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녹음 & 오디오

ART Pro MPA II 마이크 프리앰프

by J.5 2018. 1. 10.

미국 이베이에서 소포가 도착했습니다! 짜쟌~ 택배를 받고 개봉하는 순간은 몇번을 맛보아도 언제나 설레네요^^

미국의 저가형 진공관 마이크 프리앰프인, 아트 사(社)의 Pro MPA II 라는 물건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녹음용 인터페이스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밴드 활동을 할때 여러 악기를 동시에 녹음하기 위해서 구입한 타스캠의 US-1800 이라는 모델과, 개인적으로 사용하려고 구입했던, 저가형 인터페이스 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던 포커스라이트의 스칼렛 2i2 이죠.

마이크 입력시의 신호 증폭을 담당하는 마이크 프리앰프 부가 양 쪽 다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솔직히 얘기하자면 입력부의 문제인지 출력부의 문제인지 약간 아리송하기는 합니다. 스칼렛은 특히...), 전부터 별도의 마이크 프리앰프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였지만, 괜찮다고 하는 제품들은 가격이 턱없이 높기만 하더군요. 그러던 차에 아래의 동영상을 보았지요.

메모창을 켜놓고 각 프리앰프에 대한 느낌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 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 각 프리앰프의 점수를 매겨보고, 소리에 대한 인상을 적어보세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리 큰 차이들은 아닙니다! 각 프리앰프 별로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면, 돈이 굳으신 겁니다 :)

어쨌든 저는 컴퓨터에 메모창을 띄워놓고 하나하나 들으면서 정리해보았는데, 나중에 감정단의 평가들을 보니 납득이 가는 부분이 꽤 있더군요. 그런데 가만보니, 상당히 괜찮게 생각했던 녀석이 가격이 300불이 채 안되는 겁니다! 심지어 해당 그룹테스트에서 1등으로 뽑히기까지 했더군요. 지름신이 강림하는 순간이었죠.

참고로 위 동영상에서 제가 가장 좋게 들었던 녀석은 맥키의 VLZ Pro 였습니다. 후속 모델도 굉장히 저렴한게 있는걸 보니, 이것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건드려볼지 모르겠네요.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는 여기(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진공관 앰프를 구입한 것은 처음이기도 해서, 그동안 이 녀석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았는데요, 차근차근 짚어보도록 하죠.

전원 중요! ★

미국 제품이긴 하지만, 수출도 염두에 둔 까닭인지 (사실 요즘은 이런 식으로 많이들 나온다더군요), 프리 볼티지 제품입니다. 단! 제품 뒷면에 있는, 전원 케이블 꽂는 곳 아래의 저 퓨즈 홀더 부분을 꺼내서 위아래를 돌려 끼워야 합니다. 서랍장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구요, 한국에서 쓰시려면 마지막 사진처럼 220~240 쪽이 아래로 향해야 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아래 쪽에도 작은 화살표가 음각으로 튀어나와 있습니다.)

첫 인상과 사용자 평가

일단 확실히 만듦새는 깔끔하고 튼튼하네요. 배송비와 관세를 다 합해도 미국내 신품가보다 저렴하게 산 건데, 다행히 판매자의 설명대로 신품급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상당히 많이 팔린 제품이라서 평가들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서 이 부분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 것은 노브(다이얼)이나 각종 버튼, 등(라이트) 등 전부 이상없이 잘 작동되구요, 다만 다이얼의 눈금이 양쪽 채널간에 100% 위치가 동일하지 않은 것 같아서, 정확한 매칭을 위해서 몇 단계를 키웠는지 갯수를 세어서 맞추었습니다 (그냥 슥 돌아가는 다이얼이 아니라, 스텝 별로 딸깍딸깍 부드럽게 걸리는 다이얼이라 이런건 좋네요).

사용된 부품들이 저가형이라는 견해는 뭐, 그러려니 하구요. 후면에 -10dBu 와 +4dBV 스위치가 있는데 처음에는 스위치를 켜서 +4dBV 모드로 바꿔보니 험 노이즈가 나더군요. 다행히 시간이 지나니까 사라졌습니다. 이게 전압을 걸어서 각 기기들 간의 저항 (→ 소리 크기)를 맞추는 걸로 얼추 아는데, 저는 어차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기능 같아서 개의치 않지만, +4dBV 가 필수라면 한번 더 알아보실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진공관만 바꿔도 소리가 확 좋아진다'는 얘기가 많아서 적당한 진공관들을 주문시켜 둔 상태입니다. 그런데 기어슬럿츠 (gearslutz.com) 같은 곳에서는 진공관 따라서 별 차이를 못 느꼈다는 분들도 있어서 과연 어떨지...? 한가지 좋은 점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중국제 튜브로도 제 귀에는 이미 훌륭한 소리를 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리 - 오디오 프리앰프로서

