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음악/듣는 것들
브레스 오브 파이어 IV 완료.
J.5
2008. 7. 18. 08:11
Breath of Fire IV ~ 변하지 않는 자
"정통 RPG"라고 하면 생각나는게 뭘까... 도트그래픽?
요즘 게임들은 예전같은 아련한 감정이입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단순한 추억보정일까. 따스함, 풍성함과 상상력이 결합되어있던... 멋진 동화속 세계에 들어가 살고 있는 것 같았던 예전의 롤플레잉 게임들. 하긴 요즘 아이들에게는 재미가 없으려나?
플레이는 재미있게 했다. 조금 더 캐릭터를 설명해줄 스토리나 각종 이벤트성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지만,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윤나. 묘~하게 생기셨다.
또하나 재미있는 점은 한국적인 느낌이 - 특히 '제국'에서 - 꽤 섞여 난다는 것이다. 몇가지 이름들부터, 포울루를 수행하는 영물(해태), 그리고 색채나 디자인도 심심치 않게... 처음엔 장난식으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니 의외로 그럴듯해서 놀랐다. 비열한 짝눈 국왕을 보면서 이 모씨가 생각났다고는 죽어도 말 못하겠지만(...).
스토리도 참 좋다. 브레스 오브 파이어 특유의 마이너틱한, 어두운 분위기는 더욱 더 현실을 비교하고 반추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음미하는 맛이 또 색다르다. 신과 세상, 인간에 대한 생각... 이런 사색적인 진지함은 소위 '깨는' 엔딩 루트와 그 분기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위에서 이벤트 등 아쉬운 이야기도 했었지만, [브레스 오브 파이어 4]의 최우선순위는 어느 무엇보다도 '스토리' 그 자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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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스 오브 파이어 4]를 시작하게 된건 사실,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막혔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슈퍼패미'콤'(얼마만의 단어인가!)으로 나왔던 2편을 시작했다가, 트러블이 생겨서 4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리해서, 본 작업은 내팽개쳐가면서까지 이 게임에 매달렸던 것은... '끝낸다는 것'에 대한 집착(강박관념?) 때문이었다. 하나를 시작해서 끝을 본다는 것...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시작과 진행은 많이 했어도 끝까지 해낸 일들은 얼마나 되었던지... 어중간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스토리 위주의 RPG 특성상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당장의 캐릭터 작업보다, 무언가를 '끝내는 것'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욱 더 절실했다.
애니메이션 역시... 그 와중에 독립감독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새삼 크게 깨달은 것은 '어쨌든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후지더라도. 아무리 여건이 안받쳐줘도, 계속 만드는거다. 아마 사람들이 대개 비난하는 많은 작품들 역시, 만든 이들의 미학 자체가 완전하지 못해서라기 보단, 다만 주어진 한도 내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이 거기까지인 것이다. 잘 해보겠다는 욕심에 죽을때까지 질질 붙잡고 끄는것보다는, 끝내고 또 시작하며 이어지는 발전이 좋다고 생각된다. 또 끝을 내는 사람은 섣불리 시작하지 않음에 경솔하지도 않다.
끝내는 것이 주는 그 특별한 느낌...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익숙해져야지.
Breath of Fire IV OST
"Truth and Dreams"
by 青木佳乃 (요시노 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