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전 불어본 커리의 스탠다드 피스들의 느낌은 뭐랄까. '당돌함'이었다. 블로잉이나 소리가 그렇다. 단단하고 선이 굵으면서도 일직선으로 쭉 뻗는 느낌. 번지거나 흐트러지지 않는,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면서도 강력한 느낌. 영어권에서 인기가 꽤 좋은데, 참 미국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브랜드다.
나팔을 불면서 플루겔혼 비슷한 음색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찾아보다가 이 커리 사의 TF 시리즈를 주문해보았는데, 불어보니 기가 막혔다. 어처구니 없다고 해야되나?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확 변한다. 흡사 플루겔혼의 그것처럼 몽글몽글하고 펑퍼짐하게... TF의 F가 플루겔혼(Flugelhorn)의 F라던데, '과연' 싶더라. 마우스피스 변화에 어지간히 둔감한 나팔이라도 즉빵이다.
사진에서 잘 드러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컵이 V자 깔때기 모양으로 엄청 깊다. 아닌게 아니라, 실제 피스 자체가 플루겔혼 피스같다. 블로잉도 그만큼 개성적이다. 플루겔혼과 트럼펫을 오가는 연주자에게는 이 피스가 상당히 쓸모있을 것 같다.
이 피스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꼽는 또다른 강점은 굉장히 부드럽고 소프트한 어택이다. 소리가 퍽 하고 초장에 터져버리지 않는다.
다만 ~ 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 컵이 깊은 만큼 호흡을 더 요구한다. 고음 위주로 연주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포근하고 멜로우한 특유의 음색에 맞춰져 나온 피스라, 용도는 뚜렷하다.
개성이 굉장히 강하고 내가 원하는 길과는 조금 다른 피스라, 결국 많이 쓰게 되진 않더라.
장터에 내놓기 전에 한번 정리할 겸 기록으로 남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