녹음 시도는 아직 해보지 않았고, 소리의 특색이나 성향을 일단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거실에 있는 오디오에 물렸습니다. 도착한지 이틀째라 소위들 말하는 '허니문 기간'이긴 합니다만,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오디오용 프리앰프, 혹은 DAC부터 컨트롤 부까지 달려있는 올인원 제품을 (Schiit Jotunheim 이라던가) 전부터 하나 살까 하고 있었는데, 적어도 당분간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의아한 것은 보통 진공관의 양극전압 (Plate voltage) 을 높게 주면 깨끗한 소리가 나오고 낮게 주면 진공관 특유의 착색이 짙어진다는 것이 정설 같은데, 지금 세팅으로는 아무리 봐도 정반대인 것 같다는 말이죠(...). 다른 부분의 세팅값과도 연관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좀 의아한 부분입니다. 현재로서는 전압을 높이 주면 저음과 고음이 도드라지는, V자 형에 가까운 소리를 보여줍니다. 이게 스위치를 누르면 팍 바뀌는게 아니라 몇 초동안 서서히 바뀌는지라 듣는 재미가 있네요. 고전압시에는 중고역의 존재감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장난이 아니긴 한데, 소리의 바디감이 있는 부분이 너무 죽는 경향이 있어서 곡에 따라 (좀 더 엄밀히는 엔지니어링에 따라) 성향을 많이 탑니다.

아래에 좀 더 얘기하겠지만, 소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대박(?)인데 -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정말(!) 많습니다. 게인과 저항(임피던스), 출력부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음색이 조금씩 다 바뀝니다. 입맛에 맞게 조절만 잘 하신다면...^^ 제가 지금 즐기고 있는 세팅에서는 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유기적이고 음악적인 경향을 띕니다. 좋아하는 곡들을 이것저것 돌려 들으면서 "크으~ >ㅂ<" 하고 즐거워한게 몇년 만인지 모르겠네요. 진공관은 처음이라 그런지, 소리의 배음과 잔향 듣는 재미가 지금까지 겪어온 오디오들과는 격이 다릅니다. 다만! 3차원적인 공간감이나 정위감 면으로는 별 볼 것 없구나 싶습니다.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종이에다 그린 수묵화... 혹은 수채화 같다는 표현이 어울리려나요? 본격적인 오디오질을 그만둔지가 오래되어서 감은 없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 성능이면 오디오 기기로서도 가치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 오디오 제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맞춤형 케이블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RCA -> XLR 이라던가...

이 제품 최대의 특징: 다기능

이 앰프를 처음 오디오에 물리고 작동시켜보면서, 저 위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떠올리면서 탄성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프리앰프의 다기능성에 있습니다. 즉, '아, 테스트하는 사람이 소리를 제대로 잡아놨구나!' 싶었던 거죠.

가격대를 막론하고 이 정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프리앰프가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소리 조절에 관해서만 각 채널 별로 주어지는 선택의 폭을 열거하면, +20dB 게인 스위치, 로우컷 (저음) 필터, 양극전압 고/저 스위치, 위상전환 스위치, 저항값(임피던스) 조절, 출력 조절이 주어지고, 그 외에 미드/사이드 녹음 옵션과 (다만 이것의 경우 제대로 된 셋팅이 아니라는 말이 기어슬럿츠에서 있더군요) -10dBu/+4dBV, 스테레오 출력 스위치가 주어집니다. 인풋과 아웃풋 단도 비록 2채널이기는 하지만 XLR과 라인 (TRS)을 둘 다 지원하고, 진공관 온도와 VU 미터 디스플레이가 예쁘게 붙어있습니다. 기어슬럿츠 쪽에서 몇몇 회원이 이 프리앰프의 정체성을 '절대적인 품질을 위한 제품이라기 보다는, 원하는대로 착색을 먹이기 위한 용도의 제품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이해가 가더군요.

뽑기운이 - 적어도 출시 초기에는 -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저한테 온 제품에서는 아무런 이상은 찾아볼 수 없고, 정숙성도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머리가 약간 아파지는 부분은, 정말 '최상의 소리'를 잡아내려면 이래저래 실녹음 전에 상당한 양의 테스트를 해 봐야 할 것 같다는 것 때문입니다. 현재 청취용으로는 어느정도 셋팅을 잡아놓았지만, 녹음 시에는 분명히 다른 셋팅값이 필요할 것입니다. 신호 증폭을 위해서 별도의 제품 역시 시켜놓은 상황이고, 마찬가지로 주문해둔 진공관들을 돌려가면서 테스트해볼 생각을 하면... ㅜㅠ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다만 그만큼 갖고 다루는 재미와 톤 선택의 폭이 크고, 좋은 셋팅을 잡아냈을 때의 쾌감도 비례할 것 같다는 예상도 같이 해 봅니다. 나중에 보란듯이 멋진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