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악기는 한번 베이킹소다와 은박지로 은을 되살리고 헹궈낸 다음, 다시 세제를 푼 물에다가 담궈서 솔질을 해야지 제대로 -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 닦인다. 그렇지 않으면 소다가 여기저기 악기 내부에 남아서 써걱거리는데 이럴땐 아무래도 난처해진다.
거금으로 주고 구입한 첫 트럼펫인 샤이어를 다시 팔려는 상황에서 이 녀석을 다시 씻기고 있자니 참, 정겹기도 하고, '넌 나랑 오래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악기 급수로 따지면 이 녀석도 여느 프로급 나팔에 대어 꿀릴것 없지만 (캔스툴의 최상위 라인업이다!)...
상태가 안좋았던 이 녀석을 저렴하게 얻어왔는데, 전체 점검을 마친 지금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뭐랄까... 프로급이지만, 연습용으로 막 불기에도 부담없는 악기가 된 느낌? 이제와서 제값 받고 팔기도 어려워 보이고, 아예 신동품 급으로 수리를 할 필요까진 또 없는. 무엇보다 이 녀석의 폭발적인 반응과, 옹골찬 성질머리가 마음에 든다. 트럼펫의 한 극단적인 면모를 보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남몰래 붙여주었는데, 그 캐릭터랑 참 닮은것 같기도 하고.
오랫동안 곁에 두게 되는 것들은 다 인과 연이 맞아떨어져서 그렇게 되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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