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커버. 안젤로 형님 간지 좀 난다.
데뷰앨범 'Brown Sugar(1995)'보다는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앨범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먼저 접해서인지, 1집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의 명곡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꼽을 두 곡은 1집에서 나올 것 같지만, 앨범 전체로 보았을 때, 난 2집이 더 좋다. 1집보다는 재즈적인 요소가 줄고 R&B, 쏘울 경향으로 더 쏠려있는데, 장르 구분이야 어쨌든 "디안젤로의 느낌"이란 녀석이 확실해졌고,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좋아서일까, 어떤 이들은 곡 하나하나의 길이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서 늘어진다는 말을 하는데 나는 이게 오히려 좋다. 이 앨범은 무엇 한가지를 똑부러지게 붙잡고 즐기는 앨범이라기보다는 틀어놓고 완전히 파묻혀 즐기는 앨범이다. 마치 부두(Voodoo)교의 주술처럼. 단점을 굳이 꼽자면 확!하고 꽂히는 소위 '킬러 트랙'이 없다고나 할까? 물론, 이것은 1집하고의 비교이지, 이 앨범은 정말 끝내준다. 앨범 자체가 킬러 앨범! 우리나라 누리꾼들이 '100문100답' 형태의 글들을 적듯, 서양에서도 '무인도로 여행갈 때 가져갈 10장의 씨디'라는 자문자답 형식의 글이 한 때 유행했었다. 이 씨디는 내가 뽑을 10장 안에 확실히 들어간다. 어쩌면 #1일지도?
Tracks
1번곡 Playa Playa는 앨범의 머릿곡으로서 제격이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듯 스며드는 음악과 조금씩 흥겨워지는 분위기.
살 때, 랩 음악인줄 알았던 나는 처음 한동안은 2번곡 Devil's Pie가 가장 귀에 감겨왔었다. 확실히 이 앨범에서 가장 단순하고 쉬운 곡인듯...?
"...도대체 이게 다 뭐야? 예언일거야, 틀림 없어."
그리고 제 3의 타이틀인가? 5번곡 Send It On도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마력이 있다(특히 라이브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 보면 정말 좋다). 포근하고 아련하게 전개되는 분위기가 압권. (뮤직비디오 링크)
이어서 간결한 구성의 곡들이 이어지다가, 이 앨범에서 내가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 나온다. 9번, 'Spanish Joint'! 스페인의 정열적인 느낌이 하늘거리는 곡의 분위기와 어우러진 멋진 곡이다. 잠깐 같이 즐겨보자 +_+
"등을 털고 일어나, 지루하게 있을 시간은 없어. 좋은 일이 될 거야.
네가 하는 건 너의 아픔에 대한 불평 뿐이지,
그리고 너를 따라다니는 먹구름은 비를 멈추지 않을거야.
뒤돌아보지 마, 이겨내 봐. 좋은 일로 바꿔나가.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내 자신의 유일한 지배자여야 해,
네 망의 연결고리라니, 말도 안돼.
너와는 전혀 연관되고 싶지도 않아."
멋지지 않은가?! >_<)b 따라서 흥얼거리다 보면 너무나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곡의 여운을 이쁘게 마무리 짓는, 역시 흥겨운 다음 트랙, 'Feel Like Makin' Love'.다음 곡인 11번 "Greatdayndamornin'/Booty" (제목이 참...-_-;;)에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가 싶더니, 앨범은 드디어 절정으로 치닫는다. 스피커에서 12번 곡, "Untitled (How Does It Feel)"이 천천히 풀려나온다... (뮤직비디오 링크)
이 곡은 블루스에 가까운데, 듣다 보면 엄청 애달퍼진다. 노골적일 정도로 가감없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 직설적인 화법은 다시 한번 힘을 발한다.
그리고 이 곡은 폭발한 광기가 한 순간에 사그러들어버리듯, 갑작스레 끝나버린다. 앨범은 꿈을 꾸는 듯한 마지막 수록곡 'Africa'로 넘어가 듣는 사람의 생각 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테이프가 되감기는 듯한 소리를 내며 끝을 맺는다.
끝난 것을 깨달은 듣는 사람은 두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취한다. 그만 듣고 현실로 돌아오거나, 다시 듣기 시작하거나.
발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한계에 직면한 흑인 음악계에, 약관 20세의 나이에 나타나 각계의 극찬을 받으며 흑인음악의 새로운 길과 기준을 제시했던 디안젤로. 그는 5년이 지나 더욱 더 자신의 색에 충실해져서 돌아왔었다. 간간히 발견해내는 그의 참여곡들을 찾아 들으며 기다리고는 있지만, 하루 빨리 그의 3집이 발매되길 빈다.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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