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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음악/듣는 것들

크리스 보티 -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 (2026.06.15)

by J.5 2026. 6. 28.

6월 15일 월요일에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크리스 보티 공연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공연 한 2주 전 쯤인가... 인스타그램에 뜬 걸 보고 뒤늦게 알았는데, 직장 후임 여자친구가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하는지라 운좋게 더 나은 자리로 옮길 수 있었네요 (취소석이 생겨서 맨 앞줄로). 여담이지만 후임이 공연 자리 물어보러 전화했을때 여친한테 혼이 났는데, 영문을 몰랐다가 알고 보니 한참 전에 이 공연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었는데 어쩌다 까먹어 버렸다더군요 크크. 지금 둘이서 한국 여행 중일텐데... 😊

'그린 룸' 이라는 스탭 전용 공간 (무대 뒤 통로와 홀 등) 에도 덕분에 들어가 보았는데, 여기 내부 식당이 맛도 가격도 정말 좋더군요. 후임이 혼자 오면 앉아서 공부한다는 오션뷰 창가에 흑인 분이 앉아서 통화하는걸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보스턴 공연에도 함께 했던 기타리스트 마크 휘트필드(Mark Whitfield)셨다는...ㄷㄷㄷ

동그라미 친 자리에 제가 앉고
후임과 여친도 좋은 자리에 :)

아니 그런데... 일반적으로 공연 도중에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앵콜 무대 정도나 상황에 따라 허락받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군데군데에서 같은 사람들이 수시로 플래시도 켜고 동영상 촬영을 하던데 (특히 발라드 곡 때는 더!) 솔직히 신경이 거슬리더군요. 저도 공연 갈때마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거 꾹꾹 참으면서 보는데 😤

그래서 저도 에이씨 모르겠다 하고 앵콜 연주때는 동영상을 찍긴 했는데... 티스토리가 이제 동영상 업로드를 중단시켜서 올리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올리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해서...;

 

크리스 보티와 공연에 관한 감상

  • 생각보다 허우대가 커서 놀랐습니다. 검색해보니 180대 초반으로 나오는데 굽이 있는 구두를 신어서 그런가 더 커보였어요. 몸도 탄탄해 보이고... 얼마전에 라클란 맥켄지도 그러더니 백인 재즈 트럼펫터들은 원래 이런가? 하는 생각이 문득(...). 그리고  미디어 등에서 익숙했던 모습보다는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싶더군요.
  • 전반적인 공연 컨셉은 보스턴 공연과 비슷한 틀이기는 한데,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분위기도 가벼웠습니다. 생각보다 뭐랄까 꽤... 딴따라(?)스러운 느낌이었어요. 보라색 벨벳 마이 때문에 더 그랬던 건지 하하.

공연 내용

세션은 피아노 - Julius Rodriguez / 베이스 - Barry Stephenson / 드럼 - Lee Pearson 으로 셋 다 젊은 흑인 주자들이었는데, 보티는 이들에게서 약동감과 그루브를 얻고, 이들은 경험을 쌓고 내실을 다지는, 서로가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보였습니다.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더군요.

게스트 아티스트들은 위에 언급한 마크 휘트필드 외에도 바이올린의 Caroline Campbell, 싱어송라이터인 John Splithoff, 테너 가수인 Fernando Varela 등이 있었는데, 다들 참 잘하더군요. 특히 가장 자주 등장했던 캐롤라인 캠벨은 끼가 다분해서 더욱 인상적이었구요. 마무리를 오페라 곡으로 한 것도 무게감 있는 마무리를 위한 좋은 배치였습니다.

크리스 보티라는 독주자로서의 공연이라기 보다는, 반 쯤은 쇼의 디렉터나 호스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러 아티스트들을 소개해주면서 연주의 중심도 자주 넘겨주고, 본인은 피쳐링 아티스트 같은 느낌으로 진행한 곡들이 많았습니다.

