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플레이어를 처음 접한 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음악을 골랐었는데... 개중에 Nomad in Shibuya라는 앨범이 괜찮더군요. 그 중에도 단연 돋보인 아티스트가 eico였습니다.
요 앨범
다른 곡들도 좋지만, eico가 부르는 '그대의 바람'과 '태양의 돌' - 특히 '그대의 바람'은 - 듣는 사람을 확 감기게 하는 맛이 있더라구요. 좀 더 알고 싶어서, 웹을 찾아보았더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음악과 뮤직비디오 샘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소곳하고 가는 외모.
몇곡을 들어보니 역시 너무 좋은 겁니다!! ;ㅅ; 30초짜리 샘플들을 몇일 간 듣고 또 듣다가, 결국 누님을 졸라서 갈취 설득에 성공했습니다(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던 듯 했지만...;). 2주 후면 해외로 날라야 하는 몸이기 때문에 속달을 택했는데 설마 일요일 밤에 주문해서 36시간도 안되어 도착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빠르더군요;
우선 뜯어보고 신기했던 점은, 씨디 케이스를 거꾸로 적용한 겁니다. 일반적 씨디 케이스 앞면을 보듯이 보면, 구성상 뒷면(노래 목록 등이 나오는)이 위아래가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뭐 이건 사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는 뒷면을 앞면처럼 쓰면 표지를 크고 깔끔하게 (잘림 없이) 보여줄 수 있어 좋고, 두번째는 씨디 케이스를 눕혀놓을 경우, 일반적인 구성이라면 씨디 자켓이 조금 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은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씨디가 나왔으면 했지요.
음악 경향은 약간 롤러코스터틱하면서 좀 더 시부야계열 맛에 중점을 둔 느낌입니다. 그런데 재즈~보사노바 바탕에 비트와 리듬감에 무게를 둔 데에도 불구하고, 악기 사용은 상당히 어쿠스틱합니다. 타악기의 사용이나 흐느러지는 색소폰 소리는 씨디의 컨셉인, 토속적인 열대(트로피컬) 섬의 느낌을 전달해 주는데, 자연스러운 느낌을 한 층 강화시켜 줘서 듣기 좋습니다. 특별히 어렵거나 복잡한 음악은 없고, 쉽게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조명과 색감이 아쉽지만 잘 나왔군요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역시 eico의 보컬인데, 외모를 보면 아시겠지만(?) 그다지 강하거나 자극적인 목소리가 아닙니다. 온화하면서 약간 여린 목소리인데, 노래에 가성과 비음을 자주 섞어 쓰고 그 조화가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목소리를 몇 겹으로 겹쳐 사용하거나, 음성 톤을 두껍게 하기 때문에 듣기에도 거북하지 않고, 말랑거리고 부드럽지요. 제가 좋아하는 또다른 밴드인 ego-wrappin'의 보컬도 그렇지만 eico의 보컬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본 맛이 녹아 있는데, ego-wrappin'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뻥뻥 터뜨리는 힘과 시원함, 직선성을 갖고 있다면, eico의 그것은 정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여성스럽고, 하늘하늘거리는 분위기에, 따뜻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입니다.
음악적으로는 특별히 완성도나 짜임이 탄탄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듣기 편합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느낌에 파묻힐 수 있지요. 강렬함이 부족해서 사람을 확 압도할 수 없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ico의 목소리 역시, 간절하지만 사람을 붙잡고 늘어지지는 않습니다. 좀 더 자기독백이나 감상에 가깝습니다. 또, 곡의 분위기나 멜로디 자체에 알맞는 개성이나 느낌이 녹아들어있지 않으면 보컬적 역량만 가지고 곡의 느낌을 전부 살리는 것은 힘든 것 같습니다. 밋밋한 반주도 피해야 할 것 같네요.
