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마하기/호흡, 자세, 암부셔

트럼본 2개월차 경과 보고 + 트럼펫 연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

by J.5 2023. 10. 9.

야마하의 YSL-456A 트럼본을 구입하고 2개월이 지났습니다.

구입 후에 면담(시범 레슨) + 3번의 레슨을 받았는데, 마지막 주말에 준비해 간 레슨곡 연주 + 3옥 도까지 스케일을 한번 시켜보시더니 딱히 레슨으로 더 가르칠 것은 없다고 하시네요. 주로 학생들 위주로 가르치는 곳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애초에 입시나 자격증 시험 같은 목표가 아니라 저 개인의 편곡 + 연주를 위해 한다고 했었으니... 아마 그동안 나름 열심히 하는걸 보니, 나머지는 혼자서도 알아서 할 수 있겠다 싶으셨나 봅니다.

이건 작년의 스튜어트 커완 선생님하고도 마찬가지인데, 문화나 마인드의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가 예전에 사석에서도 그런 얘기를 가끔 했거든요. "한국은 주변에서 하도 보는 눈이 많으니까 열심히 해야 되고, 호주는 아무도 너가 뭐 하든 신경을 안쓰니까 열심히 해야된다"고... 하하. 어쨌든 트럼본은, 이후로는 제가 하다가 막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찾아가는 정도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트럼펫을 오래 불었던 것이 역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트럼펫과의 연계

당연하지만,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종잡을 수가 없더군요. 연습을 좀 하다가 나팔로 바꿔서 불면 하루는 잘 됐다가, 하루는 또 입술이 뻑뻑해서 안 됐다가... (그래서 케니 램튼에게도 트럼본-트럼펫 병행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그러다가 한 2~3주 지나고 나니까, 감이 좀 잡히더군요.

근무시간 이후의 제 자리 풍경(...)

우선 결론적으로... 

  1. 입술을 '만들면' 안된다.
  2. 앞 쪽으로 편하고 두터운 바람을 끊임없이 보내주어야 한다.

라는 두 가지가 대전제였습니다. 영어권 게시판에서 트럼펫과 트럼본 병행에 관해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을 보았는데, 잠깐 불고 만 것이 아니라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트럼본과 트럼펫에서의 기본적인 주법 원칙을 공통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트럼본 연주는 트럼펫 연주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러나 각각의 악기에서 개별적으로 '특정한 형태/주법'을 잡아서 부는 쪽이라면 충돌이 심할 것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적인 것 보다는, '편한 숨', '입술을 의식하지 말 것', '집중하면 몸은 알아서 잡힌다' 같은 쪽 위주로 중점을 두고 있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위에 예시로 든 두가지 대전제도, 평소에 트럼펫 연주를 하면서 놓치기가 쉬웠던 ~ 즉 알고는 있는데 습관적으로 잘 못하는 ~ 부분들인데 계속 의식을 하면서 불게 되어 속으로 살짝 '심봤다!' 싶기도 했습니다 하하...^^

이번 주말 집에서는 이러고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트럼본과 트럼펫을 병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향후 주법과 관련해서 글을 한번 더 쓸까 싶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의 두 가지와 더불어, 예를 들면 슬라이드를 움직여야 하는 부분 때문에 오는 깨달음들도 있었습니다.

포지션은 '미리' 와 있어야 한다

예전에 '트럼펫 실력'에 관한 글에서도 다루었지만, 트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을 '내면서' 슬라이드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음의 발성(어택)을 하는 순간에 이미 슬라이드가 그 포지션에 도착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음정이 내는 도중에 바뀌거나, 소리가 아래 배음으로 터져버리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더군요. (특히나 예민한 포지션이 있는데 어휴... 덕분에 더 되새기게 됐네요 ^^;) 트럼본 연주를 보면 슬라이드 위치를 잡을 때 팔이 생각보다 빠르게 휙휙 움직여서 포지션에 탁 탁 멈추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게 왜 그런 건지도 알겠더군요.

몸에 힘 빼기

혀의 텅잉이나 손가락 운지도 마찬가지지만, 몸을 빠르게 움직이려면 기본적으로 릴랙스가 되어야 합니다. 단, 트럼펫은 온 몸이 경직된 상태더라도, 상대적으로 작은 근육들 위주로 움직이는지라 (혀, 손가락) 이것이 크게 체감이 안되기가 쉬운데, 트럼본같은 경우는 어깨부터 팔 전체를 가볍고 빠르게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훨씬 큰 근육이 활용되기에 '힘 빼기'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지고, 더 온몸으로 이완이 유지되는 편입니다. 이것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암부셔, 그리고 전체적인 주법에도 적용이 됩니다.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전신 차원의 이완...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분리' 개념과도 이어지는 겁니다만, 요게 쉽지가 않지요 😅

음정

아직 정확한 포지션이 손에 익지 않아서 노력중인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레슨 방식에 대해서 좀 돌아보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각 잡고' 배우고 가르치는 상황이었으면 이런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엄청 단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트럼펫이 가진 음정 경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제 머리에 자리를 잡아버렸다는(!) 점입니다. 자연스럽게 "이 음이 맞는 것 같은데??" 라고 확인해보면, 트럼펫이 그 음에서 가진 샵/플랫 경향들이 그대로 드러나더라는...ㄷㄷㄷ

트럼본은 슬라이드가 자유로운 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반면 정확히 맞추기도 쉽습니다. 저는 시창이 그리 좋지 못하고 음정에도 둔한 편인데, 도저히 여기에 대한 가이드가 없으면 트럼본을 하기가 어렵겠다 싶어서 위 사진들에 보이는 미디 키보드를 하나 샀습니다. 다양한 기능에 비해 음정 확인용으로만 쓰고 있는 중이지만 😂, 사실 그것만으로도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레슨 흐름에 따라, 일단 소리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곡을 템포에 맞추어 완주하는 데에 집중하였으나... 앞으로는 음정에 관해서도 좀 더 나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최소한의 세팅이나 컨트롤을 제외하면 입 안이 어떻게 되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고... 개인적으로는 '트럼펫에서 몸에 배인, 알고는 있지만 바꾸기 어려웠던 안 좋은 습관들'이, 트럼본에서는 다시 백지에서부터 원하는 방향대로 몸에 익혀지는 것 같아서 (적어도 아직까지는?) 즐겁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트럼펫은 억지로 만들어서 소리를 내도 어찌저찌 그럴싸한 연주가 (본인 입장에서는) 되는데, 트럼본은 그냥 안되거든요(...). 다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 트럼본 용 근육도 붙고 익숙해지면 다시 선(善)영향이 줄어들지도 모르는 일이라... 두고 볼 일인 것 같습니다.

뭐랄까요, 그냥 좀... '단순해야 할 부분은 되게 단순해야 하는구나', 하는 요즘이네요.

오늘 글은 이 정도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