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와 있는 녀석이 토템 애로.
어제 토템 애로를 떠나보냈다.
캐나다산 브랜드인 토템 어쿠스틱의 모델들 중 가장 저렴하고 앙증맞은 물건이다.
전 주인이 혹사시킨 탓에 격한 생활감(긁힘)도 모자라서 한쪽 인클로져(궤짝) 모서리에 금까지 갔다.
소리에는 이상이 없지만... 벌어진건가 의심스럽기까지 한 상태.
금이 저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옆면 따라서 또 주욱 내려간다 ㅡ.ㅜ
상황상 독하게 마음먹고 내놓고,
신동품 가격의 절반 정도 파격가로 장터에 올리고 나서 한 이틀을 들었는데
(예전에 적당히 싸게 올렸더니 안팔렸다 -_-;)
아... 소리가 왜 이렇게 좋은지.
타의 반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판매 취소글을 올릴 뻔 했다.
애로의 소리 성향은... 민첩하고 다이나믹하며 날카롭다.
성깔 있달까... 그리고 특히 화려하면서 명징한 이미징이 발군이다.
저음의 깊이는 의외로 많이 내려가는 편이지만
불끈하는 중저역의 묵직한 힘은 없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깜찍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외관만;)
고음에 날 선 것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세팅은 주의를 해야 한다.
절대로 질감이 거칠거나 힘이 빈약한 녀석들과 매칭하면 안되며,
토인은 아예 하지를 말던가, 하더라도 아주 살짝만 해주면 된다.
바이와이어링도 잘 해주는게 좋은데
소리 성향을 잘 다스리는게 포인트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동영상들 중 방송에서 직접 딴 것들이 있는데,
음량을 잘못 맞췄거나 녹음, 인코딩을 잘못 한 경우 고음이 째져버리기 때문에
적당히 큰 볼륨에서 듣고 있으면 귀가 아프다.
잘못 밀면 넘어질 수도 있으므로, 애완동물이나 아이들이 있는 집은 주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주거공간에 가장 어울리는 스피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크지도 않을 뿐더러, 주변 공간 영향을 거의 안받기 때문이다.
구석이나 벽면에 몰아붙여도, 방이 웬만큼 작아도
어지간하면 자기 소리를 마음껏 뽐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제대로 다루기가 힘들다는 점일까...
이 가격대 기기들로 짝을 맞추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다.
오디오 기기들 중, 스피커의 경우 유달리 잠재능력이 몸값에 비해 큰 녀석들이 많은데
애로도 그 중 하나다.
음역대의 균일함이나 소리의 묵직함에 태생적인 한계는 있으나
워낙에 기민하고, 무엇보다 '통 착색(박스 컬러레이션)'이 없기 때문이다.
이 통 착색이 거의 없다는 점은 애로의 독보적인 메리트 중 하나인데,
통에서 발생하는 울림이나 잔향같은 것이 적기 때문에
몇몇에게는 -음색 성향만 맞으면- 더 비싼 제품들보다도 애로를 더 높이 사는 이유가 된다.
들인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이러고 썼었는데... 벌써 2년이 가까워 진다.
집안까지 들여온 대부분의 기기들이 그러하겠지만
애로도 언젠가 다시 들일까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생긴다.
매혹적인 스피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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