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펫 학파/얼 D. 아이언스

얼 D. 아이언스 - 27 모둠의 연습

by J.5 2020. 10. 25.

영미권 주자들에게 교본 대여섯 개를 고르라면 상당한 확률로 포함될 얼 D. 아이언스 (Earl D. Irons)의 책, 27 모둠의 연습 (27 Groups of Exercises) 입니다. 초판이 1938년, 개정판이 1952년 출판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검증된 교본이며, 호흡 컨트롤과 유연성을 중심으로 하여 효율적인 연주와 음역대 확장에 좋은 연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찰스 콜린의 경우는 하나의 긴 흐름이고, 아이언스의 경우는 짧은 흐름의 반복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하는군요. 또한 아이언스를 호평하시는 분들은 중국의 바이 린 (柏林) 교본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얼 D. 아이언스 - 청년부터 노년까지...

저는 얼마 전 큐프레스(qPress)에서 온라인 구입을 하고 조금씩 해보고 있었는데, 연습에 앞서 권두에 쓰여진 지침들을 제대로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싶어 번역을 해 봅니다.


더보기

서문

 이미 양질의 교본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자신이 다루는 악기의 지침서를 쓰는 음악가라면 아마 다들 스스로 좀 주제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나 코넷이나 트럼펫 교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야심찬 학생이라면 그 모든 장서들을 완벽히 구비해야 할 것이며, 악기 공부에 있어 특별한 단계를 다루는 새로운 책들을 반가이 여길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았을 때, 특화 서적이라는 분야에서 나는 가치있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느낀다. 이 책에 실린 연습들은 코넷과 트럼펫의 고음역과 저음역 양 쪽에서 부드럽고 극히 자연스러운 (힘을 들이지 않은), 그러면서도 원칙적으로 최대한의 유연성과 빠른 악절에서의 편한 연주를 가능케 해주는 음색을 기른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쓰여졌다.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코넷 주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얘기해 본 뒤 고안하고 엮어낸 일련의 연습들이 나에게 너무나도 유익했기에, 이 연습들을 다른 코넷/트럼펫 선생과 주자들에도 전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연습들은 다분한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내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입술을 바꾸는 주법이었는데, 고음역의 소리내기에 있어서 실제로 효과를 보았다. 시간을 어느 정도 들인 뒤, 힘은 아주 적게 들이면서도 더 강하게 부는 것으로, 포르티시모 크기의 3옥타브 솔에 이르기까지의 음들을 연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입술을 바꾸면서는 빠른 악절을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주법은 나에게 비실용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다른 주법들도 이와 비슷하게 시도해 보았지만, 그 어느 것도 온전하게 만족스러운 것은 없어 보였다.

 이윽고 나는 이 책에서 다루는, 과학적 원칙에 기반한 암부셔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온갖 종류의 연습을 다 해 보았다. 그리고 배제와 결합, 지속적인 시험 끝에, 나는 마침내 바람직한 결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도출해내는 연습들이 어떤 것들인지 짚어낼 수 있었다. 이후 여러 클리닉과 페스티벌, 대회 등에서 이 연습들을 선보이며 얻은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나는 이 일련의 연습들을 교재 형태로 갈무리하기로 하였다.

