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 플루겔혼/마우스피스

웻지 (Wedge) 마우스피스 (2세대)

J.5 2025. 2. 16. 20:13

주문해둔 웻지 마우스피스가 도착했습니다. 모델은 『하이브리드 66 MV』 와 M 백보어를 #25 사이즈로 하고, 무게를 더하는 부스터를 추가했어요.

작은 벨벳 파우치를 하나 주고, 특이하게도 소형 육각렌치(hex key)를 같이 줍니다. 이게 왜인고 하니... 부스터를 조여서 고정시키는 방식이더군요.

일체형 백보어와 부스터 무게추

웻지의 1세대 모델은 백보어를 2단으로 나누어서, 헤비형을 원할 경우 백보어의 윗쪽을 교체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번에 백보어를 일체형으로 바꾼다고 해서 흔쾌히 그럼 그걸로 해달라고는 했는데, 탈부착 시스템을 왜 이렇게 했는지는 조금 의아합니다. 단단한 고정이라는 점은 좋지만, 아무래도 한 점에 쌩으로 힘을 가하는 방식인데다 별도의 도구까지 필요하니 개인적으로는 다른 방식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어차피 디자인을 일신하는 과정이라면 좀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 아마도 '불필요한 진동을 제거'한다는, 순수주의적인 측면을 더 우선순위에 둔 것 아닐까 합니다.

구형 백보어, 헤비형
개인적으로 참 깔끔하다 생각되는 워버튼(Warburton)의 Speak-Easy 무게추
위 쪽은 저 턱에 걸리고, 아래는 홈 부분에 걸치도록 고무링을 끼워넣습니다.

참고로 나사를 풀어서 높이를 재조정해주면 워버튼-ACB-피켓 등의 스탠다드한 분리형 마우스피스 회사들의 탑도 끼우는 것이 가능합니다. 

백보어는 '역시' 소리가 나오더군요. 전반적으로 만듦새도 좋구요. 사실 이번에 한국에서 잠깐 불어보고서는 탑이나 림보다도 백보어에 더 꽂혀서 사봐야겠다 했던 거라...😁 원래는 불어보고 마음에 들었던 MDV + ML 백보어로 하려고 하다가, 일단 기본형을 시키려고 (메인으로 쓰던 GR 커스텀도 잃어버렸으니... ㅜㅠ) MV 컵을 시키고, 그에 더 어울리는 매칭인 M 사이즈 백보어로 주문하였습니다.

 

하이브리드 탑 재질에 관하여

이번 기회에 웻지에서 새로 발매한 하이브리드 탑을 주문해 보았습니다. 의치(義齒)나 크라운 등을 만들 때 쓰이는 의료등급의 레진(photopolymer, 광중합레진)으로 림과 컵을 만들고, 블랭크는 황동(브라스) 재질로 만들어서 본드(?)로 부착시키는 듯 합니다.

웻지 사의 데이브 박사님 설명에 따르면, 순수 플라스틱 / 레진 / 아크릴 등으로만 탑을 만들 때의 장단점으로는:

  • 일정한 온도 유지
  • 입술에 부담이 덜 가며 알레르기 반응에서도 자유로움
  • 조금 더 따스하고 / 동그랗고 / 부드러운 음색
  • 살짝 늘어나는 그립감으로 인한 주력 향상
  • 음색의 소릿심(코어)의 약화
  • 슬로팅과 아티큘레이션의 흐트러짐
  • 피드백 등에서 오는 악기와의 일체감 저하

등이 있는데, 이런 하이브리드 방식의 조합을 통해 장점들은 살리고 단점들은 많은 부분이 상쇄된다고 합니다.

위에 나열된 것들을 다 받고 추가로 제 견해를 밝히자면, 

  1. 재질 이게... 처음 써보는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미적지근~한 것이 진짜 낯섭니다; 처음 써보는 곡선형 림까지 더해져서, 뭐라고 말로 하기는 힘든데... 트럼펫에 입을 대고 있다는 느낌이 안들어요. 다만 지금은 2주 가까이 쓰면서 어느정도 적응 되었습니다.
  2.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집니다. 부스터를 따로 빼서 들어보고 '오 충분히 묵직하구나' 싶었는데... 부스터를 끼운 상태에서 일반 마우스피스 무게 정도 되는? 원래 마우스피스에서 림과 컵 주변이 가장 무거우니...
  3. 이건 개인적인 선호도이지만, 음색에서 부드러워지고 코어 소릿심이 빠지는 그 느낌은 여전히 있습니다. 다만 예전의 켈리 마우스피스 등을 썼을 때와 비교하면 정도가 덜하기는 합니다.
  4. 아티큘레이션이나 슬로팅 등 기본적인 반응성에 대해서도 약간 다르다 싶기는 한데, 이거는 림 곡선에 따른 변화에도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서 차후 일반적인 황동재질 탑을 사용해봐야 더 정확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처음엔 소프트한 어택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더군요.

