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래, 음악/듣는 것들

감상 :: eico - 하늘의 이야기

by J.5 2005. 2. 16.
멜론 플레이어를 처음 접한 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음악을 골랐었는데... 개중에 Nomad in Shibuya라는 앨범이 괜찮더군요. 그 중에도 단연 돋보인 아티스트가 eico였습니다.

요 앨범


다른 곡들도 좋지만, eico가 부르는 '그대의 바람'과 '태양의 돌' - 특히 '그대의 바람'은 - 듣는 사람을 확 감기게 하는 맛이 있더라구요. 좀 더 알고 싶어서, 웹을 찾아보았더니, 공식 홈페이지에서 음악과 뮤직비디오 샘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소곳하고 가는 외모.


몇곡을 들어보니 역시 너무 좋은 겁니다!! ;ㅅ; 30초짜리 샘플들을 몇일 간 듣고 또 듣다가, 결국 누님을 졸라서 갈취 설득에 성공했습니다(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던 듯 했지만...;). 2주 후면 해외로 날라야 하는 몸이기 때문에 속달을 택했는데 설마 일요일 밤에 주문해서 36시간도 안되어 도착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빠르더군요;

우선 뜯어보고 신기했던 점은, 씨디 케이스를 거꾸로 적용한 겁니다. 일반적 씨디 케이스 앞면을 보듯이 보면, 구성상 뒷면(노래 목록 등이 나오는)이 위아래가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뭐 이건 사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는 뒷면을 앞면처럼 쓰면 표지를 크고 깔끔하게 (잘림 없이) 보여줄 수 있어 좋고, 두번째는 씨디 케이스를 눕혀놓을 경우, 일반적인 구성이라면 씨디 자켓이 조금 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은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씨디가 나왔으면 했지요.

음악 경향은 약간 롤러코스터틱하면서 좀 더 시부야계열 맛에 중점을 둔 느낌입니다. 그런데 재즈~보사노바 바탕에 비트와 리듬감에 무게를 둔 데에도 불구하고, 악기 사용은 상당히 어쿠스틱합니다. 타악기의 사용이나 흐느러지는 색소폰 소리는 씨디의 컨셉인, 토속적인 열대(트로피컬) 섬의 느낌을 전달해 주는데, 자연스러운 느낌을 한 층 강화시켜 줘서 듣기 좋습니다. 특별히 어렵거나 복잡한 음악은 없고, 쉽게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조명과 색감이 아쉽지만 잘 나왔군요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역시 eico의 보컬인데, 외모를 보면 아시겠지만(?) 그다지 강하거나 자극적인 목소리가 아닙니다. 온화하면서 약간 여린 목소리인데, 노래에 가성과 비음을 자주 섞어 쓰고 그 조화가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목소리를 몇 겹으로 겹쳐 사용하거나, 음성 톤을 두껍게 하기 때문에 듣기에도 거북하지 않고, 말랑거리고 부드럽지요. 제가 좋아하는 또다른 밴드인 ego-wrappin'의 보컬도 그렇지만 eico의 보컬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본 맛이 녹아 있는데, ego-wrappin'이 힘으로 밀어붙이고 뻥뻥 터뜨리는 힘과 시원함, 직선성을 갖고 있다면, eico의 그것은 정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여성스럽고, 하늘하늘거리는 분위기에, 따뜻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입니다.

음악적으로는 특별히 완성도나 짜임이 탄탄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듣기 편합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느낌에 파묻힐 수 있지요. 강렬함이 부족해서 사람을 확 압도할 수 없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ico의 목소리 역시, 간절하지만 사람을 붙잡고 늘어지지는 않습니다. 좀 더 자기독백이나 감상에 가깝습니다. 또, 곡의 분위기나 멜로디 자체에 알맞는 개성이나 느낌이 녹아들어있지 않으면 보컬적 역량만 가지고 곡의 느낌을 전부 살리는 것은 힘든 것 같습니다. 밋밋한 반주도 피해야 할 것 같네요.

수록곡 정리를 하자면, 총 13개의 트랙 중 첫 미니 앨범의 주제가는 4번(카자하나 - 바람에 날려오는 눈)이고, 첫번째, 두번째 싱글은 각각 12번(그대의 별), 3번(Strelitzia) 곡입니다. 1번~6번까지는 정말 훌륭합니다. 7번에서 10번까지는 좀 대중가요틱한데, 아직은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 않고, 11, 12번 곡은 다시 좋습니다. 13번은 그냥 부드러운 마무리를 위한 보너스 곡 같은 느낌입니다. 듣기 싫은 곡은 하나도 없네요. ^-^ 참고로 Nomad in Shibuya 앨범의 두 곡은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2집 앨범에 포함될 것 같네요. 대신 '그대의 바람'의 원곡 격인 곡이 '카자하나'입니다.

2004년 7월에 막 1집을 발매했을 뿐인 젊은 싱어송라이터, eico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소니 뮤직이니까 뒤는 빵빵한 듯 한데 말이죠! 그리고... 정발해줬으면 좋겠네요.

가사 번역 - 현재 2~6번곡, 11번곡 까지 업데이트.
01. Sola (경음악)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