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 24일.
정신없이 지나간 18일이었습니다. 서울-경기-강원-충청-전라... 각 지역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 정도씩 있었네요. 마지막 토요일 같은 경우는 약속이 다섯개였어요. 만나는 시간 기준 아침 10시부터 밤 11시 반까지... 마우스피스도 방한 초에 한번 펼쳐놓고 정리해보려 했는데, 정리는 무슨... 마지막 날 짐 싸면서 챙겨갈거 추스린다고 그제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럼에도 육체적인 피로는 호주로 돌아온 첫날 (이 날은 하루 종일 너무 힘들었...ㅜㅠ) 정도를 빼면 딱히 느껴질 정도는 아닙니다만, 심적 후유증 같은 것이 묵직하게 눌러오는 느낌입니다.
2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인천에서 공항 리무진을 타고 용인으로 향할 때까지도, 사실은 실감이 별로 나지가 않았거든요. 바로 전날까지 회사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 짐도 몇몇 분들 선물 사놨던거 빼면, 옷만 좀 챙기고 별게 없었어요.
21년에 호주로 왔을 때에도, 마치 호주에서 살던 인격이 10여년 만에 깨어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뭔가 비슷하게... 마치 잠깐 나가 있다가 한국에서의 일상으로 고스란히 돌아온 느낌이랄까요. '한국에서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 서 있다가, 스위치 한번에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이... 갑작스럽게 호주와 너무 단절된 느낌이 들어서, 혹시 회사에서도 이렇게 느껴질까 덜컥 겁이 나서 안부메일을 보냈을 정도로 말이죠.
한국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아...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같은 것이었습니다.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온 것 같다 보니 음대 진학을 접어둔 것에 대한 미련도 커졌지만... 뭐랄까, 참 복합적이네요. 제가 아끼고 저를 아껴주는 가까운 사람들, 늙어가는 부모님, 연인과의 이별 뒤의 상실감, 현재와 앞으로의 현실에 대한 막막함...
사실 오래 고민해온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돈에 매달리자니 인생의 의미를 잃는 것 같고, 또 돈이 없으면 현실에 붙들려서 질질 끌려가게 되니, 어떻게든 양립해 보려고 아둥바둥 하다가, 돈도 음악도 명확히 안되는 상태로 시간이라는 코너에 몰린 느낌.
지금 일을 잡고 나서부터는 꾹꾹 누르고, 취미로 즐기면 된다며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하고는 있습니다만...
평범한 일반인다운 현생을 살아보자니, 파장이 맞는 사람을 만나려면 음악이 있는 곳에 가야 할 것 같고... 앞으로의 인생은 그저 집 한 채 사고 대출이나 찔끔찔끔 갚다가 가겠구나 싶기도 하고. 지금 하는 일에 딱히 큰 뜻이 있는 것은 아닌데 참...🥲
이번에 한국 방문을 마칠 때 즈음에는, 일단 돈 벌 방법부터 찾아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당장 세컨잡을 알아봐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머릿 속에 맴돌고... 사실, 나팔 시간은 줄었어도 일이나 돈 쪽으로 시간을 더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직 아니거든요.
21년에 왔을 때는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이나 두근거리는 심정이 컸는데, 이번에 돌아오는 길은 현실을 마주하러 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급한대로 한국에서 가져온 나팔이랑 옷은 꺼내서 정리했습니다만, 나머지는 아직 정리도 못한 상황입니다. 오늘 온 소포도 아직 손이 안가서 못 뜯어봤어요. 자고 나서 내일은 뜯어볼 것 같네요. 물건들 뿐만 아니라 마음도, 주변도 정리하고 추스리고 하는데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빨대로 하는 연습에 대해서도 그렇고, 새로 온 물건들 리뷰도 그렇고, 로브라스 세척법, 번역들도... 할 건 참 많은데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만나면 얘기하는게, 결국 어떻게 살지에 관한 얘기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 만나는 것 자체도 힘들어지지만, 사실 해외에서 들어왔다고 만날 수 있는 분들 중에는, 그냥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오히려 더 못 봤을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런 식으로 보면, 한 눈에는 얼핏 답답한 현실이라도, 어쩌면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 하고,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해 봅니다.
p.s. 댓글로 연락 주신 송**님, 뵙지 못해서 정말 아쉽고 죄송합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동선+일정 상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네요. 다음 번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제가 맛난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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