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31일은 참 바쁜 날이었다. 오전 차로 서울로 올라오는 동시에 약속 두개가 잡혀 있었고, 그 사이에 서초구 혼샵에 가서 나팔을 맡겼다 저녁에 다시 찾아오고...
언제부터 속을 썩였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3번 슬라이드... 래핑을 새로 했더니 빤딱빤딱 보들보들. 매끄러운 작동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오늘(2015.01.11)은 간만에 다시 녀석을 씻겨주었다.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씻겨준 것이 무려 4개월 전인가보다. 이상하다... ㅜ,.ㅠ 그렇게 오래 되었던가? 리시버와 리드파이프 내부에 켜켜이 쌓인 건더기(?)를 보아하니, 흐음... 그럴 수도 있겠다.
언제나 그렇지만, 한번 나팔을 씻겨주면 기분이 참 상쾌하다. 새 나팔이 되어 돌아온 것만 같은 빤딱거리고 샤방한 느낌. 너댓 시간동안 건조시킨 뒤에 다시 차근차근 조립을 마치고선, 이쁜 마음에 부리나케 입술을 대어본다.
마모되는 핑거버튼과 상부 캡, 펠트 패드 등을 보고선 조금 바꿔서 끼워줬더니, 그게 또 뭐라고 연주하는 느낌이 다르다. 햐아 거 참, 녀석... 한켠으로는 이렇게 손에 익어가면서 진정한 의미의 커스텀 악기가 되어가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내가 이 녀석을 참 좋아하고 이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날이 갈수록 한 몸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중고장터에서의 속고 속이는 행태들이 아쉽지만, 나는 내 손에 들어온 악기라면 일단은 최대한 보살펴주고 관리해준다. 그러다보니 정도 더 붙고 관심도 더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사실 돈이 많았다면 꾸준히 다른 나팔들도 시도해보고 있었겠지만... 이 나팔이 참 좋은 나팔이고, 중요한 시간 동안 나를 성장시켜주며 함께 가는 나팔임을 알기에, 더욱 더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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