 이 책은 독학을 위한 교재가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이 기존의 방식들과 함께 보조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음역대가 만족스럽지 못한 고급 코넷/트럼펫 주자들에게는 자구책이 될 수 있도록 글의 방향을 잡았음을 밝힌다. 나는 이 책이 코넷과 트럼펫의 고음역을 완벽하게 해주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 연습들이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책 뒤편에 추가적으로 더해진 9장 분량의 연습들은 이미 수많은 코넷/트럼펫 선생과 학생들이 사용 중에 있으며, 트리플 텅잉과 더블 텅잉을 완벽하게 다듬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상기한 텅잉들에 대한 이런 다른 접근법은, 꾸준한 연습이 동반된다면 혁신적인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런 식의 텅잉을 처음 제안한 것은 ~ 내가 알기로는 ~ 세인트(聖) 쟈콤 (St. Jacome)이었다. 1949년에 에드 셰넷(Ed Chenette)이 나에게 알려준 뒤로, 나는 내 학생들의 텅잉을 구식 방법에서 이 연습들이 다루는 방식으로 바꾸었고, 그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이 훈련들은 쿠(ㅋ) 어택이 투(ㅌ) 어택만큼 만족스럽고 좋을 때까지 연습되어야 한다. 이것이 편해지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각 연습들은 아주, 아주 느리게 연주되어야 하며 속도는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하다 보면 트리플 텅잉이란 것이 더블 텅잉을 셋잇단음표(triplet)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방식의 텅잉을 완벽히 가다듬은 다음엔, 어택이 T(ㅌ)이든 K(ㅋ)이든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 극초반에는 T 어택에 비해서 K 어택시에 횡경막을 조금 더 사용할 필요가 있을 테지만, 수 주 간의 연습 이후에는 이런 작용이 의식할만한 차이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24쪽과 25쪽은 아주 느리게, 그리고 각 음들 사이에 어느 정도 공백을 두고 연습되어야 한다. 어택은 표기된 대로 하도록 하라. 어떤 이들에게는 ~ 특히 어린 주자들에게는 ~ 며칠이면 될 수도 있지만, 구식 주법으로 부는 습관이 몸에 밴 학생들에게는 몇 주 동안의 고된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건, 학생에게는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빠르기는 이후 뒤따르는 장들에서 학생의 능력에 따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것 하나는 명심하라: 이 연습들이 제대로, 꾸준히 이행된다면 속도는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30쪽과 31쪽의 연습은 음표들 자체는 아르방 교본에서 따온 것이다. 각 연습은 표기된 대로 양쪽 어택을 사용하며 여러번에 걸쳐 연주하라. 45에서 45D까지는 주의하면서 연습할 것. 암부셔가 버틸 수 있는 것보다 위로는 연주하지 말아야 한다. 과하게 누르거나 당겨서 불지 말라.

 이 마지막 장에 있는 연습들은 싱글 텅잉으로 하도록 되어있으며 힘과 지구력을 기르는 데에 아주 유익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9장은 대부분의 취학 연령대 주자들에게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잘못된 더블 텅잉과 트리플 텅잉 습관을 없애는 데에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쓰고 엮은 것이다. 아르방 교본에는 ~ 155쪽 부터 190쪽 까지의 내용을 포함하여 ~ 이런 텅잉을 더욱 연마할 수 있는 연습들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간략한 위 서문과 함께, 이제 여러분에게 호흡 컨트롤과 입술 유연성, 탄탄한 암부셔를 기르기 위한 27 모둠의 연습들을 바치고자 한다. 코넷이나 트럼펫 공부에 있어 이 연습들이 나에게 선사해 준 큰 도움을 여러분들도 느낄 수 있도록 전해주길 바란다.

- 얼 D. 아이언스 (Earl D. Irons)

 

p.3:

혀의 컨트롤

 구강과 비강의 모양을 보여주는 위 단면도가 음 차이에 따른 혀 사용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A는 낮은 자리, 혹은 모음 '아' 발음을 하는 자리에서의 혀를 보여주며, 그림 B는 높은 자리, 혹은 모음 '이' 발음을 하는 혀의 자리를 보여준다. 이 그림들은 악기 상에서 가장 낮은, 그리고 높은 음을 내기 위한 위치를 드러내 준다. 이 두 형태 사이에는 중간 단계의 음들을 위한 여러 다른 자세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몇 개는 "애, 에, 의, 이('i'. 'ee'에 비해 혀등이 조금 더 뒤에 위치)" 등의 발음으로 표기할 수 있다. 음을 바꾸기 위해 혀를 실제로 사용할 때에는, 저역대에서 혀의 오름이 좀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동일 운지로 연주 가능한 배음들 사이의 폭이 고음역에서 더 가까이 붙어있듯이, 혀의 위치 또한 입천장에 가까워질수록 그 차이가 미세하기 때문에 뚜렷이 인지하기가 쉽지는 않다.

 

 위 악보에 그려진 연습이 이전 문단에서 묘사한 혀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배우는 학생은 자신의 혀를 제대로 쓰는 요령을 익힐 때까지 여러번에 걸쳐 이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연습을 하면서는 각 음을 낼 때 자신의 혀가 어디에 있는지 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음정이 변하면서 혀등(※ '혀의 중간 부분' - 혀의 허리나 어깨 정도로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의 오르내림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느끼도록 하라.

 입술은 혀의 움직임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작동해야 한다. 극저음에서는 아래 입술이 윗입술과 더 멀어지며 마우스피스의 컵 안 쪽으로 살짝 뒤집힌다. 고음으로 가면서 아래 입술은 혀의 오름과 함께 윗입술 쪽으로 조금 올라붙는다.

