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마하기/생각 다듬기 & 팁

루틴과 워밍업에 대한 소고, 2022

by J.5 2022. 11. 6.

새 직장을 시작한지 이제 4주가 지났습니다. 재미있습니다만 아직도 배울 것은 많고, 계속 안착하는 과정입니다.

연습을 할만한 장소나 시간 확보는 여전히 답보 중인데, 이런 때에 보면 나팔 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의 루틴을 바로 잡는 것이 참 중요하구나 싶습니다.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숙면으로 하루의 피로를 최대한 해소하는 것. 그래서 매트리스도 새로 샀는데 음... 아직까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것 같습니다 😅

21세기의 기술력 오오...

연습할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서 나름 궁리한 것이 있는데, 루틴 중심에서 음악 중심의 연습으로 프레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새로 주어진 여건에 맞추어, 마치 생존본능이 작용하듯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도해보는 중이기는 한데,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대로 설명을 하자니 글이 너무 장황해지고, 요약을 하자니 너무 어렵지만... 결론으로 건너뛰자면 루틴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지는 시기는, 본인이 어떤 느낌이 맞는 느낌인지에 대한 감이 뚜렷이 잡히면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에, 혹은 어떻게 하면 좋은 상태가 갖춰지더라' 라는, 본인의 경험을 반추해서 어느정도 답이 나올 정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잘 안불리는 상황은 언제인가 같은 것도요.

저의 경우를 뒤돌아보면, 주어진 루틴 과정을 소위 무지성으로, 기계적으로 되풀이했을 때에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거쳐가는 과정이 비슷비슷하고, 루틴을 마칠 즈음이면 뭔가 좀 괜찮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때가 되면 이미 입술이 지쳐서 더 이상 의미있는 연습을 하기가 어려운 때가 많지요.

반대로 잘 불리는 날이면 100% (아마도) 적용되는 요소가 있는데, 부는 느낌이나 내는 소리에 정말 온전히 100% 집중을 하는 날입니다. 다른 아무 생각도 없이, 고요한 가운데에 어느 한가지 요소에만 몰입한다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새 장비를 처음 사용해보는 순간입니다. 이 때는 이 장비에 맞추어 어떻게 불어야 하는지에 온 신경이 집중됩니다. 또 다른 순간은 그 근래에 '꽂혀'있기는 하지만, 아직 나팔로 불기는 익숙하지 않은 곡을 틀어놓고 조금씩 조금씩 따라할 때 입니다. ('듣는 것'을 그대로 부는 것 vs '악보'를 부는 것의 연습법 차이가 동서양 간의 큰 차이를 가져왔다는 얘기를 어디서 봤는데, 요새 상당히 머리에 맴도네요) 또 다른 예로는 어느 한 부분에 꽂혀서 이건 완벽하게 하겠다고 덤비는 경우입니다. 근래에는 클라크 연습 #1 변형패턴 중에서 0옥 Bb 패턴이 생각나네요.

노래로는 근래에 방영중인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오프닝인 「축복」이란 곡을 불어봤는데 재밌더군요. 멜로디도 톡톡 튀면서 왔다갔다하고, 전조도 많이 나오고, 곡의 각 파트가 반복되면서 조금씩 계속 바뀝니다. 덕후 입장에서 말하자면 생각보다 의외로 띵곡으로 남을 가능성도 좀 보이는 것 같고... (오프닝이나 뮤비의 영상을 보면 잘 드러나지 않는데, 곡의 화자가 복수귀가 된 어머니입니다. 딸에게 축복을 기원하는 내용인데... 아마 비극적인 결말이 나오지 않을지?)

항상 신선하게 꽂히는 곡이 있어야 된다는 점에서 '결국 그만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나팔은 불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도 드문드문 들더군요.

얘기를 좀 되돌리자면, '정해진 루틴을 클리어하는' 방향으로 연습을 하게 되면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위에 얘기한 잘 불리는 조건들과는 상당히 멀어지게 됩니다. 어떻게든 그 음만 내면 됐다고 생각하고, 당장 어떻게든 소리만 내서 넘어가기 쉬운 환경이라는 거지요. 누누히 피해야 되는 연습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도 참...

그래서인지 대가들의 연습 조언을 보면 많이들 얘기하는 것이, '그날 그날의 공략할 한 가지를 정해서 미친듯이 그것만 파는' 스타일을 추천합니다. 하루에 전반적인 것들을 전부 아우르는 것보다는 한 번에 하나씩만 확 집중하면서 돌아가며 하는 것이 좋다는 거죠.

연주 스케줄이 빡빡한 주자들의 경우 별도의 연습보다는 연주 자체를 연습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워밍 업이란 것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해답이 이번에 조금 보이더군요. 곡이든 연습이든, 그날의 목표로 뛰어들만한 상태까지 인거죠. 쓰다 만 글에서 한 문단만 가져오겠습니다:

잘 불리는 날이나 연습을 잘 마친 뒤에 입만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한번 해 보면, '연습을 시작하자 마자 이렇게 불었으면 과연 소리가 났을까?' 싶어집니다. 굳고 마르고 뻣뻣한 입술로는 이 입 형태와, 이 정도 위치+크기의 입술 구멍, 이 정도의 숨이나 힘만 가지고 이렇게 소리가 날 리가 없다구요.

위 조건을 클리어하는 것이 워밍업이고, 잘 부는 사람일수록 이 상태를 찾아가는 것이 빠릅니다.

변하는 주변 상황에 맞추어, 나팔을 어떻게 대하고 다룰지에 대한 의식을 전반적으로 바꾸다 보니, 그 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알알이 여러 생각들을 맺어서 의식의 수면 위로 띄워주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러다 보니 두서없이 횡설수설하게 되는 것이 아쉽지만...😂 대략적인 요점은 그래도 전해졌으면... 싶습니다. 이 다음에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작년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붕 떴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 즈음엔 주택에서 제대로 앉아 연습을 하면서 컨디션이 꾸준히 좋았었습니다. 이 때 정리한 워밍업 가이드가 있는데 이번에 부끄럽지만 한번 풀도록 하겠습니다. 횡설수설 하지 말고 뭐라도 드려야 되겠다 싶어서(...). 이 때 이후에 겪은 과정을 반영해서 지금 다시 쓴다면 조금 변화를 줄 것 같지만, 반대로 이때 연습으로 돌아가서 조금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소프트_밸런싱_워밍업 1.1.pdf
0.18MB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