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마하기/생각 다듬기 & 팁

연습 메모하기 - 6월의 연주 팁

by J.5 2022. 8. 7.

2019년~2020년 무렵까지는 악기 가방에 작은 메모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매일 무슨 연습을 했는지, 그리고 연습을 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기록해 두었습니다. 서울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방법인데, '저것들이 쌓이면 다 네 실력/기반이 된다' 라는 식으로 말씀해 주셨거든요. 몇 권의 메모장을 채우고, 경기도로 넘어간 뒤에는 더 이상 적지 않았습니다만, 장점이 많은 습관이었습니다. 또 이렇게 복기 개념과는 반대로, 미리 이 날은 무슨무슨 연습을 한다는 식으로 스케쥴 표를 짜는 방식도 있는데, 저는 연습시간이 일정치 않다보니 그렇게까진 하지 않고... 어느정도 기본적인 구상만 잡아놓는 식이었네요.

몇 년 동안 해왔던 버릇이 남아서인지, 지금도 연습을 하면서 몇가지 핵심적인 것들은 머릿 속으로 메모해 두었다가 그 다음 연습 때에 이어서 되살리는 식으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짤막하게라도 다시 적을까... 하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었는데, 6월부터 연습을 못하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생각을 온전히 이어가는 데에도 지장이 올 것 같아, 블로그에 틈틈이 정리를 해 볼까 싶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무래도 조심스럽습니다만, 제 연습 노트를 들여다 본다 정도로 가볍게 봐 주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


○ 안녕하殺법!

아 일단 그... 저.... 죄송합니다 orz. 머리 속에 떠올랐던 단어가 이거라서, 그냥 이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어원같은 것에 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안녕하살법은 입에 힘을 빼는 필살의 세팅 방법인데, 별 건 아닙니다. 처음부터 마우스피스를 입에 붙이고 시작할 때 입이 잡히고 경직되는 것을 한번 다시 풀어주면서 (리셋) 어택하기 위한 것이고, 비슷한 다른 방법으로는 개호흡(...)이 있습니다. 개호흡이 뭔지는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혹은 궁금하다는 분이 계시면 적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작명 센스에 대해서는 거듭 사과드리는 바입니다(...).

2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첫 단계는 입 쪽에 힘을 완전히 빼는 것입니다. '거적때기'를 생각합니다. 입, 입술, 주변 살들은 그냥 거적때기다 하는 거죠. 비슷한 연상법으로는 조금 모자라보이는 아이가 멍하니 입을 벌리는 모습 (입꼬리 쪽에서 침이 흐르고 있으면 더 좋습니다) 등이 있습니다. 비슷하지만 좀 다른 방법으론 어미새가 새끼들한테 먹이를 주려고 입을 벌리는 것, 또는 내가 뭔가 맛난 것을 한입 넉넉하게 먹으려고 벌리는 것도 있는데 음... 이런 것들은 입/턱을 자연스럽게 떨어트리고 벌리는 데에 초점이 가 있네요. (결과적으론 비슷비슷합니다.)

두번째 단계에서는 눈 앞에 갑자기 편하고 친근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동네 슈퍼 아줌마라던가, 친하게 지내는 이웃 주민, 직장 동료도 괜찮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라고 밝게 인사를 건네려다가~~ 나팔을 붑니다! 정확히는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듯이 나팔을 부는 겁니다.

굳이 부연 설명을 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한 가지만 밝히자면 굳이 '안녕하세요'인 이유는 우리가 살면서 아마도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서 그렇습니다. '시작'하는 말이기도 하고, 어느 때에고 순식간에 할 수 있는... 이라기보다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정도로 자연스럽고 익숙한 말이라서 입니다. 'ㅏ' 모음인 것도 플러스입니다. 목을 조여서 내는 인사가 아니라, 무심코 편하게 튀어나오는 인사 느낌으로 하세요 :)

○ 'Cause...

이 곡을 따라 불다가 '아 좋다' 해서 기억하는 순간입니다. 1:06부터 보시면 (위의 ▶ 버튼을 누르시면 나오도록 맞춰놓았습니다) 다음과 같이 노래를 부릅니다:

'Cause we've shared the laughter, and the pain... and even shared the tears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아파하고... 눈물마저 함께 나눴었는데

 

이 부분을 따라부는데 '아 좋다' 하는 느낌이 탁 오더라구요.

주법에서 아마도 주류를 이루는 앵커 텅잉의 경우, K-Tongue Modified (조정된 K-텅잉) 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말그대로 ㅋ 텅잉에서부터 유래된 것이거든요. 특히 이 부분의 경우 ㅋ 발음으로 시작하다 보니까, 혀가 부지불식간에 위치를 제대로 잡았던 것 같습니다. (불 때의 텅잉 자체는 ㅋ 텅잉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ㅌ 어택이었지만 그 직전까지의 형태가 'cause 라고 하려던 참이었던 것이죠.)

꼭 이 곡의 이 순간이 아니어도 됩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곡은 다르니까요 :)

다만 완전히 몰입 / 동화해서 불고 있다 보면 '알아서 그렇게 불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예시 같은 경우에도 단순히 '혀가 그렇게 되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적 동화와 그에 따른 표정 (얼굴 근육 형태), 몸의 이완 등 총체적인 싱크로가 알아서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소프트한 1옥 라 음으로 어택할 때 위 곡의 시작 부분을 떠올리면서 부르듯이 하면 (+ 곡 느낌에 온전히 몰입/동기화가 되면) 언제나 딱 제가 좋아하는 느낌의 소리가 납니다.