 마우스피스를 입술에 어떻게 세팅하는지는 당연 극히 중요한 문제이며, 이것은 개개인의 입과 치아의 구성에 전적으로 좌우되어야 할 것이다. 입술에 마우스피스를 대는 위치를 바꾸는 것은 전문가와의 상의 없이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인데, 학생이 습관적으로 놓는 자리가 전적으로 맞는 자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건 가장 좋은, '가장 자연스러운'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기 위해 기품 있는 포즈를 취한다고 생각한 뒤, 안면의 근육을 바꾸거나 힘을 주는 (당기거나 조이는) 일 없이 마우스피스를 가져다가 입술에 딱 대 보라. 힘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음 며칠 간은 아주 약하게 (소프트하게) 연주하여야 하며, 크게 불어야 하는 일거리가 있지 않은 이상 연습 시간의 최소 3/4는 항상 약하게 연주해야 한다.

 

p.4:

작가의 한 마디: 이 연습들에서 최대한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모든 연습에서 적혀있는 대로 운지를 지켜야만 한다. 어떤 음계나 화음들은 100% 맞지 않고,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틀리게 표기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패턴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가포지션(secondary fingering)을 통한, 소위 말하는 잘못된 음정(false tones)을 내기 위해서이다.

(※ 요즘에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의 초판이 1938년이었다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고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둠 1, 2, 3, 4

 거의 모든 빼어난 코넷과 트럼펫 주자들이 깊은 숨과 숨 컨트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당 악기들을 다루는 모든 연주자들이 이 가장 기초적인 원리에 관하여 자각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너무 가볍게 치부한다. 이 책을 읽는 학생은 더 이상 연습을 계속하기 전에, 세간의 여러 훌륭한 코넷 메소드 (교본) 중 어느 것이든 좋으니, 숨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보기 바란다. 다음 장에 이어지는 연습들은 숨에 관한 학생의 버릇을 테스트해보기 위한 것들이다. 모든 연습들은 처음엔 입술이 유연해지고 숨을 원만히 다스릴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없이 연주되어야 한다. 아주 느린 템포에서 한 호흡으로, 이 연습들을 쓰여진대로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는 5쪽 뒤로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한 가지를 달성해내는 것 만으로도, 이미 그 학생은 수준 높은 코넷 연주를 위한 훌륭한 진보를 이뤄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저음에서는 마우스피스가 입술에 잘 고정되어 있도록 신경 써 줄 필요가 있다. 극 저음에서는 아랫 입술의 마우스피스 안쪽에 들어가 있는 부분을 약간 뒤집고 윗입술로부터 떨어트려야 할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하는 것이 어렵다면 아래턱을 살짝 앞으로 내미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지만, 하다보면 차차 요령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고음을 위해서는 윗 입술 쪽으로 붙도록 아랫 입술을 살짝 안으로 당겨줘야 할 것이다. 이런 절차는 (압력이 생긴 만큼) 필연적으로 힘을 조금 더 써줘야 하게 만든다. 아랫 입술의 움직임은 모두 마우스피스 안쪽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암부셔 자체의 급격한 변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입의 코너 부위는 의도적으로 뒤로 당기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이빨에 단단히 붙어서 유지된다. 혀는 3쪽에서 설명한 방식대로 음에 따라 높여지거나 낮춰진다. 이 원칙들을 염두에 두고 다음 장의 모든 연습들을 쉽고 깔끔하게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첫 음에서 한 옥타브 아래에 있는, 각 연습의 마지막 음을 꽉 찬 톤 (full tone) 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각 연습의 끝에 있는 이 저음들은 아랫입술을 어떻게 뒤집는지 가르쳐줄 것이다.

 3번 모둠에 있는 톤 지속 연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느린 템포에서 제대로 ~ 포르테(forte)까지의 흔들림 없는 일관된 크레셴도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반듯한 디미뉴엔도로 ~ 연주한다면, 이 모둠은 워밍업과 음정잡기에 훌륭한 연습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깔끔하게 리마스터된 유료본 PDF를 구입했습니다만 (링크), 뒤쪽의 추가적인 9쪽을 제외한 27모둠의 연습들 자체는 조악한 품질이나마 인터넷에 스캔본이 있습니다 (링크). 양질의 유료본이 기왕이면 좋겠지만, 무료본으로 보셔도 연습이 어떤지 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실 겁니다.

 

마침 유튜브에서 좋은 강의 영상을 발견했으니, 이후 차근차근 함께 배워보는 시간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저도 같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