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가 잠깐 불어본 웨인 버저론 스튜디오 피스를 구입했습니다. 선생님한테 레슨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 1년에 한두번씩 피스를 바꿔가면서 불어보고 있는데 (밥리브스 RP8 → 마씬키위츠 E5 Shew 2 → GR 버저론 스튜디오), 개중에 가장 독특한 녀석 아닌가 싶네요. 사용한지 두 달이 가까워져가고 있어서 슬슬 감상을 써도 될 것 같습니다.
처음 불어보았을 때에 림이 너무 편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림 내경이 수치 상으로는 바하 9~10에 가까울 정도로 작지만 하이포인트가 바깥쪽으로 세워져 있어서 실제 입에 닿는 느낌은 3~5 정도 사이즈의 느낌입니다. 컵은 살짝 V형인 것 같지만 림 자체가 내경이 작아서 그런지, 막상 손가락을 넣어보면 그렇게까지 깊은 느낌은 아닙니다.
이게 상당히 독특한데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적응 초기에는 립슬러도 엄청나게 미끄러지고, 약간 마지오 스타일로(?) 주법을 강요하는 느낌도 들었는데... 지금은 굳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입술을 모아서 빨아들이는 모양새가 어울리는 것 같네요.
소리도 림 못지 않게 독특한데, 우선... 울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톤은 허스키하고 풍성한 '음색'이 나옵니다. 혹은 주법에 따라서 상당히 짱짱한, 말 그대로 스튜디오 스러운 음색이 나오구요. 어느 때에도 소리의 코어는 상당히 튼실하고 다크합니다.
쉴케나 야마하 피스 중에서도 이렇게 입술을 안으로 잡아주는 피스들을 보았는데, 상대적으로 이 웨인 버저론 스튜디오 피스는 컵과 림 내경은 좀 더 작은 대신 살짝 깊은 모양과 넓은 스로트를 가진 것 같습니다. 허스키한 톤은 긴 백보어에 비밀이 있다고 하더군요.
하다보니 적응이 좀 되긴 했지만, 한창 적응하는 도중에는 이게 과연 나랑 맞는 피스인지 고민이 많았네요. 그러다가 또 다른 피스를 불어보면 입술은 어느새 좀 익숙해졌는지 역시 이쪽이 편하고... 적응기간 동안 이렇게 긴가민가 고뇌하게 만든 피스는 처음입니다. 일반적인 피스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이질적인 피스이긴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매력적인 피스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고급 브랜드인 GR 중에서도 실버 $230, 골드 $330으로 유독 고가로 책정이 되어있는데, 세간에서도 '호불호는 갈릴 것이다. 하지만 주자랑 맞으면 값어치는 분명히 하는 피스다' 정도로 평가가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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