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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기기/Speakers

[스피커] AVI Neutron IV

by J.5 2010. 5. 30.

굉장히 상태가 좋은 AVI 사의 뉴트론 4를 구입했다.

인클로져 용량은 5리터. 리어포트 / 베이스리플렉스 디자인.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다.
앙증맞고 아담하면서도 짜임새가 좋아보인다.

이 제품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2005년 전후로 영국의 양대 하이파이 잡지로부터 동시에 극찬을 받은 일일 것이다. 
심지어 What Hi-Fi에서는 그룹테스트 위너로도 모자라 2004년 500파운드~1000파운드 분야에서 최고의 스피커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격은 500파운드였는데도!


사실 내 임시용 스피커 후보군 중의 하나였는데, 누님의 신혼살림용으로 들어오게 됐다.

오디오질의 가장 큰 즐거움은 소리를 잡는 과정이다.
하룻밤 자고가는 스피커라 하여 어찌 내버려둘 수 있을쏘냐!
...해서 이리저리 해봤다.


소리
섬세하고 또이또이하다. 일단 이 스피커로 멍청한 소리를 낸다는 것은 의도한다해도 어려울 것이다.

낮은 고역부를 살려준 듯, 소리의 윤곽을 굉장히 뚜렷하게 그려낸다. 포토샵에서 샤픈이나 외곽선 강조를 살짝 먹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거기에 중역이 굉장히 평탄한 느낌이라서 표현력에 강점이 있고, 미묘한 소리의 차이도 잘 드러낸다. 그렇다고 고역이 날카롭다거나 자극적이라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어찌보면 우퍼보다 윗급인듯한 트위터의 성능을 좀 더 전면에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한데... 미묘하고 까다로운 밸런스를 잘 취한 스피커다. 속도나 반응도 뛰어나서, 연결한 기기들의 성향 역시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뉴트론4의 인상적인 부분은 중역 아래의 부분을 억지로 돋워서 강조하지 않고, 비교적 한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상당히 낮은 저음까지도 그 윤곽을 감지해낸다는 데에 있다. 저역의 부족한 양감은 어쩔 수 없지만, 보통 소형스피커들이 높은 저역대를 펌핑해서 양감을 살리는 대신 낮은 저역대는 마스킹효과로 희생해버리는 것과는 반대이다. 싱글와이어링으로 설계한 점도 그렇고, 하여간 자기고집이 있는 녀석이다.

즐기기 좋은 것들
소리로 분위기를 조절해나가는 데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일본 애니메이션같은 경우 듣는 맛이 각별하다. 강점을 살린다면 중고역의 소리 배치가 두드러지는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같은 OST를 들어보면 즐겁고, 애프터스쿨의 [뱅(Bang)!] 싱글에 있는 인트로곡 'Let's Do It!' 은 꼭 들어보라. 풀스피드로 치고 나가면서도 정확하고 간드러지게 쪼개지는 박자를 듣다보면 어느새 입이 귀에 걸려있을 것이다.

추가로... 말을 헛듣는 일은 없을 것이니 집에서 증권하시는 분들이나 어학, 학습용으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스피커다(...).


세팅 포인트
이 스피커를 다루는 핵심은 소리에 두께를 어떻게 주느냐... 즉, 중역대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음역, '아랫도리'의 응집력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있다. 진한 소리를 좋아하고 중~저역대의 불끈하는 느낌을 '소리의 생명이 깃드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1人으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포인트다. 해상력이나 섬세함, 반응력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 부분을 약간 죽이더라도 아래쪽의 양감을 살리는데에 촛점을 두고 조절해나갔다.

잘못하면 소리가 텅 비고 겉핥기식 소리만 나거나, 중역에서 저역으로의 연결부가 풀어지고 중역의 선이 가늘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 거꾸로 중저역을 보강하다가 중역이 답답하게 먹히거나 중고역의 특정 부분만 나서버리기도 쉽다. 위치나 각도를 살짝만 바꿔주거나, 받침용 마우스패드 조각들을 놓는 방식만 조금 바꿔도 바로 반응이 나올 정도로, 극도로 민감한 스피커다.

밸런스를 잘 잡아낸다면 리듬도 확실히 잡아주면서, 섬세함과 분석력을 잃지 않는, 화려하면서도 또렷한 소리를 맛볼 수 있다. 토인은 어느 선을 지나면 급격히 음상이 좁게 뭉쳐버리기 때문에, 많이 주지 않고 적절히 퍼지게 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 가게에서 들어봤던 S21 앰프에서 이번 뉴트론4까지, 개인적으로 AVI사가 가진 인상은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극한의 정보력을 보인다는 것인데... 동사의 앰프와는 매칭이 안좋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살짝 든다. 뉴트론4같은 경우 구동이 어렵지는 않아보이지만 음색이나 성향은 고려를 해서 매칭해줘야 한다.

모니터 스피커는 아니지만 기기 모니터링에는 쓸 수 있다. 큰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고, 성향만 어울린다면 한국 주거환경에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잠재능력도 대단하고 한계도 명확한, 재미있는 스피커다. 똑부러지는 태도다.

끝판 설정

- 리비도 파워앰프를 끄고 석덴 A21a 인티앰프에서 바로 연결
- 푸바에서 24비트 업샘플링을 원래의 16비트로 전환시켰다. 96Khz 업샘플링은 그대로.
-- 주파수 / 프리퀀시 업샘플링은 섬세함을 부드럽게 끌어올리는데 반해 비트 업샘플링은 자칫 소리를 위아래로 늘려버리는 것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 아아 미묘해...;
- 인터선은 가을하늘 같은 킴버 KS-1011보다 무게중심이 낮고 진중한 ('닭가슴살' 케이블!) 익소스 102로.
- 스피커선은 물기를 머금은 아크로링크 6N-S1010II 보다는, 살짝 가식적이어도 쫙! 잡아주는 실텍 런던으로.
-- 케이블들은 종류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다. 미묘한 조절이 좀 더 가능해 보이는데...
- 방에 널려있는 흡음재들을 정리하거나 손보면 좀 더 나아질 것 같지만 거기까지는 손댈 엄두가 안난다.

그래서 시스템은 결국 이렇게... :
소스: Foobar (WASAPI, 16bit, 96khz)
DAC: Musiland 01 US (via USB)
앰프: Sugden A21a (via IXOS 102)
스피커: AVI Neutron IV (via Siltech London)
스피커 스탠드 (상->하):
- 마우스패드(네오프렌) 5조각 -> 내진벽돌x2 -> 마우스패드 통채 한장 -> 
  A4 용지 500장 묶음 -> 대리석 -> 방진패드

추가---------------------------------------------------------------------
다음날 건네주기 전까지 테스트해본 결과
책(종이), 내진벽돌, 대리석, 방진패드, 마우스패드 등을 혼합해서 만든 커스텀 스탠드 위에 놓고 스파이크를 블루택으로 연결해보니 훨씬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워낙에 예민한 스피커라 좋은 스탠드는 필수인 듯. 인터선은 다시 KS-1011로 돌아갔다. 나머지 세팅은 그대로. 참고로 이번에는 스파이크 3개의 꼭지점을 앞쪽으로 뒀다.

그 전에도 어렴풋이 느낀것이지만 포지셔닝이 애매한 스피커같다. 아마 동급 기기들로 제대로 듣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은...

이래저래 한 잡지에서 이야기한 '초소형 로켓'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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