저는 원래 날씨에 상관없이 불 수 있는 림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하이브리드로 먼저 사 보았지만, 그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역시 일반적인 금속 재질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은 크기가 작은지 큰지 느낌조차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나중에 입술이 눌릴 때 부하가 더 걸리려나 하는 점은 약간 우려됩니다만... 림 곡선 자체가 입술 피로도를 크게 줄여준다고 들어서 다행입니다.

곡선형 림

조사하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곡선형 림은 이미 시도되었던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홀튼에서 발매한 클라크 모델이 대표적인 예시라더군요:

이 모델의 경우는 전방향으로 동일한 압력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허를 낸 디자인이 있는데, 이것은 마우스피스의 양 옆쪽으로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는 군요. 웻지와는 딱 반대죠. 저도 위아래로 압력을 준다는 것이 처음에 웻지를 접하면서 좀 의아했는데... 사실 웻지 마우스피스도 설명이 없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높은 쪽이 양옆으로 가는 줄 안다고 데이브 박사도 얘기하더군요. 입의 곡선을 따라간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니까요. (읽다보면 '어떻게든 특허 하나 내고 싶어서 일부러 이쪽으로 방향을 튼 거 아니야?' 하는 의구심이 살짝 생기기도 합니다... ㅋㅋㅋ)

실제로 웻지 마우스피스를 측면에서 바라보면 곡선이 생각보다 훨씬 미미합니다.

그런데 이게 느낌 차이는 생각보다도 더 심한데, 이유가 뭐냐...

림의 고점/중심에서 바깥으로 빠지는 곡선들이 완전히 다릅니다:

정면과 측면

웻지 마우스피스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 불자마자 적응이 필요 없는 사람, 적응이 조금 필요한 사람, 그냥 안맞다 하고 손 떼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가 지난 2주 가량 적응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어느 정도 특정한 주법과 세팅법을 강요하는, 혹은 필요로 하는 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웻지 공홈의 설명으로는 입술을 오므리고 (pucker), 마우스피스의 양 옆을 입술로 붙잡는 느낌으로 불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입술 구멍을 중앙으로 맞추고, 양옆을 벌려줬다 잡아주면서 '앞으로' 불어주는, 버트 트루액스가 설명한 방식(링크)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입술 구멍을 중앙으로 맞추라는 이야기는 다른 데에서도 본 것 같은데 출처가 가물가물하네요) 완전히 이완된 상태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암부셔가 자리를 찾아가게 하는 방식보다는, 이런 식으로 미리 잡아주고 부는 (Lock & Blow) 방식이 웻지에 맞더군요. 그리고 이런 틀에 맞는 근육들이 자리를 잡는 데에도 시간이 조금은 걸리는 듯 합니다.

고음은 사실 처음부터도 더 잘 나긴 했는데 (그 전에는 입술이 잠기던 부분이 좀 더 열리더라구요), 적응을 좀 하고 나니 연주성 측면에서는 확실히 수월한 느낌입니다. 어찌 보면 특정한 방향의 주법을 강요하는 대신, 거기에 맞출 수만 있으면 확실한 이득을 가져다 주는 식의 교환이라고 할까요. 다만 위에서 얘기했듯, 재질 때문에 오는 반응이나 음색의 영향이 좀 있는 것 같아... 다음에 어떤 사이즈를 주문할 지 좀 더 판단이 서면 브라스 재질로 더 불어서 결과를 보고 싶습니다.

여담으로 현재 판매중인 2세대 모델들은 림의 면이 1세대에 비해 좀 더 넓고 플랫한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소식이네요 :)

 

참조 링크들:
https://wedgemouthpiece.com/

 

Wedge Mouthpiece

Switch to a Wedge, Proud Manufacturer of Chuck Findley Signature Mouthpieces and Discover Your Full Potential.

wedgemouthpiece.com

https://www.trumpetherald.com/forum/viewtopic.php?p=1565234

https://www.trumpetherald.com/forum/viewtopic.php?p=1686969

https://www.youtube.com/watch?v=mAelXo24W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