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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a Playa

여성, 트럼펫터

by J.5 2012. 12. 11.

여자가 뭘 못한다구?!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이미지가 굉장히 남성적이기는 하지만, 이 악기의 매력으로 꼽는 것들 중 하나가 '남성성과 여성성의 공존'이라는 점은 약간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사실 트럼펫 커뮤니티나 모임 등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느낀 점들 중 하나는, 의외로(?) 여성 주자들이 꽤 있다는 점이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인데, 음대에서 남성 트럼펫터들이 불꽃같은 속주나 고음 등을 겨루는 데에 혈안이 되어있는 동안, 여성 트럼펫터들은 온전히 소리와 음색 자체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래서 좀더 부드럽고 고운 음색이 나온다나 뭐라나. 기실, 그것이 영화가 되었건 건축이 되었건 간에, 문화/사회 전반에 있어서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란 수식어는 일종의 클리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그만큼의 진실성을 내포하고 있어서, 트럼펫 역시도 예외가 아님을 이번 기회에 좀 더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 소녀 트럼펫터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어지간한 악기에 비해 상당한 신체적 능력을 요구하는 악기임은 맞지만, 그것은 쉽게 말하자면 '근육'보다는 '건강함'을 요구하는 것에 가깝다. "어째서 과거에 유명한 여성 트럼펫터가 없었을까?"라고 생각하면, 글쎄. 어쩌면 '여자가 트럼펫을 분다'라는 개념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은 것은 아닐까...?  여권의 신장과 사회진출의 느린 속도도 영향을 끼쳤을지도.


※ 피아노 반주를 이제 보니 얼마 전, EBS 다큐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는가」에 나온 박종훈 씨다!


이제는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소녀 트럼펫터들도 하나 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꽤나 화제를 끌었던 멜리사 베네마(Melissa Venema)의 연주 말고도, 애틋한 사연을 갖고 콩쿠르를 휩쓸었다는 위 비디오의 전해린 양, 트럼펫 신동이라 불리는 박고은 양 등. 이런 어린 소녀들만 봐도, 적어도 신체적의 불리함이 딱히 원인이 되지는 않을 듯 싶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는 이미 생생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훌륭한 선배들이 있다:



◈ 여성 트럼펫터

사실 누군가가 '여자도 트럼펫 부나요?' 하고 물어보면, 꽤 쉽게 제시할 수 있는 모델들이 있다. 영국의 앨리슨 발솜(Alison Balsom)노르웨이의 티네 팅 헬세트(Tine Thing Helseth). 적어도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는 여성 트럼펫터의 양대 산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외모에서 풍겨지는 이미지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이 둘은 같은 여자라도 각자 상당히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발솜이 좀 더 순백이나 자연의 연두빛에 가깝다면, 티네는 좀 더 진한... 예컨데 진홍이나 벨벳 같다는 인상. (참고로 둘 다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모습이 화보 사진보다 훨씬 예쁘다! 이것도 트럼펫의 솔직한 특성 덕분일지...?)


무서운 언냐들


이런 스타 여성 트럼펫터들의 등장은 두 손을 들고 하악하악환영할만한 좋은 일이다. 같은 여성 트럼펫터에게 있어서도 실체적인 롤모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클 것이다. 그녀들이 있음으로 인해 "할 수 있을까?"와 "어떤 모습으로 하면 될까?"에 대한 뚜렷하고 구체적인 비전도 생길 것이고. 심지어 티네같은 경우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10인조 브라스 앙상블, 「tenThing」까지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과 '트럼펫터' 사이에 재즈란 단어가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당혹스럽게도, 여성 "재즈" 트럼펫터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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