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녹음을 하고픈 마음에 이것저것 구입을 했다. 집안 이곳저곳을 뒤져서, 필요하지 않거나 방치되어 있던 것들을 모아 장터에 내놓고, 그 돈으로 다시 물건들을 구입.
쌓여있던 물건들을 이렇게 정리해서 내놓는 것도, 또 그 돈으로 빈 자리를 다시 메꾸는 것도 처음이다. 뭐랄까, 예전 취미와 현재 취미의 맞교환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 떠나간 것들 :
오디오 인터 케이블 (KS-1011) / 외장하드 케이스 / 프라모델 2.5개 / 미디 모듈 (SC-88)
VS
: 새로 온 것들 :
리본 마이크 (Cascade Victor) / 붐스탠드 / 소형 마이크 프리앰프 유닛 (TritonAudio Fethead) / TRS-XLR 케이블 / 보면대 / 오디오 인터페이스 (Focusrite Scarlett 2i2)
보기와는 다르게, 1~2미터 남짓한 오디오 케이블 (KS-1011) 한 짝이 나머지 전부를 합친 것 보다도 비싸다. 나름 하이엔드 말단 축에는 끼는 케이블이었으니... 처음 구했을 때엔 평생 갖고 갈 케이블이라 생각했는데, 현재 시스템과 궁합이 좋지 않아서 빼놓았던 것이 2년 넘게 가던 차라 과감하게 내놓기로 했다.
오디오질은 프리앰프까지 갖춘 시점에서 어느 정도 방점을 찍은 느낌이다. 앞으로도 스탠드나 케이블 등의 소소한 업그레이드를 제외하면, 주요 기기들은 내 수준에선 한계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재미삼아 서브시스템을 운용해볼 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마 집이라도 마련하기 전까진 더 이상 병이 도질 일은 없을 듯.
사실 가장 처분하기에 기분이 요시꾸리했던 것은 미디 모듈(롤랜드 SC88)이었다. 중학생 때 미디라는 것에 반해서 거금 $1600을 주고 매장 데모품을 구입한 것인데, 이후 케이크워크와 국민건반 GMK-49로 작곡 흉내나 내보다가 1~2년 뒤 진로를 결정한 뒤에는 자연스레 창고 행이 되었다. 누래진 건반을 꺼내보니 전원이 나가 있다. 다시 '소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사춘기 시절 음악질의 상징같은 녀석을 내놓으려니, 아무래도 헛헛한 기분을 어찌 할 도리가 없다.
가격표까지 아직 그대로 붙어있다. 수리를 해볼지 그냥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지는 아직 미정.
캐스케이드 빅터 리본마이크와 트라이톤오디오 펫헤드는 각각 미국 아마존과 독일 이베이에서 주문했는데, 둘 다 일반 배송임에도 채 2주가 걸리지 않았다. 역시 서양 사람들은 배송기간 통보시에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말해주는 듯 하다. (개인적으론 이 쪽이 마음 편하다. 홍보에 휘둘리기 보다는 이상이 없다는 것에 안도하고 싶다.) 이 두 녀석은 한국에선 생소한 녀석들이니, 아무래도 별도 포스팅을 해야 할 듯.
붐스탠드는 예전에 샀던 수퍼럭스(Superlux) 것을 다시 구입했고, 보면대가 필요해서 알아봤는데 배송비까지 포함해도 15,000 원 밑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뮐러에서 나온 제품인데, 은근히 부실한 부분들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묵직한 것이 참 좋다.
TRS-XLR 케이블은 인터페이스를 파워앰프로 직결하려고 구입한 것인데, 무려 수제(手製)다! 테크노마트 4층인가 5층 한 구석에 음향장비를 파는 곳이 있는데 (이름이 "DK"였나...? 테크노마트에서 음향장비 취급하는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 직원분도 사장님도 직접 납땜으로 케이블을 제작해주시는 것이 기분 좋다. 설령 비과학적이더라도, 사람 손길이 깃든 것에 정이 가는 정도의 풍류는 좋지 않으랴! 하물며 내 주문 하나에 맞추어진 물건이니 더더욱.
포커스라이트 스칼렛 2i2는 작년 등장 이후 저가격대 시장을 제패하다시피 한 모델인데, 미디 지원이 안된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사각이 없다.
(현재 합주 녹음용으로 사용중인) 타스캠 US-1800의 소리는 거칠고 투박한 편인데,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날 것 같은 느낌을 주어서 (문자 그대로의 '가라지 밴드'틱한 느낌이랄까) 좋았지만, 확실히 소리만 따지면 고명하신 포커스라이트님이 몇 수는 위였다. 정숙함과 정위감, 대단한 정보 분석력 등. 약간 달콤하게 튜닝된 것 정도만 제외하면 나무랄 데가 없다. (물론 타스캠은 타스캠대로 그 가격대에 16인풋이라는 정신나간 기능성을 자랑한다). 별도 전원도 필요없고, 디자인이나 만듦새, 조작감도 정말 훌륭하다. 붉은 알루미늄 샷시는 실제로 보면 핏빛에 가까운 고혹함이 있어서, 예쁜대도 포스가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스칼렛 2i2 같은 경우는 차후 ARM[각주:1] / 리눅스 기반의 무소음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일 것[각주:2]이지만 (타스캠은 제조사 드라이버가 필요해서 아직 리눅스 환경에서 돌아가지 않는다. 스칼렛같은 경우 USB 오디오 스탠다드에 따르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하다), 사실 주된 용도는 밴드 멤버들이 필요하면 대여해 쓸 수 있는 공용 인터페이스이다. 원래 마이크포트 프로 같은 것을 생각했지만 입력이 XLR 뿐이라... 스칼렛 2i2 정도라면 사이즈나 편의성 면에서 충분히 휴대용으로 쓸만 하니, 괜찮으리라 본다. 멤버들이 관심이 없을까봐 문제지
라즈베리 파이로 유명해진, 소형 기판의 컴퓨터...라고 해야 할까. 스마트 폰의 기판을 컴퓨터로 쓴다고 생각하면 빠를 듯. 지금 구비한다면 국산인 Odroid-X 가 심히 땡기지만, 아직 내 상황에선 무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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