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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마하기/생각 다듬기 & 팁

소리를 내려고 급급해하지 마세요

by J.5 2019. 5. 5.

서울 선생님과의 마지막 두어번의 레슨은 제 스스로 '이게 문제다' 하던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스스로도 문제를 자가진단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생겼나 싶어 뿌듯하기도 하구요.

 

이번 레슨의 요지는 '몸이 본능적으로 맞게 불 수 있을 정도로 되어야 한다'와, '부는 시스템에 대해서 머리에 정리가 안 되어 있으니까, 불 때마다 감을 찾는데에 시간을 다 쓴다'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올해는 유의미한 발전을 이뤄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라 집중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잘 하고 있다가, 최근에 1.5일 정도 제대로 연습을 못하는 상황이 왔는데, 다시 연습을 해보니 뭔가 또 제대로 안되더군요. 이전에도 며칠씩 쉬고 나면 다시 마음에 들만한 컨디션을 찾는 데에 3일 씩은 걸렸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연습을 반절 하고 나니까 '아니다' 싶어서 집중하였고, 바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 입술을 너무 붙여넣고 시작하고 있더군요.

 

1:42 - 견자단과 '합을 맞추다가' 순간 본능적으로 반응해버리는 타이슨의 레프트훅...! 본인도 당황스러워 합니다. 덜덜덜;

 

불기 어려운 과제들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면서 스스로도 점점 심해진 나쁜 습관인데, 그동안 제가 봐온 바로는 트럼펫을 독학으로 하시는 분들이나 초급 분들, 아마추어 어르신들께도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문제점의 원인이 '당장 소리를 내는 데에 급급한 것' 입니다. 제가 워밍업에 중점을 많이 두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처음에 '편안함', 그리고 거기에서 이어지는 '맞는 모드(mode)'를 찾아서 스스로를 길들이고 맞추는 것입니다. (이걸 찾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들이, 이 블로그의 '연마하기' 글들의 주된 내용입니다. 메리 프랑퀸이라던가, 카루소 6음이라던가...) 이것이 된 이후에는 각자 좋아하시는 걸 불면 되니까요. 거꾸로 보면 그날 그날 처음에 이 '모드'를 잘못 잡으면 하루 종일 그렇게 불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두어달 이상 동안, '나팔을 어떻게 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슬럼프가 왔었습니다. 레슨은 못받는 와중에 장비 바꿈질을 하다가 - 정확히는 장비에 의식을 너무 많이 둔 탓에 - 길을 잃은 겁니다.

 

나팔이 참 어려운 게, 역설적이지만 "어떻게 해도 소리는 난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지 깽깽이같이 불어도 (자학입니다...) 어떻게든 우겨넣을 수는 있거든요. 그런데 하다보면 한계가 극명하고 빠르게 찾아오지요. 몸은 힘들고, 듣기는 안좋고... 몸에 제대로 각인된 습관의 힘 만큼이나, 나쁜 습관이 몸에 배었을 때의 악영향 역시 너무나 큽니다.

 

커버 이미지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글인데, 이번 글의 맥락과 아주 잘 맞더군요! '당신은 우연히 잘 불고 있는가?'

https://www.trumpetheadquarters.com/accidental-success-in-trumpet-playing/

 

'정리가 되어야 한다'! 선생님이 오랫동안 강조한 점이었는데, '그 전에는 막연하게 감에만 의존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이제서야 조금 오네요. 선생님을 자주 찾아뵙고 연습에 더 투자할 수 있던 시절, 이미 몇 년 전에도 지금 이상의 '편함'이라던가 '맞게 부는 습관'에는 도달해 있었습니다. 혹은 어쩌다 되는 날도 있었죠. 몇달 전이라던가. (절대적인 기량 자체는 지금만 못했겠지만요.) 잘 불리던 과거 시절을 떠올리고 비교하면서 '왜 그럴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문제는, 그때는 그저 '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였다는 겁니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는 비록 의식적으로는 체계화가 되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습관이 제대로 들거나, 선생님의 지도 하에 체계적인 훈련이 몇 년 동안 매일같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몸에 본능적으로 각인이 되는 것 아닐까 싶네요.)

 

맞지 않게 연습하면 안타까울 정도로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몇년을 불었는데 구력이 어쩌구~"가 세상 쓸모없는 이유입니다. 또 한가지 많이 느끼는 점은 - 이게 어렵습니다만 - 연습할 때는 100%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 스마트 폰을 꺼두세요. 메트로놈이나 튜너 등, 딱 자기가 필요로 하는 기능들 이외에는 일체 건드리지 않구요. 연습이 마냥 '관습적'이 되면 안됩니다. '왜' 자기가 이 연습을 하는지, 즉 문제점이나 목표가 무엇인지 뚜렷이 서야 가능한 일입니다. 똑같은 루틴을 하게 되더라도 다 이유가 있어야 주의깊게 그 부분을 살필 수 있습니다.

 

핸드폰을 치우세요!

 

나팔로 작은 소리에서 큰 소리까지의 음량 조절, 그리고 저음에서 고음까지의 음역 조절을 하는 것이, 사람이 일반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것과는 메커니즘이 다릅니다. 편안함이 익숙해지면 이제 나팔로 발성하는 방식을 몸에 서서히 익힐 차례겠지요?

 

매 순간의 한 음 한 음을 다 최상의 소리로 불 수 있도록 귀 기울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p.s. 개인적으로는 플루겔혼이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괜히 지름신을 부르는 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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