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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 플루겔혼/나팔

독일로 떠난 ACB 샤이어

by J.5 2013. 4. 18.


상당히 오랫동안 장터에 올려놓았던 ACB 샤이어 트럼펫이 3월 25일자로 독일에 건너갔다. 미국의 트럼펫헤럴드 장터에 올린걸 보고 연락이 와서 얘기가 진행되었는데, 그동안 국내에서 드문드문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있었으나 인연때가 맞지 않았던 듯. 


언제나 그렇듯, 물건은 내놓기 직전이 가장 좋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보내기 위해서 물청소를 깨끗이 하고, 포장 전 마지막으로 몇 음정을 불어보니, 거 참... 쩝. 심지어는 그동안 악기가 조금 뚫렸는지, 부족하게 느껴졌던 벨의 울림도 살아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녀석을 내놓게 된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1. 음색이나 울림이 내가 찾는 것과는 길이 다르다는 느낌

2. 3번 슬라이드에 워터키가 없다는 깨알같은(?) 불편함

3. 내 부실한 어깨(뼈가 살짝 기형(?)이다)에는 조금 부담이 가는 무게

4. 특유의 호흡 사용에 대한 낯설음


등이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런 자잘한 문제들은 희석시킬 여지가 없지않아 있고, 사실 이번에 정말 사고 싶은 나팔이 있었는데 다른 녀석을 샀더니 '그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심리가 가장 컸었던 것 같다. 거금을 주고 산 첫 나팔이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번 내놔야겠다고 생각을 하니 낮은 인지도에 대한 압박도 있었고.


보내고 난 지금도 드문드문 생각나는데, 좋기는 정말 좋은 나팔이었던 것 같다. 꽉찬 심지와 컨트롤에 대한 반응 등... 독일에서 처음 물건을 받았을 때에는 1번 슬라이드가 좀 뻑뻑하다고 이메일이 왔었는데 4일 뒤엔 증상이 없어지고 (아마 막 세척한 뒤라 그랬을 것이리라), 새 주인이 아주 좋아 죽을라고 한다. 메일을 읽어보니 소리도 마음에 딱 든 것 같지만, 역시나 라이브 상황에서의 강점은 가히 발군인 것 같다. 서로 번거로울 일도 없었고 기분좋게 이루어진 거래였지만, 내가 여유가 좀 있었거나 이미 다른 나팔들을 많이 거쳐본 상황이라면 계속 갖고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이따금씩 든다. 워낙에 개성이 특출한 녀석이니. 다시 구입하고픈 생각까진 들지 않지만, 포텐셜이 전부 개화할때까지 못 지켜본 것이 아쉽다.


많이 이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아껴주는 주인을 만났으니 많이 활약하고 또 쓰이는 나팔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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