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모리슨 퀸텟 feat. 마리안 페트레스쿠
예전 글에서 말씀드렸던 제임스 모리슨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전과 같은 시티 리사이틀 홀.
대로변 건물들 한겹 뒤에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보여드리고 싶어서 공연 마치고 찍은 사진들입니다 :)
요기를 걸어 내려가면~
이곳이 공연장 입구입니다. 여기 말고 출입구가 하나 더 있는데 그 쪽으론 다녀보질 않아서...?
저번에 봐 둔 경험을 살려서 이번에는 무대 바로 옆 위쪽으로 좌석을 예매했는데, 대만족이었습니다. 심지어 너무 앞이라고 그런건지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 단순 청취자 / 관객 입장에서는 베스트가 아닐지 몰라도 같은 음악인(?)으로서 무대에 같이 서 있는 듯한 느낌으로 보기에는 더 이상 좋을 수 없겠더군요.
가장 앞줄 자리는 20만원 정도 하는 자리로 공연 뒤에 제임스 모리슨과 뒷풀이 자리(?)로 이동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렇게 사석에서 만나뵈었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공연 같은 경우는 3층 자리들은 처음부터 내놓질 않았는데, 친밀하고 다소곳한 느낌의 5중주 연주에는 실제로 이 편이 더 어울리겠더군요. 공연 시간은 앵콜 포함 1시간 반이었는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넣을 것은 다 넣은 구성이었습니다. 주로 벨을 구부린 샤걸(Schagerl) 레이븐 위주로 연주하긴 했지만, 킬러퀸 플루겔혼과 트럼본 연주도 한 곡 씩 넣어주었고, 앵콜 밀당(?) 때에는 피아노 연주도 보여주시고 하하... 곡 구성도 잔잔한 듀엣부터, 젊은 기타리스트 분 보컬의 'I Fall in Love Too Easily', 미디엄 템포부터 기운 넘치는 라틴까지. 곡들 사이사이에 여유로운 담소와 유머가 곁들여지고, 원래 클래시컬 피아니스트 출신인 마리안 페트레스쿠와의 협연 기회를 살려 실험적인 음악적 시도도 유쾌하게 담아냈습니다. 같이 관람했던 보컬 누님 분께서는 '내가 평생 본 재즈 공연 중 최고였어!'라고 활짝 웃으시더군요.
이번엔 중간중간 영상들을 꽤 찍어두었는데, 마구잡이로 올리기는 좀 그렇고...^^; 짤막하게 두 편 정도만 공유해봅니다.
제임스 모리슨은 은근히 비지니스 감각도 탁월한 분이란 생각을 곧잘 하게 되는데, 힘들이지 않고 쉽게 벌면서도, 딱히 불만을 사지는 않을 법한 그 선을 참 잘 타시는 것 같달까요. 프리미엄 전략에 가깝기는 한데, 본인 스스로도 활동은 꾸준히 하시지만, 무슨 아이돌 굴리듯 쉼없이 대중들 앞에 서기보다는 꾸준히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본인의 사생활적인 여유도 충분히 두시는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워낙에 대가이신 데다가, 항상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아우라를 머금고 계신 분이라 가능한 일이겠지요.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신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과,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양립을 기가 막히게 하시는...? 어쩌면 그런 멘탈적, 신체적 건강함과 체력이 그의 음악적 재능만큼이나 뛰어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서양에서는 변방에 가까운 호주에서부터 지금 자리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되짚어보면 참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자로서 가장 크게 받은 인상 역시도 '자연스럽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참 자연스럽다... 어쩜 저렇게 자연스럽게 불까. 예전에 번역했던 영상도 있지만, 제임스 모리슨의 모든 것이 그런 느낌이지요. 저음도 고음도, 작은 소리도 큰 소리도 한결같이 자연스럽고 흐르는 듯한 (flowing) 기풍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 신기하지요. 음악 집안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제임스 모리슨은 트럼본, 튜바, 유포니엄, 플루겔혼 같은 금관 악기들 뿐만이 아니라 색소폰이나 클라리넷 같은 목관, 나아가 더블 베이스, 기타와 피아노까지 다 다루는 멀티-인스트루먼탈리스트 (다악기 연주자?) 거든요. 장인정신으로 한 가지에 극의를 추구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여러가지를 높은 수준으로 하면서도 그다지 애쓰는 것 같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대가나 유명한 장인들도 의외로(?) 먹고 자고 싸고, 시시콜콜한 것들도 하면서 남들처럼 사는 것을 보면, 실제로 우리가 무언가를 터득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요새 자기개발 / 자기계발 영상들 보면 많이들 나오는 얘기지요.) 어쩌면 단순히 '재능'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접했던 사람은 '아 그냥 이건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고 한방에 깨끗하게 이해/납득하고 탁 넘어갈 수 있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나팔 같은 경우는 특히 머리에 마구니가 끼면 갈수록 더 꼬이게 되는 구조라, 생각이나 의심이 많으면 학구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실제 악기를 부는 데에는 그리 좋을 것이 없는데 말이지요 하하... 악기 뿐 아니라 직장이나 일상에서도 그렇고, 요즘 꽤 자주 생각하는 부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