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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 오디오

오디언트 (Audient) iD14 MkII

by J.5 2025. 7. 6.

SSL2가 팬텀파워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그냥 중고장터에 올려서 몇만원이라도 받고 오인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새로 하나 사는 쪽으로 정하였습니다. 장터에 올려놓고서 어떻게 되나 보자 했는데, 그저께 사겠다는 연락 오더군요. 준비랑 해서 어제 바로 부치고...

수고했다. 잘 가렴.

다른 할 것들이 많아서 일단 제쳐두고 있었는데, 이 놈이 나가게 되니 바로 대체품이 필요해졌습니다. 원래는 신형 모델인 SSL2 MkII를 구입하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막상 때가 되니 좀 더 알아보게 되더군요.

솔직히 한 때는 눈 돌아가서 RME 베이비페이스 신형을 지르려고도 했는데... 이미 나갈 돈도 많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걸 감당할 수가 없고 (적금을 깨지 않는 이상...ㄷㄷㄷ), 솔직히 내가 이걸 쓸 정도인가? 라고 자문해보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수가 없었거든요.

정신 차려... 너 그 정도 아니야.

이런 생각을 많이 했네요.
(다른 물건들은 뭐 그 정도 급이 돼서 샀냐?)

RME 급의 퀄리티와 고객지원이면, 한번 사면 그 뒤로 오인페 생각은 안해도 될 것 같은지라... 마침 제품 사이클 주기가 10년 정도 되어보이니, 다음 제품은 한 4~5년 뒤 쯤 나오게 될 거 같더군요. '내가 이 정도 제품이 필요할 거 같으면 그 때쯤 가서 한 번 생각해보자...!' 하고 마음을 꾹 눌러봅니다.

요즘 오인페들의 마이크 프리앰프 노이즈 비교 (Julian Krause)

사실 요즘 제품들이 스펙이 다 어마어마합니다. 한때는 오디오카드 SNR비(신호 대비 노이즈 비율)이 한 90만 돼도 우왕 대단하다!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면 서류 상의 수치 비교 보다는, 나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제품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네요.

제품들을 알아보다 보니, 음질 방면에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던 것이 은근히 기억에 남았던 오디언트 제품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유튜브로나마 소리들을 들어보니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 제가 환장하는 (그래서 따로 찾아보기도 했었던) 클라스 A 구동이라는 얘기에 완전히 마음이 넘어갔습니다. 제가 찾는 저가형 가격대에서는 제품 주기도 어느정도 신경이 쓰이는지라, 가장 최신에 나온 iD24 제품을 살까 했었는데... 가격차이야 한 10만원 정도라서 사려면 못 살 정도는 아닌데, 이걸 아무리 뜯어봐도 이런저런 추가 기능들이 저한테는 거의 쓸모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냥 딱 제가 필요한 정도의 기능만 딱딱 잘 갖추고 있는 iD14 MkII 모델로 구입했습니다. 웬일로 토요일에 배송이 왔다 해서 부리나케 회사로 가서 가져왔네요.

브랜드마다 감성이 있기 마련인데, 깔끔하면서도 묵직한게 마음에 듭니다. 동영상들을 보면서 메인 노브/휠이 좀 덜렁거리나? 했는데 직접 돌려보니 조작감은 괜찮더군요. SSL2를 쓰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후면에 헤드폰 단자가 있는 것이었는데 일단 이 부분은 해결됐고, 풋프린트(크기)가 자그마한 것이 위치 잡기에도 편하고 좋네요. 오늘 막 꺼내본지라 아직 제대로 알지는 못합니다만, iD 버튼이 실제 활용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고, 녹음 레벨이 미터기에 표시가 안되는것 같아서 약간 아쉽네요. 적응이 안된다고나 할까.

위치를 요리조리 놓아 보아도, 자기 자리는 결국 쓰다보면 알아서 찾아가더라는...