트럼펫터로서

사실 크리스 보티는 어느 특정 장르의 장인이라기 보다는 팝 / 크로스오버 / 컨템퍼러리 분야의 연주자라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실제로 들으니 와... 진짜 잘 분다는 감탄이 나오더군요. 세계적인 음반 판매량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꽉 차고 두터우면서도 잘 뻗는 소리는 음반이나 영상으로 들었던 것보다도 훨씬 존재감이 크고, 무엇보다 가장 놀랐던 건 소리의 즉각성(?)입니다. 어택에서 일어나는 흐트러짐이나 볼륨의 가감 없이, 그냥 오디오를 잘라 놓은 것처럼 완성된 소리가 입을 대자마자 바로 나와요. 어택이라는 단계를 건너뛰어버린 / 없는 것 같은...? 연주력이나 고음, 파워 등도 생각보다 훨씬 짱짱하고 매끄럽구요. 다만 초반에 빵하고 임팩트를 주려고 좀 과하게 불었는지, 초중반 즈음에는 살짝 흐트러지는 모습도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노련하게 어느 정도 페이스를 조정해가면서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공연 내용 상, 중간중간에 입술이 쉬고 회복할 틈이 상당히 많은지라, 이것도 어느정도 본인의 노하우 / 공연 운영법이라는 느낌입니다. 여튼 플레잉 자체는 생각보다도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서, 빌 애덤 교수법에 대해서 새삼 흥미가 샘솟더군요.

그런데 한 가지, 이런 소리에 관한 판단에 지장을 주는 요소가... 얼핏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이펙터 활용입니다. 연주 도중에도 볼륨을 높여라, 울림을 더 달라는 쪽의 주문을 계속 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이게 이해가 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크리스 보티가 머리 속으로 그리는 음상이 그런 거에요. 리버브(잔향)이 한 8초~10초 정도가 남을 정도로 울리는데, 음악이나 사운드가 애초에 그런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소리의 바다라고나 할까요, 동굴이나 넓은 터널 / 다리 아래서 불 때 들을 수 있는 그 소리처럼, 트럼펫에서 울리는 잔향이 공간을 가득 메우는 그 안에서 뭐라도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느낌인데, 이게 일반적인 트럼펫 공연과는 아예 달라서, 음향 팀 쪽에서 헤매던 것도 나중에 좀 이해가 가기는 했습니다만, '아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메인 급인 콘서트 홀에서 공연을 하는건데 서로 이 정도로 사전조율이 안 된 건가...?'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이 덕에 악기들간의 소리 밸런스도 좀 흐트러진 모습이었고, 특히나 위에 언급한 캐롤라인 캠벨의 바이올린 소리는 악기의 특성까지 더해져 전혀 갈피를 못잡고 있다가 (볼륨도 부족한데 톤마저 얇은...;) 중반 즈음이나 되서야 소리가 좀 맞는 것 같더군요.


공연을 본 지 2주가 다 되어가다 보니 기억의 생생함은 좀 부족하지만, 머리속으로 메모해 둔 포인트들이 있어서 그 위주로 감상 후기를 써 보았습니다.

예전에 크리스 보티가 계속 투어생활을 하다가 집의 필요성이 없음을 느끼고 처분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보았는데 (그 뒤론 호텔에서 생활하다가, 코로나 때 다시 집을 구입했더군요), 뭐랄까요, 로드투어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마치 집시처럼 온전히 체화된 느낌이랄까... 생각보다 공연 자체는 '크리스 보티 쇼' 같은 느낌에 가까웠고, 대중성과 엔터테인먼트는 갖추었지만, 어딘가 무성의하다고 느껴지는 가벼움이 머리 한구석에 화두처럼 남습니다. 왜 화두냐면... 그런 가벼워보이는 무대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연주자들의 실력은 경외심이 들 정도로 대단했거든요. 그들의 재능과 노력이 어느 정도인 건지 아득하다 싶을 정도로요. 가감없는 실력 주의인 미국 특유의 문화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한 편으로는 원초적인 형태로서의 엔터테이너를 생각해보면 ~ 저잣거리의 광대패라던가, 고대의 음유시인이라던가 ~ 이런 것이 본질에 가까운 모습인가 싶기도 합니다.

생각할 거리는 일단 나중으로 남겨두고, 글을 슬슬 마무리하겠습니다.

최근엔 부쩍 이것저것 눈으로 보러 다니네요. 다음은 8월에 호칸 하르덴버거 시드니 내방이 있어서 기대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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