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펫 & 플루겔혼/마우스피스

e65M 의 도착 - GR 마우스피스 탐험기

by J.5 2017. 12. 10.

최근 소소한 지름을 하면서 또 하나의 GR 피스를 가져왔습니다. 세어보니 이것이 제가 구매한 6번째 GR 피스더군요. 스스로도 참 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하...



제가 처음 GR 피스를 불어보면서 확 느낀 점은 '컴퓨터같은 정확함'입니다. GR측에서는 '컴퓨(터)-밸런스드(Compu-Balanced)' 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홍보를 하는데, 과연 그럴만 하다 싶더군요. 컨트롤에 대한 반응이 정말 칼같이 딱딱 떨어집니다. 물리적인 형태, 무게감이나 음색의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다른 피스들은 좀 더 물렁하거나 어물쩡하게 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체감적인 면에서는 반응속도와 정확도 둘 다 유달리 뛰어나게 느껴졌습니다.


두번째 장점은 귀가 조금씩 트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와닿은 점인데, 소리가 정말 좋습니다. 적어도 제 입장에서 연주하면서 들리는 소리는 그렇습니다. 어느 한 부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모든 배열음이 고르게 꽉 찬 느낌.


참 환상적인 피스가 아닐 수 없지요?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여러개를 사게 되었느냐 하면...


림이 절망적입니다

아니, 뭐랄까요...


도저히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1:1 레슨을 시작하고 나서 선생님이 쓰라고 주신 피스 두 종류가 저에게는 가장 잘 맞는 피스였는데 (그만큼 열심히 잡고 불어서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나는 42림을 쓰는 밥리브스의 RP8이었고, 다른 하나는 말씽키위츠 바비슈 모델입니다. 특히 말씽키위츠 바비슈는 제가 내심 '사기 피스'라고 부를 정도로 쉽게 잘 불립니다. (단, 오래 불면 살에 파고 드는 느낌이 조금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계속 불다 보니 소리가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 싶어서, 어느 순간부터 마우스피스 여행에 나선 겁니다. 사실 따로 글은 쓰지 않았지만 올 여름에도 엄청나게 사재꼈습니다(...).


GR 웨인버저론 스튜디오 / 2017.01~07GR G65M / 2017.08~11

올 1월부터 7월까지는 선생님에게서 구입한 웨인버저론 스튜디오 피스를 잡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여름에 약 열개 정도 새로 구해서 테스트해본 뒤에 (기존 피스 포함 20+개) 고른 녀석이 G65M 입니다.


이 두 녀석의 기본적인 문제는 같았습니다. 처음에 불 때는 마법같이 잘 불리고 좋았는데, 진득하게 붙들고 불어보니 불수록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라는 것(...).



개인적으로 느낀 GR 림의 특성은 왼쪽 그림과 같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화해서 그린 그림이니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는 마시구요!)


림의 안쪽, 컵으로 깎여내려가는 부분이 다른 피스들에 비해 부드럽게 열려 있습니다. 더불어 일반 림의 경우 (특별 옵션 없는 일반 65M, 66M 등) 고점이 비교적 안쪽으로 동그랗게 올라와 있는 느낌이구요. 파란 선은 대략 G림의 느낌이고, 웨인버저론 스튜디오 모델의 경우는 림 전체가 좀더 V형 처럼 안쪽으로 모아져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저렇게 열린 안쪽 엣지가 GR 림의 비밀 중 하나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불어보면 입술을 더 넓게 쓴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GR 측의 설명으로는 림이 납작하면 음색이나 유연성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같은 사람한테는 이게 나중에 어떻게 되냐면, 입술이 좀 부드럽게 풀리고 나면 세팅 시에 종종 입술을 어떻게 해야될지 느낌을 종잡을 수가 없게 되더라는 겁니다 ㅜ.ㅠ 다음 그림을 보시죠:


이런 식으로다가, 입술이 가장 눌려있는 부분에서 컵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남아도는 듯한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세팅할 때에도 미끄덩거린다던가, 입술이 잡혀들어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입술이나 암부셔에 신경을 쓰다 보면, 떼었다 다시 부는 순간 어떻게 입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어야 하는지 어쩔 줄을 모르겠더군요. 정말 미쳐버립니다(....).


웃기는 거는... 이런거에 걱정하거나 상관할 필요 없이 잘 불리는 때가 있는데,

1. 처음엔 안그럽니다. (구입한 지가 얼마 안 되었든, 그날 그날의 연습 시작이든)

2. 잘 불려서 그렇든 도취가 되었든, 아예 입술에 신경을 안 써버리는 상태가 되면 또 괜찮습니다.


참고로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주로 웨인버저론 스튜디오 모델과 G65M을 거쳐오면서 느낀 점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외엔 66M을 몇 년 동안 갖고 있으면서 간간히 불어본 정도?


지금 보니 65M(왼쪽 사진)은 제대로 된 독사진 하나 없군요. 호모나 세상에... ;ㅁ;


나중에는 65M 을 충분히 시도해보지 못하고 양도해 드린 것이 좀 아쉽더군요. 조금 더 바깥쪽이더라도 확실히 붙잡아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하.지.만! 이번에 e65M이 도착했으니, 당분간은 또 진득히 이 녀석만 불어볼 요령입니다. 여름에 G65M을 발견했을 때에 원래 찾던 모델이 e65M 이었는데, 옛날에 66M과 같이 샀던 것이 e65MX 이었거든요. MX컵이 깊은 컵이라 많이 불진 않았지만, e림은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요.


이번에 e65M은 오자마자 불어보았을 때는 G65M 하고 차이가 너무 미미한 것 같아서, 처음엔 괜히 헛짓한거 아닌가 하고 살짝 멘붕이 왔었는데, 가만히 보니 분명히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있네요. 불면서 입이 미끄러지거나 빠지는(?) 느낌 없이 더 단단히 잡아준다고 해야 할까요? 이번에는 반대로 첫인상이 별로였다가 차츰씩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만약 이번에도 안된다면? 하아 글쎄요... ㅜㅠ 아직 시도해볼 수 있는 모델들이 두세가지 있긴 합니다만 (Z*림, 64.7림 등), 일단은 그런 생각 안하고 그냥 불어보렵니다. GR 특유의 톤이랑 반응을 놓치고 싶지는 않은데...^^ 미국에서는 근처에 GR 컨설턴트가 있으면 가서 다양한 조합을 불어보고 결정할 수가 있다던데, 이럴때는 참 부럽네요.


그래도 세상은 넓고 피스는 많으니까! 적어도 몇년은 쭈욱 같이 갈 만한 피스, 곧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