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저 HD-555를 내놓고 바이어다이나믹 DT 440 신품을 구입했다.
DT 440은 이 후에도 다른 버전이 출시되었었는데, 구형 모델이라서 그런지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름에 관하여-
일단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Beyerdynamic은 베이어다이나믹이 아니다. '바'이어다이나믹이다.
예전부터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영어권에서도, 본토 독일어권에서도 '바'로 읽는다.
정식 수입업체 홈페이지에선 그냥 'Beyerdynamic'으로 표기해놓았다.
-엔지니어 마인드-
DT-231
바이어다이나믹을 알고, 좋은 인상을 갖게 된 것은
7~8만원대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DT-231을 사용하면서 부터였다.
바이어다이나믹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제품에서 엿보이는 철저한 엔지니어적 마인드다.
촌스럽지 않지만 깔끔하고, 내실이 튼튼하면서도 낭비가 없다.
군더더기 여백이 없게 디자인된, 스크류 방식의 플러그 접합부.
이런 귀여운(?) 변신도 가능한 기능성.
각 부품의 해체와 교체도 용이하다고 하고,
헤드밴드나 스트랩의 질감이라던지,
전체적인 소재나 디자인, 조작감이 대단히 튼튼하고 충실한 느낌이다.
3m 선을 돌돌 말아서 잘 고정시켜놓았는데
그대로 두고 사용하면 일반 이어폰 길이와 엇비슷한 느낌이라는 것까지도
굉장히 세세한 신경을 쓴 것 처럼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으로 딱 한가지, 디자인에 문제라고 보이는 것은
머리에 맞추려고 유닛부 스트랩을 연장시키면
이것이 직선으로 떨어지거나 옆으로 벌어지면서 나오지 않고
정면에서 봤을 때 반원에서 원을 그리면서, 즉 좌우 폭이 좁아지면서 내려온다는 점이다.
결국 머리가 클수록 압박을 더 크게 가하지 않을까?
안으로 좁아지면서 나오는 스트랩 연장부.
소리 외적인 이유로 이 모델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점이
묵직한 무게와 디자인으로 인한 착용감의 불편함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은건지 별다른 불편을 못느낀다.
-소리-
이런 엔지니어적 마인드는 소리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는데
바이어다이나믹의 소리는 중립성과 엄정함이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 스튜디오 장비로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고.)
DT 440은 바이어다이나믹의 상위 라인업 중 가장 막내 격인데,
소리는 일단 꽤 만족스럽다.
소리에 바이어다이나믹 특유의 밀폐감(?)이 있어서 그런지
완전 개방형보다는 세미오픈 형의 소리라고 느껴진다.
밸런스를 유지하면서도 굳건한 느낌 역시 여전하다.
한가지, 약간 아리송한 점은
중간~낮은 중역대의 소리가 눌려있다는 것이다.
(거치형 오디오에서 스피커를 너무 벽쪽에 몰아붙여서
저음이 소리 밸런스에 악영향을 주는 때의 느낌과도 약간 흡사하다.)
저음과 고음 사이에서 중역이 조금 기가 눌렸달까...
고음은 적당한 선에서 주욱 누른 듯, 선명하지만 귀아픈 스타일은 아니고,
저역은 비교적 좀 더 끝단쪽까지 소리가 살아있다.
뭐랄까, 이퀄라이저처럼 그리면... 크게 보자면 약간 이런 느낌...?
곡의 녹음 / 믹싱 상태를 좀 탄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단점이 두드러지는 곡들은
내 기준에서는 전체의 약 10~20% 정도...?
지금으로선
80%의 곡들에서 80% 이상의 만족을 느끼고
20%의 곡들에서 20% 정도의 불만족을 느낀다.
...라고 정리하면 적절할 듯 하다.
지금 소리 성향이 어찌 보면
에이징 안된 소리의 특징과도 닮아있기 때문에
앞으로를 기대해 본다.
(길면 1년 넘게도 걸리지만 -_-)
.....
들으면서 약간 의외라고 느꼈던 것은
바이어다이나믹이 가지는 이미지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유(柔)한 느낌의 헤드폰이라는 것이다.
굳건하지만, 딱딱하지는 않다.
상급 라인의 입문기 답다고나 할까...
DT 440은 하드코어 스튜디오/모니터 용은 아니다.
다만 바이어다이나믹이 가고자 하는 길의 대체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또 그 정도 선에서 더 이상 자기 고집대로 나아가지 않고 융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음색 면에서는 그라도와 젠하이저를 결합시킨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헤드폰도 결국은 취향이 무엇보다 큰 관건이겠지만,
가격대비 역시 충분히 좋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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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8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평소에 듣는 포터블 기기가 이상한 착색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낮은 중역이 살짝 죽는 현상이 소스기기 탓이 좀 있는 듯 합니다.
전체적인 인상은 본문과 비슷하지만 음의 균형(=밸런스) 측면에서 좀 더 중립적이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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