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아 오랜만에 공원에 다녀왔습니다. 헌데 날씨가 꾸물꾸물하고 바람까지 부니 아직도 꽤 쌀쌀하군요. (호주는 계절이 한국과 반대입니다)
겨우내 연습은 시간도 부족했지만, 해도 빨리 지고 춥고 하다보니, 대부분 집에서 뮤트를 끼고 했습니다. 생나팔 소리를 거의 못듣다 보니 답답하더군요. 이러다 소리를 잊어버리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하.
요 1~2주 사이에는 일이 바빴습니다. 연습 시간도 같이 줄어들면서 새삼 이것저것 느끼게 됩니다. 한동안 연습을 제대로 못하면 다시 돌아가는 데에 역시 3일 정도는 걸리는구나, 라던가요.
꾸준히 피로가 누적되는 와중에도 어느정도 궤도에는 다시 올라야겠다 싶어, 최근 며칠간은 조금 무리하면서도 다시 연습을 조금 더 신경 썼는데... 어제 기어이 일이 터졌습니다. 안그래도 새벽에 잠들었는데 아침 8시부터 화재경보가 울려서 (오작동인지 뭔지... 연(年)에 한두번씩 이런 일이 생기네요) 일어났는데... 목-어깨-등까지 이어지는 근육들은 전부 뭉쳐있고, 양쪽으로 찌르는 듯한 두통까지.
경보가 꺼지고 집에 돌아와서 조금 더 자고 일어났는데, 몸 상태는 여전하고... 3분 전자렌지 요리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이건 운동을 해야한다 싶어 미뤄오던 조깅을 한달만에 나갔습니다. 처음엔 한발 뛸 때마다 골이 흔들리면서 찌릿찌릿하더니, 그래도 좀 걷고 달리고 하다보니 약간 낫더라구요.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빨래를 돌려놓고는, 롤러 베개로 척추를 펴주다가 잠들어서 다시 두어시간 자고 일어났는데, 뭉침과 두통은 여전하고... 그래서 안마 베개도 돌리고, 저녁엔 각종 스트레칭 영상을 보면서 따라했는데, 근육이 조금 풀리는 느낌은 있어도 안좋은게 가시지가 않더군요. 결국 진통제를 먹고, 고민하다가 뮤트를 끼고 야밤에 조금씩 연습...하다 보니 그나마 좀 괜찮아졌습니다.
근 몇년 간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몸이 시름시름 안좋아진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특히나 이상하다는 느낌이 얼마 전부터 들었는데... 나팔을 들고 앞으로 편하게 후욱 불려고 허리가 펴지면, 뒤쪽 갈비 아래가 뻐근한 겁니다. 갈비 뒤쪽이 접히면서 쫘악 눌리는 것 같은...?
그리고 이럴 때면 허리를 둥글게 말고 앞으로 웅크리고 앉아야 좀 편하더라구요. 평소의 안좋은 자세 때문에 이러는구나 싶었습니다. 안그래도 요새 낮에는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고, 운동도 안하다 보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나팔을 늦게 접하고 불기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허리가 안 펴져서 그런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는데, 이제 내가 이러나 싶기도 하고 참...😂
심지어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런 것도 보았는데 덜컥 겁도 나더군요:
팔저림 현상은 없는데 나머지는 다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라... 특히 얼마 전까지 카이로프랙틱(추나/접골원)에 다닐때 선생님이 감탄(?)할 정도로 저쪽 근육들이 다 뭉쳐있었던 터라서요. (돈 아끼려고 두어달 전부터 안가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가지 제가 고생하는 부분이 수면 패턴입니다. 주말에 최대한 보충하기는 하는데, 주중에는 길어야 6시간, 수시로 4~5시간만 자고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상적으로 11시 전후에 잠드는게 가장 좋기는 한데, 주중에는 보통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8~9시 쯤에 잠이 쏟아지면 의자에 앉은 채로 잠들었다가, 다시 좀 또릿또릿하다가 늦게 잠들고는 해서... 몇년 전까지는 수면패턴 바꾸는게 꽤 쉽게 됐는데 이젠 어째선지 잘 되지 않네요 😂 (8~9시쯤 졸릴때 잠들면 또 새벽 한시 전후로 일어나져 버립니다.)