수록곡 정리를 하자면, 총 13개의 트랙 중 첫 미니 앨범의 주제가는 4번(카자하나 - 바람에 날려오는 눈)이고, 첫번째, 두번째 싱글은 각각 12번(그대의 별), 3번(Strelitzia) 곡입니다. 1번~6번까지는 정말 훌륭합니다. 7번에서 10번까지는 좀 대중가요틱한데, 아직은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 않고, 11, 12번 곡은 다시 좋습니다. 13번은 그냥 부드러운 마무리를 위한 보너스 곡 같은 느낌입니다. 듣기 싫은 곡은 하나도 없네요. ^-^ 참고로 Nomad in Shibuya 앨범의 두 곡은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2집 앨범에 포함될 것 같네요. 대신 '그대의 바람'의 원곡 격인 곡이 '카자하나'입니다.
2004년 7월에 막 1집을 발매했을 뿐인 젊은 싱어송라이터, eico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소니 뮤직이니까 뒤는 빵빵한 듯 한데 말이죠! 그리고... 정발해줬으면 좋겠네요.
가사 번역 - 현재 2~6번곡, 11번곡 까지 업데이트.
01. Sola (경음악)
아아 이 곳은 천국일까?
아아 포근한 새벽
비가 갠 뒤 나를 불러
당신이 가르쳐 준 구름의 뒷편
꽃은 흘러가고
la la la la...
바람이 나르어 줘
la la la la...
흩어진 하늘을 이을 때
당신은 어디로 가는 걸까?
모르는 하늘에 가슴을 태우며
당신은 무엇을 보는 걸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여
아아 긴 꿈마저도
아아 재촉하게 하는 새벽
당연스레 나를 불러
당신과 둘이서 구름의 위
꽃은 흘러가고
la la la la...
바람이 나르어 줘
la la la la...
물드는 하늘에 둘러쌓여
당신은 어디로 가는 걸까?
같은 하늘에서 서로 끌어안았던
당신은 무엇을 보는 걸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여
흩어진 하늘을 이을 때
당신은 어디로 가는 걸까?
모르는 하늘에 가슴을 태우며
당신은 무엇을 보는 걸까?
변함 없는 늘어선 거리에
나는 누구를 보는 걸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이여
태양에 눈을 숙이고 시간의 눈물에 흘러넘친
이 거리에서 당신과 만나
체념한 등, 울고있는 거야?
밤바람이여 이끌어 줘
세계가 돌기 시작하고
맨 몸의 나는 지금
아아 8월의 밤보다 깊은
아직 꾸지 못한 꿈으로 데려가 줘
셀 수 없는 말들보다 달콤한
이국의 노래를 들려줘 Strelitzia
태양의 꽃잎이 또 한장 떨어지는
이 거리에서 당신을 기다려
누군가의 중얼거림, 깨닫고 있니?