밑판을 보니 일반적인 나사로 고정되어 있어서 여차할 때 분해조립 하기에도 수월하겠다 싶습니다. 사실 직접 열어볼 일이 있겠습니까만... ^^;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고무로 되어있는 받침 패드인데, 이게 시간 지나면 녹는 재질 아닌가 싶어서 살짝 염려스럽네요. (스칼렛 초기 모델을 썼었는데, 받침부터 노브까지 비슷한 소재로 된 부품들이 여기저기 녹아서 끈적해지더군요 ㄷㄷㄷ)

설치 과정이나 제공 앱에서도 특유의 통일된 감성이 기분좋게 다가왔습니다. (※ 드라이버를 설치 후 펌웨어를 업데이트 하려면 관리자 권한으로 iD 앱을 실행시켜야 합니다.)

설치를 마치고 바로 이것저것 틀어보고 살짝 녹음도 해 봤는데, 씨익하고 미소가 떠나지 않더군요. 아... 그래, 역시 이거지. 

소리에 대한 생각 - 포커스라이트 스칼렛, SSL2와의 비교

어쩌다보니 저가형 시장에서 핫한 스칼렛과 SSL2, 오디언트를 다 써보게 됐는데, 비록 동세대 제품들은 아니지만 소리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이 있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오디언트의 이 방향성이 오인페로서 맞는 것인지는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 듯 합니다. 그전까지의 오인페들과 완전히 결(?)이 달라서, 이것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향이긴 한데 나중에 제대로 녹음을 했을 때 다른 기기들에도 잘 반영이 될런지 어떨지...

제가 말한 반영이라는 개념이 영어로 translate 라고 하는데,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즉 여기서 좋게 들리게 믹싱을 한 것이 다른 헤드폰이나 스피커, 나아가서 핸드폰, 자동차 등의 다른 환경에서도 내가 생각했던 소리를 비슷하게 내어주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다보면 믹싱할 때는 좋았는데 다른데서 들으면 음역대 밸런스나 소리의 인상이 완전히 깨져서 나올 때가 있는데... 사실 호주로 건너오고 나서 이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오인페만 가지고 뭐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것이, 지금 쓰는 스피커나 헤드폰이 둘 다 조금 날이 서있는 / 성마른 스타일이라서 SSL2랑 궁합이 더 나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호주로 건너온 다음에 장비들을 다시 갖추면서 방향을 조금 틀어보았는데 아직까지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해야겠네요.

보통 '모니터링' 기능을 강조해야 하는 제품들을 보면, '엇 소리가 잘 들린다!' 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소리의 특정 부분들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가형일수록 귀가 트이지 않은 입문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보는데, 문제는 이런 특성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도 나름의 밸런스를 갖추고 있어서, 위에 얘기한 translation이 잘 되는 제품들이 있고 (슈어의 SRH90, 베이어다이나믹 DT440 등의 헤드폰들은 나름 저가형이지만 이런 기질 자체도 그리 없는 플랫한 스타일이고... 프리소너스의 에리스 4.5 스피커 같은 경우는 맑은 느낌을 주도록 세팅이 되어있는데 신기하게도 이런 translate는 잘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써 본 다른 오인페들도 전반적으로 이런 비슷한 사운드 프로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살짝 드라이한 V형 느낌인데, 그런 와중에도 스칼렛 같은 경우는 화사하고 섬세, 예쁘장한 느낌의 소리이고, SSL2 같은 경우는 단단하면서도 거슬거슬한 질감이 있는... 소위 말하는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의 소리입니다. 그런데 오디언트는 신기하게도 미드레인지(중음역대)에서 굉장한 충실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풍성하면서도 달달한...? 이게 먹먹하거나 답답한 소리는 아니고, 분리는 잘 되는데 밀도가 높다고 해야 하나... 한 단어로 스칼렛이 '꽃', SSL2가 '벽돌'이라면 오디언트는 '꿀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클라스A 구동과 비슷한 인상인 것을 보니, 회사 차원에서 확실히 이런 방향성을 잡은 듯 합니다. 여타 제품들처럼 중역을 누르고 소리를 일부러 벌린 듯한 인상이 아니라는 거죠. 이게 개인적으로는 참 신기방기하네요.

감히 말하자면, 적어도 제 오디오적 취향에는, 지금까지 써본 오인페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제 다른 장비들이랑 시너지가 좋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듣다 보면 '미드가 너무 모여있나?' 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기는 하는데... 이래저래 지금은 완전히 허니문 기간이라,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p.s. 당연한 일이겠지만, 클라우드리프터가 다시 잘 작동되는 걸 보니 참 기쁘더군요 ㅜ.ㅠ)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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