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음악/듣는 것들

수평적인 관계, 이웃집 같은 음악들의 도약

J.5 2010. 11. 3. 22:49
최근 날씨가 추워지기에 다시 서그덴A21a 를 프리앰프로 쓰고 있습니다.
문득 소리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넉넉한 심경이 되어서 글을 써봅니다.

얼마전에 아는 분께서 재미있는 음악들을 소개해달라고 하셨는데...
그 연장선 상에 있는 소개입니다.

대중음악의 다양성 부재에 대한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대기업, 대형기획사의 횡포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 좀 더 독립적이고 소소한,
소위 '수평적인' 관계로 조금씩 눈을 돌려가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폼플라무스 (Pomplamoose) 는 좋은 예입니다.

어스윈드&파이어 'September'

레이디가가의 'Telephone'

'September'의 작사가와 함께한 오리지널곡 'Jungle Animal'

이들은 아이튠즈를 통해 곡을 판매하고, 밴드 티셔츠 제작 등의 부수적인 사업도 하더군요.
아이튠즈 얘기를 하면, 최근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빈민거주지역에 강도가 침입, 소녀를 강간하려다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지역 방송에서 이 소녀의 오빠가 나와서 감정적으로 인터뷰한 것이 히트를 치면서 이 인터뷰를 노래로 만들어 '대박'이 난거죠. 그러자 이 노래의 제작자들은 소녀의 당사자(오빠), 아이튠즈와 3자계약(?)을 체결하고 노래를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시작, 결국 빌보드 차트에도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오리지널 인터뷰:
노래 - Bed Intruder Song

그리고 이 작곡자들이 코드 등을 무료공개함으로서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 곡을 재해석해서 부르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유튜브에서 bed intruder song 으로 검색해보면 주루룩 나옵니다).

얼마전 '감성힙합'의 선구자 누자베스(nujabes)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명을 달리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또다른 뮤지션들이 조명되었었는데
그 때 개인적으로 귀에 꽂히던 곡들도 두 곡 같이 소개드립니다.

DJ Deckstream + Talib Kweli, Mos Def
'Life is Good (Black Star Remix)'

이노 히데후미 - Spartacus 사랑의 테마 (고전영화 - '스팔타커스'라고 나왔던가요?)


얼마전 한국의 인디레이블을 통해 정식으로 소개된 일본 인디씬의 수재,
토쿠마루 슈고라는 아티스트도 재미있는 경우입니다. 꿈에서 영감을 얻은 곡들, 의미가 엮여나가지 않는 가사들. 녹음은 금방 끝내지만 곡 하나하나를 붙들고 원하는 소리가 나올때까지 몇달 혹은 1년이 넘도록 천착하는 뮤지션이죠.

Rum Hee

파라슈트



오랜만에 곡 소개를 하려니 글 두서가 너무 없네요 -_-;;


하여간... 그래서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서도 많은 약진이 있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파격적인 효과를 불러왔고,
영화에서도 '워낭소리' 등... 그리고 인디음악 씬은 여전히 활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진짜 음악을 들으려면 UCC와 인디로 가야 한다...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런 와중에 한 인디레이블에서 소속가수들의 음악을 묶어 내놓은 컴필레이션 음반이 있으니... 민트페이퍼의 세번째 앨범, 'Life' 입니다.
http://www.maniadb.com/album.asp?a=603339


마치 이웃처럼 우리와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생활형 음악.
앨범 수록곡들이 하나같이 상당히 좋습니다. 이 글에선 두 곡 정도만...^^

10cm -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네온스 - 달빛 스쿠터



나아가 최근에 듣게 된 재미교포들의 오리지널 곡, 'Little Light'를 소개하고 마치렵니다.



글은 엉망이지만... 그냥 지금까지 올려놓은 곡들을 음미하셨다면 그걸로 기쁩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한 곡들은 제 개인적 취향에 맞춰져 있는지라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실제로는 더욱 더 광범위하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의 Lonely Island와 한국의 유세윤 등의, 개그송들의 오버그라운드화, 최근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나 슈퍼스타K의 열풍 등...
우리 옆에서도 서로 곡을 녹음하고 공유하며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죠. DVD프라임의 연주게시판이라던가.

관용과 이해를 넘어 함께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각자의 '다름', 그리고 그 다른 것들의 융화.
'요즘'이란 우리 시대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할 바를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