그전에 현장에서 일을 할때는 오후 3시면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잠깐 낮잠 자고 일어나면 오후~저녁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거든요. 근데 이제 사무직을 하고 있자니 뭐랄까... 머리는 피곤한데 몸은 그리 지치지 않은? 부족한 수면의 영향도 겹쳐져서, 5~6시에 마치고 집에 오면 제대로 뭘 하기가 어렵습니다. 목-어깨-등 쪽이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였어서, 전날 어지간히 잘 쉬고 잔 것이 아니라면 억지로 나팔을 들어도 릴랙스 하기가 정말 어렵더군요. 그렇다고 저녁을 먹으면 배가 더부룩하고, 꺼질 때 쯤이면 식곤증이 몰려오고...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연습시간을 넣어보고는 있습니다만 (요즈음의 연습법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최근 컨디션이 안좋아져서 글도 잠시 보류 중입니다 ㅠ) 휴우... 쉽지 않네요. 몇 주 정도 나팔 생각은 조금 내려놓고 온전히 회사에만 맞춰서 생활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리 해 보니 생활은 꽤나 원활했습니다만... '뭣하러 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지금까지 10년 넘게 일과 나팔을 병행해오다 보니, 각 잡고 나팔쪽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일상 생활에서 꼭 탈이 나더군요. 아침에 알람을 못 듣는다던가... 그렇게 한번씩 일이 터지면 정신이 퍼뜩 들면서 일상 생활에 신경 썼다가,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됐다 싶으면 다시 슬슬 나팔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피로누적이 또 시작되는...
건강하게
나팔을 분다고 하면 종종 듣는 이야기가 '폐활량 엄청 커야/쎄야 되지 않아요?' 인데,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고, '실은 그렇다기 보다는 숨을 편하게 쉬기만 하면 되는데, 몸이 자동으로 긴장해서 이게 어렵다'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얘기하면서 웃고 넘어갑니다. 예전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나팔은 힘이 세고 폐활량이 엄청나고 이런 것보다는, 몸 상태가 '건강하고 쾌적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일과 외부활동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수면이야 원체 올빼미 기질이 강했던 터라 그러려니 하지만, 일 외적으로 에너지를 쏟을 여유나 시간이 있으면 전부 나팔과 음악에 돌린다는 이유로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수 년 이상 챙기지 못/안했던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이 진짜인지, 한낱 핑계에 불과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것들의 여파가 하나 둘씩 누적이 되고, 좋든 싫든 피할 수 없는 단계가 온다는 겁니다. 눈앞에 직면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로 말이죠.
건강은 항상, 안좋아지기 전까진 불편함을 모르는 것이 맹점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시간을 어떻게 쪼개야 할지 당장 뾰족한 묘책은 없습니다만... 인생은 하나씩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버려가는 것이라 하던가요. 그저 최대한 주변을 차분하게 정리해서 신경 쓸 일을 줄여가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수면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운동을 강제로라도 조금씩 더 생활에 도입해야 할 듯 한데요. 말보다 실천이 어렵긴 하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몸이 나른하게 풀리면 힘이 없어도 나팔이 잘 불리는데, 몸이 힘들면 아무리 용을 써도 몸에 힘이 들어가서 나팔이 잘 불리지가 않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팔을 부는 고충에 대해 갈수록 더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부디 충분한 수면과 운동으로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자세와 거북목 등에 관해 이것저것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팔은 당당하게 불 수 밖에 없는 악기이고, 우리 몸은 고개를 떨구고 살아가게 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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