심지어 보컬 곡이 아니라 연주곡이어도 마찬가지구요. 쳇 베이커 카피를 하다가 완전히 몰입해서 분 적이 있었는데, 그 전에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입술을 넓게 벌리고, 아랫 입술을 쿠션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럼에도 전에 없이 편하게 술술 불렸습니다. 지금도 '기술적으로' 어떻게 그렇게 부는지 설명하라고 하면 저도 잘 모르겠다고 할 것입니다. 빌 애덤 학파로 대변되기도 하는 '내고 싶은 소리에만 100% 몰입하라, 그러면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 류의 메서드가 가진 강력함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일단 6월 분 두 가지만 적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메모장에 적었으면 다음같이 한줄 씩만 간략하게 적었을 것입니다. 

  • '거적때기' → '안녕하세요' (안녕하살법!)
  • 'Cause... (Against All Odds / Viktoria Tolstoy 1:06)

요 정도...? 사실 이 정도면 비교적 상세하게 적은 편이겠네요 하하...^^


• 주기적인 리프레쉬(환기)의 필요성

예전에 시향 선생님께 뭔가 배울 때에는, 뵐 때마다 이런 식으로 팁을 한 가지 주시면서, 제가 그 느낌에 맞추도록 옆에서 시연과 함께 봐주면서 잡아주시곤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제 집에 가서 그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불면 그 효과가 한 1주일, 길어야 2주 정도나 갑니다. 제가 짐작하기론, 뇌가 그 새로운 의식의 과정에 익숙해지면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기존 습관으로 슬슬 돌아가기 시작하는거죠. '관습적'이 되어가면서 충실히 이행하지를 않습니다.

오늘 위에 적은 두 가지 방법도, '결과적인' 형태는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방법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꾸준히 '맞는 / 좋은 감각' 그 자체에 익숙해지고 의식적으로도 알 수 있게끔 다져가려면, 주기적으로 신선한 아이디어로 환기, 즉 뇌에 있어서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맞는 감각이다' 하는 자각이 생기는 과정은 마치 굳은 살이 서서히 배겨가는 것 같은 과정이라... 저는 이제 누가 가르쳐준다기 보다는, 스스로 불면서 '아 마치 이런 느낌인데?' 하는 식으로 정리하는 것 같네요.

대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많은 경우에 각자가 이런... 굉장히 단순한 '큐 (Cue: 지시/신호)'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아담 라파의 '슈퍼맨 포즈'
  • 스튜어트 커완 선생님 등의 '숨을 충분히 들여라'
  • 어릴 적 바비 슈의 '담뱃잎 뱉기'
  • 멜빈 존스의 '1박자 하 투'
  • 빌 애덤의 '음상에 집중하라'
  • 제임스 스탬프 / 말컴 맥냅의 '모든 음의 중앙을 꿰뚫어라'
  • 치코위츠의 '들숨은 하품하듯, 날숨은 한숨 쉬듯'
  • 클로드 고든의 '확 마 쌔려불고 잘 되길 빌어줘라' (Hit it hard and wish it well - 이건 항상 번역이 어렵네요;;)

흐트러질 때 옆에서 다시금 잡아주는 선생님이 계시다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딱 그렇게 버릇을 들여서 한 가지 큐만 가지고도 온전히 몸에 정착을 시킬 수 있다면 아마도 베스트일 것입니다. 트럼펫이 머리싸움이라는 것이, 쉽게 생각하면 또 쉽거든요. 의심도 없이 처음부터 그냥 그렇게 불어버릇 했으면 그게 당연한 게 되는거죠. 그럼에도 뭔가 확신이 서지 않는다던가, 기존에 배인 안 좋은 습관으로 자꾸 돌아가려고 한다던가... 사실 위의 분들도 이런 다양한 접근 방법을 수도 없이 가지고 계실 겁니다. 가르치는 학생마다 다르기도 하고, 본인 입장에서도 '안 해보던걸 해보는' 상황이 오면 끝없이 궁리하기 마련이니까요.

옛날엔 (사실은 지금도) 본인한테 익숙한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지만, 정보 교류가 활발해진 요즘엔 다양한 접근법을 두루 섭렵하고 수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A 방식으로 잘 안되면 B 방식으로 해보자. 이건 어때?' 하는 거죠. 저도 수시로 예전에 배우거나 생각했던 것들로 돌아가고는 합니다. (= 돌려막기도 완전 가능합니다 하하). 한 가지가 잘 되고 꾸준히 가져갈 수 있으면, 부디 그렇게 하시기 바랍니다 (음악에 집중해야지요!).

제가 기록 삼아 적는 것들은 '이렇게도 하는구나' 하고 흥미롭게 봐 주시면, 또 그런 접근 방식에 있어서 본인의 데이터베이스 한구석에 넣어두고 늘리신다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물론, 뭔가 잘 안되서 고생하고 계신 분들에게 작은 힌트라도 되어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구요! :)

마지막으로... 숨은 메모장 찾기!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