상냥한 구름이여 이끌어 줘
과장된 진실을
오늘 밤 씻어흘려 보내자
아아 8월의 바다보다 푸르른
당신의 눈물을 붙잡아
끝내 닿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이국의 꿈을 꾸게 해 줘
느긋하게 흘러가는 꽃잎은
가라앉은 밤에 살며시
쏟아져 내려
아아 8월의 밤보다 깊은
아직 꾸지 못한 꿈으로 데려가 줘
셀 수 없는 말들보다 달콤한
이국의 노래를 들려줘
아아 8월의 바다보다 푸르른
당신의 눈물을 붙잡아
끝내 닿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이국의 꿈을 꾸게 해 줘 Strelitzia
살며시 손바닥에 춤추며 내려와
고운 꿈이 가득 차
머나먼 이야기를 아로새겨 사랑의 노래를 속삭여
몇번이고 다가붙어 몇번이나 유혹해
만월의 밤바람에 몸을 맡기면
울고 있는 누군가도 감싸 안겠지 반드시
그댈 위해 노래하고 그댈 위해 춤춰요
그대를 지키기 위해 두 사람은 만난 거야
살며시 ?한 목소리 미소지으며
그대는 바람을 불렀어
어디에 있어도 깜박이겠지 별이 된 눈물
나긋이 흐르며 춤춰 언제까지나 감돌아
새하얀 밤바람에 몸을 맡기면
울고 있는 누군가도 감싸 안겠지 반드시
*
그댈 위해 노래하고 그댈 위해 춤춰요
그대를 지키기 위해 두 사람은 만난 거야
그댈 위해 노래하고 그댈 위해 춤춰요
그대를 지키기 위해서만 태어난 거야
어둠을 그저 걷고 있을 게 아니야
눈을 집중하면 달, 꽃, 바람
웃음을 보내주고 있어
눈물까지도 바람에 맡기고 기도하자
내일은 너도 웃는 얼굴이라고
* 2번 반복
당신의 식사를 만들면서
어제의 꿈이 문득 스쳐지나가
자주빛 하늘을 건너보며
아지랑이를 일으키는 사랑스러운 등
지쳐버린 고독한 새는
두터운 구름을 헤쳐나가
커다란 나무에 앉아
누구의 꿈을 꾸고 있는걸까?
노래해요 동쪽 바람에 실려
모든 것을 잊고서... 긴 밤
춤춰요 하늘에 탄 피부를 스치며
어떤 아침이 와도 일으켜줘
별의 수보다 바램은 늘어나
사랑의 수만큼 꿈은 부풀어
어디에라도 갈 수 있어 하늘을 건너보며
어디에까지 가면 좋은걸까?
사랑을 깨달은 고독한 새는
움직이지 않고 무엇을 보는걸까?
평온한 바람에 안겨 목소리가 들려
노래해요 동쪽 바람에 실려
모든 것을 잊고서... 긴 밤
춤춰요 하늘에 탄 피부를 스치며
어떤 아침이 와도 일으켜줘
문의 저편에서 누군가가 불러
두려워하지 말고 어서 오라고
따뜻한 팔을 끌어안으며 생각해
이대로 꿈에 속아주자고
구름에 휩싸인 하늘 틈새로 보이는 달은
깨뜨려지지 않을 듯이 거짓을 진실로 하려 하고 있어
I'm walking in the rain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의 모습을 찾아보지만
눈물로 보이지 않는
꿈 속에서 비를 맞으며 혼자 울고 있었어
추위 속에 꿈에서 깼어
어둠 속에 빛을 찾았어
빗소리만이 방에 울려서
부서질 것만 같아 여기에서 내보내줘
구름에 삼켜지지 않으려는 듯이 강하게 몸부림치는 달은
상냥함에 둘려싸여 기억의 모래를 버리고 잠들고 싶어
I'm walking in the rain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의 모습을 찾아보지만
눈물로 보이지 않는
꿈 속에서 비를 맞으며 혼자 울직일 수 없어
아득히 흔들리는 생각은
옅은 호흡 속
물가에서 노는 아이처럼
그대와 장난쳤어
희미한 목소리는 색을 감추고
그대를 부르고 있어
내일도 주욱 어딘가에서
그대를 부르고 있어
숨을 멈추고 서로 바라봐
녹아서는 스며드는 새벽
두 사람의 창을 흘러가는 구름
그대의 하늘을 가르쳐줘
먼 옛날도 의미마저도 알 수 없는 채
수런거리는 밤은 무엇을 알리는걸까?
메마른 목소리가 들리니까
입맞춤을 해 주길 바래
너무 눈부셔 보이지 않으니
끌어안아줘 전부
아아 구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들자
아아 여기 있어 조용히 웃어줘
희미한 목소리는 색을 감추고
그대를 부르고 있어
내일도 주욱 어딘가에서
그대를 부르고 있어
메마른 목소리가 들리니까
입맞춤을 해 주길 바래
너무 눈부셔 보이지 않으니
끌어안아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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