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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에의 종속

by J.5 2021. 4. 2.

문득 옛날에 즐겨듣던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유튜브에 치니까 바로 나와서 감상은 즐겁게 했습니다만, 하드를 뒤져보니 파일은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더군요.


최근 유행을 끌었던 '시티 팝' 감성의 'Dream is Alive'. 가수인 하마다 킨고가 최근 윤종신과 콜래보 작업을 했더군요.

저에게 있어서 문화 황금기는 90년대였습니다. 10대 시절에 가장 강렬한 문화적 체험을 하는 것이 보통이기도 합니다만, 돌이켜봐도 축복받은 세대였던 것 같아요. 아날로그 시대의 끝자락에 걸쳐 있었으면서도, 글로벌화, 경제 부흥, 디지털의 도입과 함께 접할 수 있는 미디어의 폭과 양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팽창, 분출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시대의 움직임' 자체는 80년대부터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클라이막스는 90년대였다는 느낌?

특히 90년대 초, 서태지의 등장 즈음해서는 아마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들이 폭넓게 인기있었던 시기 아니었을까 합니다. 성인 가요나 트로트부터 트렌디한 팝 기반의 곡들까지도 인기랭크에 뒤섞여 있었고, 지금처럼 수평적인 시대가 아니라 일직선으로 줄을 세우는 수직적인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수도 관객도 남녀노소를 전부 아우르던 시기였어요. 저는 여기에 해외 이주로 인해 서양권 문물과 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었고, 일본의 게임과 애니메이션 문화에도 심취하게 되면서 문화적 수용폭이랄까요, 그 바운더리가 크게 넓혀졌던 것 같습니다.

옛날 생각에 잠시 잠겨있다 보니, 지금은 왜 이렇게 음악 감상에 소홀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시대도 변했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그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음악이라는 것이 예전에는 의식을 100% 집중하는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마치 일상 생활 뒤에 흐르는 배경음악처럼, 스르륵 의식을 지나쳐가는 느낌입니다.


가장 최근에 '몰입'해서 들었던 기억... 1년 전이었네요. 파올로 프레수(Paolo Fresu)와 오마르 소사의 'Alma'
마침 오디오를 오랜만에 수리하고 가져와서... 이른 아침이었지만, 가만히 몇번이고 다시 들었습니다.

대략 00년대 까지는 지금처럼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망이 딱히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00년대의 가장 큰 취미는 오디오 감상이라고 쓰고 바꿈질이었고, 어찌 보면 트럼펫에 훅 빠지게 되면서 듣는 것에 대한 열정이 상당 부분 옮겨간 것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습니다. 밖에서도 줄곧 이어폰,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고, 집에서는 새벽에도 불을 꺼 놓고 몇 시간씩 음악만 듣고...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지요.

이런 몰입을 위해서는 다른 자극이 없어야 합니다. 새벽 시간이 음악을 듣기 가장 좋은 이유는 세상이 가장 고요하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열중해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씨디 플레이어 안에서 씨디가 휘리릭 돌아가는 소리, 방 밖에서 시계의 초바늘이 째깍거리는 소리마저도 다 신경을 건드립니다. (덕분에 무소음 (팬리스) PC 셋업에도 항상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PC 자체의 기본적인 구성은 어렵지 않지만, 전체적인 '환경'의 구축이 쉽지는 않네요...😂)

원하는 환경 구성에 가장 근접했던 삼례 시절... 동시에 개선점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 이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히 쉴 타이밍이 없구나 하고 깨닫게 되더군요. 항상 몸의 일부처럼 들러붙어 버린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의 삼신기. 그나마 여기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혼자 트럼펫 연습을 할 때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나팔이 좋은지도 모르겠네요. 조용한 몰입의 시간.


인터넷 시대에도 종종 신선한 충격을 주고 홀딱 반하게 하는, 새로운 음악들도 있기는 합니다. 고고 펭귄.

재능이란 것이 별 생각 없이 한가지를 가만히, 계속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저는 확실히 컴퓨터와 음악이 그 중심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짝 잘하는 것보다도 근본적인, '경향'이라고 할까요...? 이런 종류의 재능이 가지는 가장 큰 함정은, 본인이 그것을 너무 당연시 하기에 남들과는 다른 일종의 재능이라는 인식이 늦다는 데에 있습니다. 컴퓨터는 그나마 대학에서 전공까지 했었지만, 음악은... 왜 아버지께서 한국에 귀국했을 때 같이 오디오 가게로 가서 비싼 오디오를 구입하셨는지, 해외 출장이라도 있으면 현지 음반 가게에서 흥미로운 음반들을 사다 주셨는지... 이제서야 조금 더 가슴으로 깨닫게 되네요. 음악을 그리 좋아하면서도, 뭔가 다른 세상의 것처럼 멀뚱히 보고만 있었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 것은 아닌지... 비단 음악 뿐 아니라, 느끼는 것과 머리로 인지하는 것의 간극이 항상 컸었던 것 같습니다.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삼 아쉽게 느껴지네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최근 들어 이런 삼신기의 세계에도 뭔가 딱히 볼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귀찮고 무심해져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관심있는건 볼만큼 다 봐서 그런건지... 습관적인 중독 상태에서는 조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같은 것이 살짝 생기네요.

타자와의 관계(상호작용)에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즉각 대응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팃포탯' 참조). 오랜 세월동안 이걸 깨보려고 여러 곳에서 연구를 시도했지만 결국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모든 생명의 삶은 끊임없는 투쟁이고, 그 본성에 비추어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단념에 가까운 인정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최대한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적어도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도록.

블로그도 유튜브도 앞으로 게재하려고 구상한 것들은 줄줄이 있지만... 몇번 언급했듯이 조만간 정리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남아있는 에너지가 많지 않고, 더이상의 분산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간간히 다시 찾아와주시는 분들께는 향후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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