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던 지아디넬리 마우스피스가 도착했습니다.
주문하는 김에, 지인 분이 마우스피스 파우치를 구매해달라고 하셔서 가드의 4피스짜리 파우치를 같이 구입했습니다. 일단 주 관심사인 피스부터 볼까요?
지아디넬리 마우스피스는 뉴욕의 악기 수리점에서 악기 수리에 그치지 않고 요청대로 마우스피스 개량도 해 주던 로버트 지아디넬리의 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자기가 더 잘 만들 수 있겠다 싶었던 지아디넬리는 이윽고 마우스피스 사업에 뛰어듭니다. 사업 초기에는 수리점에서의 인연으로 알고 지내던 유수 프로 연주자들의 마우스피스를 만들어주는 걸로 시작하였지만 훌륭한 솜씨로 곧 고객층을 넓혀 나가게 되죠. 지아디넬리 마우스피스를 사용한 그의 고객들 중에는 무려 루이 암스트롱, 클락 테리, 메이나드 퍼거슨과 척 맨지오니 등의 전설적인 연주자들도 포함되었으며, 재즈와 클래식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프로 주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1946년 군복무를 마친 뒤부터 40년이 넘도록 운영된 그의 가게는 단순한 악기 가게가 아닌, 세계 어디에도 없는 국제적인 금관악기 센터같은 곳이었다고 하네요. 1980년 군악대를 나온 한 청년이 여기에서 일을 구해서 마우스피스 제작을 배웠으니... 바로 스톡(Stork) 마우스피스의 존 스톡입니다. 현재 그의 가게가 있던 자리를 물려받은 존 발티모어 (Jon Baltimore) 뮤직은 현재 타임스 스퀘어 지역에 남아있는 유일한 악기 판매/수리점이라고 하네요. (관련글 #1, 관련글 #2, 관련글 #3)
로버트 지아디넬리가 떠난 후 브랜드로서도 명을 다한 듯 했던 지아디넬리 마우스피스가 어느 날 화제로 떠오릅니다. 2008~2009년 경, 미국의 한 악기점에서 지아디넬리 피스들을 무려 개당 $4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덤핑해버린거죠. 제가 알기로는 마우스피스 제작에 쓰이던 도구들을 가져가서 원피스 모델들로 잠시 찍어냈던 곳이 있엇는데 이곳의 물량들이라고 합니다. (원래 지아디넬리 마우스피스들은 두개 혹은 세개로까지 분리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어디 창고에서 물량이 또 한번 발견되었는데, 아마 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물량들을 'New old' 모델들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 조금 남아있는 물량은 Horn Guys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캔스툳에서 분리 가능한 모듈러 모델들 중에 GIR 시리즈가 지아디넬리 피스들을 카피한 것으로 그나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얼핏 얼핏 이름을 듣던 차에, 호기심에 12M을 한번 구입해보았는데, 사이즈가 작아서 거의 쓰지는 않았지만, 느낌이 굉장히 좋더군요. "야 이거 물건인데?" 싶었지만, 기존 모델들 중 유난히 좋은 평가가 많은 6M 사이즈를 구할 수 없었다가... 얼마 전에 두 군데에서 구입 가능한 것을 발견하고는 주문한 것이 이번에 도착한 요 두 녀석입니다.
같은 6M이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 좀 달라보이지요? 림이 좀 더 둥그스름한 것은 Horn Guys에서 구입한 신형(?) 원피스 모델이구요, 다른 하나는 이베이에서 구입했는데 림 파트가 납작한 F 모델입니다.
원피스 모델을 불어보았는데, 와우... 역시, 틀림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아디넬리 피스들에게서 느끼는 점은 굉장히 편안한 림과, 특유의 음색에 있는데... 소리의 표면적인 결은 굉장히 포근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코어는 볼륨감이 묵직하면서 꽉 찬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장비를 새로 구입하면 항상 막 좋게 보이는, 소위 '허니문 기간'이 있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이런 특유의 장점들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으음? 음... 느낌이 좀 거시기합니다. 저는 보통 3C 전후 사이즈를 많이 불고, 요즘은 컵 깊이가 살짝 얕은 (여러 군데에서 'M / 미디엄 컵' 이라고 하는) 모델들을 주로 부는데, 엄청나게 큽니다... ㅜㅠ 많이 불어보진 않았지만 모넷의 B3S3나 바하의 1.5C보다도 더 큰 느낌? 프로파일 상으로는 그 정도는 아닐텐데, 뭔가 들어가는 호흡 양이나 사용되는 입술 면적같은 데에서 오는 체감이... 또 한가지, 적응을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느껴지는게 있더군요. 현대의 일반적인 피스나 악기들은 보통 고음으로 가면 뚜렷하게 저항이 더해져서 효율적으로 불 수 있는데, 요녀석은 그런 느낌이 별로 없더군요. 음역이나 음량이 올라가면 올라가는 만큼, 고스란히 그만큼의 호흡과 주력을 더 요구한다고 해야 하나... 이 부분은 아직 확신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올즈 레코딩을 불어보았을 때에도 이런 느낌이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옛 시절 장비들의 특징적인 것인지 아니면 단지 적응이 안되고 평소 부는 사이즈보다 커서 그런지는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렵네요. (여담으로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크다고 생각했던 칼리키오의 1s/2 같은 경우, 익숙해지고 나니까 다른 모든 나팔들이 다 불편할 정도로 효율적이고 불기 편한 느낌이 되더군요.)
그리고 분리형인, 플랫림 모델을 불어보려는데... "톡", "톡" ...읭? 아뿔싸...ㅜㅠ 지금 불고 있는 로울러 C7c에 꽂으면 이 녀석이 리드파이프에 닿아버리는 겁니다. 다른 분들의 나팔로 테스트해본 결과 플랫 림은 저한테 굳이 맞지는 않는 듯 한데, 소리는 이쪽이 좀더 옹골차서 좋게 들렸습니다. 컵의 라인이나 쓰로트 등이 조금은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어찌되었건, 모임에서 가르쳐주시는 시향 선생님께서는 여태껏 들은 제 소리 중 가장 좋은 소리라고 하시고, 원피스 모델의 경우 림도 편안하다고 호평하시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매력적인 피스인 것 같습니다. 모임 때에는 원피스 모델로 당분간 써보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함께 주문한 가드(Gard)의 4개들이 마우스피스 파우치입니다. 왼쪽의 것이 기존에 제가 쓰는 녀석인데, 참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서 이번에 지인분께 추천드려 구입한 것인데요, 재질이나 마감 등을 보면 도저히 $12라는 가격이 믿어지지 않는 제품입니다. 하나를 시키면 배송비로 $3.50을 줘야 하는데, 두개를 주문하니 배송비가 무료라서 그냥 저도 하나 더 구입했습니다. 단, 사진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존 모델의 경우 가죽에 자글자글하게 주름이 져 있는 재질인데, 이번에 시킨 녀석은 표면에 별다른 특징 없이 매트 느낌으로 깔끔하게 처리되었더군요. 아직 뜯지는 않았는데, 집을 못찾고 있는 피스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는지라(...) 곧 꺼내서 사용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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