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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1s/7 분실 때문에 요즘 제정신이 아니네요

by J.5 2018. 2. 1.

전에 없이 오랜만의 글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쓰고 싶은 것들은 이것 저것 있는데, 지금 메인으로 사용하던 칼리키오 1S/7 트럼펫이 분실 중이라 도저히 글 쓸만한 경황이 아니네요.

11월 말 경에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다가, 세워둔 1S/7을 실수로 넘어뜨렸는데 2번 슬라이드가 살짝 눌렸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괜찮은데... 밸브가 영향을 받아서 작동이 잘 안되는 겁니다. 부딪히면서 살짝 밀려서 그런것 같아서 다시 조금 더 앞쪽으로 2번 슬라이드를 민다고 밀었는데...

"뽕"

하더니 뭔가 날라(...)가더군요.

개탄스러웠습니다. 깊은 한숨...

곧바로 칼리키오의 존 두다씨께 문의를 드리니 어떻게든 손 볼 수 있을거라 하셔서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12월 4일자 업데이트로, 세관 통관을 마치고 시카고 물류센터에 도착했다는 정보을 끝으로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12월에 돌입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물류가 많이 쌓여있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었지만, 이동이 없은 지 1주일이 지나자 한국 우체국 측에 행방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신청한 뒤 1달 여가 지나자, 배상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제 딴에는 안그래도 억울한데, 여기에서 좀 어처구니 없는 일이 터졌습니다.

배상해주는 주체가 발송한 동네 우체국인데, 이곳 말로는 보험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물건 값은 물어줄 수 없고, 단순히 과실비 7만원 + 제가 낸 배송비 + 무게 당 금액으로 이것저것 합쳐서 십 몇 만원밖에 배상이 안된다는 겁니다.

지금 이것 때문에 굉장히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보험이라는 것이 파손에 대한 것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이게 들지 않으면 분실도 면책이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사전고지를 받지 않았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이번 발송 때에는 우체국 직원 측의 추천으로 우체국 앱을 깔아서 거기에서 신청서를 작성했는데요. 지금에 와서야 더 절실하게 느끼는 점이지만 아직 완성도가 좋지 못합니다. 허위로 다시 신청서를 작성해보면서 찬찬히 검토해보았는데... 일단 보험에 관련한 어떠한 언급이나 선택사항도 없습니다.

또 한가지는 상품구분이 '선물 / 견본(샘플) / 상품' 의 딱 3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 나팔은 이미 미국에 제가 두 번이나 보낸 적이 있는 나팔인데, 수리 용도라는 것을 별도로라도 꼭 기재를 했었거든요. 혹시나 배송 도중에 도둑을 맞은 것이라면 Gift라고 적어보낸 부분이 상당히 아쉬울 것 같습니다.

미국 우체국과 우체국의 고객 관리 센터 측에 새벽에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1시간이 넘도록 대기만 하다가 전화는 포기하고... 미국 우체국 측에도 행방 조사를 넣어놓긴 했습니다만 아직 묵묵부답입니다.

이제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진 지역 (시카고) 인근의 수리점이나 악기점, 전당포 등에 전화를 해서 문의하고 메모를 남기는 것 정도인데... 많이 버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다시 나타날 때도 있고 영영 없어질 수도 있고... 완전히 복불복이더군요.

한 편으로는 좋든 싫든 없어진 나팔을 대체할 녀석을 찾아야 하는데, 금전적 부담도 어마어마하고, 칼리키오의 높은 위상을 근래에 되찾아온 존 두다 씨도 은퇴 수순을 밟고 계셔서... 새 나팔 제작 문의를 드렸더니, 다음에 공방 쪽으로 갈 때에 밸브 남은 것이 있는지 한번 보겠다고 하시더군요. 이것도 그런데 여분이 없으면 더이상 못/안 만드실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여담.

사실 한동안 이 나팔을 조금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내심 했었는데, 실수로 이 녀석을 넘어뜨린 것이 어쩌면 제가 나팔을 개량하거나 바꿀 구실을 찾아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게 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국 트럼펫헤럴드의 한 회원 분께서는 이런 일이 운명적으로(?) 새로운 나팔을 맞이할 때가 되어 그럴지도 모른다고 부드럽게 말씀해주셨는데...

이번에 미국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저도 큰 마음 먹고 그 동안 망설이던 벨 교체를 해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미 새 벨은 존 두다씨께서 만들어놓았고, 그것에 대한 지불도 이미 마쳐놓은 상황입니다.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는데 주머니는 텅 비었고... 막막하네요. 우체국과는 계속 얘기 중이긴 합니다. 당분간 블로그 업데이트가 더디더라도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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