배송주문이 들어간 날만 나오고 아무런 업데이트가 없다는 겁니다. 세관을 통과했다면 내일이나 모레에는 도착을 해야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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