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 플루겔혼/팁 & 정보

나팔 관리 / 세척 / 케어 - 세척통, 세척 용액, 폴리쉬 (광약) 등

J.5 2024. 3. 3. 17:52

어제는 대형 공구점에 갔습니다. 슬슬 나팔들을 한번 씻겨줘야 할 타이밍인 것 같아서 아래와 같은 세척 통을 사려고 간 건데:

원래는 이런 플라스틱 화분을 사려고 했는데...

가장 급한건 플루겔혼인데 그건 안맞을 거고, 위 제품도 구조가 좀 아쉽고 해서 좀 더 돌아다니다 보니, 딱 좋은 사이즈의 플라스틱 통이 있더라구요:

30L 용량에 570 x 386 x 205 mm 크기입니다. 사진이 찍다보니 저리 나오긴 했는데, 깊이도 물을 거의 가득 채워야 벨 끝까지 딱 잠기는, 이상적인 사이즈입니다. 사실 더 큰 통을 사둔것이 있는데 평소에 넣어두는 짐도 넣었다 뺐다 해야되고, 너무 물을 많이 먹는 것 같아서... 온수도 너무 쓰고, 용액을 만드는 데에도 세제 등이 더 필요하게 되니까요.

사실 마지막에 씻겼을땐 싱크대에 딱 맞길래 이렇게 하기도 했는데(...)

참고로 일반적인 트럼펫의 규격 / 크기 / 치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상세 크기는 모델마다 조금씩 다르니 유의하시구요 :)

 

세척 용액

로 브라스(생 황동)용 용액으로 가장 좋아보이는 것은 주방세제 1/3 + 백식초 2/3 비율로 물에 넣어 푸는 것입니다. 금속공학 쪽에서 이 공법(?)을 절임(pickling)이라고 한다는데, 트럼펫 쪽에서는 토니 스코드웰 옹이 이야기해서 유명해진 방식입니다. 희석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 용액만으로 씻기는 분들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고, 물과 1:10 미만의 적당한 비중으로 넣어도 괜찮을 것입니다. (사실 1:10 이라고 해도 대략 주방세제 1리터에 백식초 2리터입니다. 평소 쓰는 주방세제 양을 생각해 보면 여기서 반 이하로 줄여도 충분할 듯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일반 식초가 아닌 백식초를 써야 한다는 점인데 (산성 차이인 듯), 이 용액은 아래 사진처럼 도금이 되어 있는 부분은 벗겨질 수 있으니 로브라스 부품에만 사용하셔야 합니다. 세척력 자체는 발군이긴 한지, 리드파이프의 도금된 부분은 닿지 않도록 밀봉하고 관 안쪽은 이 용액으로 세척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마지막에 씻겼을때 핑거버튼 줄기 부분이 이래 돼서 식겁했습니다 ㄷㄷㄷ... 니켈 도금일거라고 하더군요.

은도금에는 알루미늄 호일과 베이킹 소다 믹스를 기본적으로 가져가고, 여기에 옵션으로 식초나 바다 소금을 같이 넣습니다. 식초나 소금은 부가적으로 효과를 조금 더 업시켜주는 느낌인 것 같고, 아마 주방 세제가 들어가지 않아서 위와 같은 화학 작용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한번 저러고 났더니 좀 무섭네요(...) 아마 추가하더라도 바다소금 정도나 넣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대로 해주려면 은 복원을 이렇게 한 차례 해주고, 세척 자체는 나팔을 헹군 다음에 물을 갈고 다시 해줘야 합니다. 귀찮아서 이것저것 한꺼번에 섞어서 써 보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봐온 결과 뭔가 잘못 섞이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기 쉬운 것 같아요(...). 

😨 이렇게 말이죠 😱

그러다보니 요즘은 그냥 주방 세제만 풀어서 쓰자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편입니다. 간편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요 😂 로우브라스에 파티나(녹청) 변색이 일어나는 것도 저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 데다가, 어차피 어떤 용액을 쓰더라도 마무리까지 제대로 하려면 광약(폴리쉬)는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하튼 틈틈이 이런 특수한 용액들도 쓰기는 하겠지만, 세척 방법에 대해서는 이제 해볼만 큼 해봤다는 느낌이라 앞으로는 크게 탐구해볼 일은 없지 않을까...🤔

폴리쉬

위와 같은 일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다행이었던 것은 폴리쉬, 즉 광약들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주방세제나 초음파 세척 등으로 씻기고 폴리쉬로 마무리하는 것이 옛부터 정석이었던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나 봅니다.

Brasso 시절부터 해서, 한동안 3M 제품들과 해거티 실버 등이 인기였고, 지금도 여기저기서 폴리쉬들이 많이 나오는데, 제가 마지막으로 검색했었을 때는 마스(MAAS)와 플릿츠(Flitz) 두 제품이 가장 대세더군요. 저도 궁금해서 호주에 지사가 있는 마스 제품부터 사 보았는데,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이 두 제품들이 인기를 끈 것은 두 가지 이유인데, 우선은 표면의 마모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악기 용으로 쓰이기에 기본적인 미덕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고, 나머지 이유가 좀 독특한데... 표면 재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기존에는 실버 폴리쉬 따로, 로우 브라스 폴리쉬 따로 이런 식으로 구비를 했어야 했는데, 이 녀석들은 어느 마감이건 다 먹는다는, 충격적인 범용성을 자랑합니다. (황동, 구리, 알루미늄, 은, 금, 니켈, 크롬, 백금, 스텐리스, 심지어 플라스틱이나 유리섬유 등등... 어지간한건 다 됩니다) 곧잘 가는 디에페스 수리점의 에드 사장님은 플릿츠를 쓰고 계신데 (저랑 반대로 마스는 안써보셨다네요) 만족하시는 걸로 보아, 과연 양쪽 다 인기있을만 하구나 싶습니다.

양 제품 다 튜브형과 플라스틱 용기 형으로 나오네요.

단, 제 뽑기운이 안좋았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마스 튜브형을 샀더니, 한 두번이나 썼나...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뚜껑 안쪽이 뜯어져 버리더라구요...ㅡ.ㅡ 한 10~20% 정도만 아직 붙어서 덜렁거리고 있습니다.

빠직... 💢

저의 경우 악기 하나당 1년에 많아야 세네 번 세척하는 정도이고, 할 때마다 광약을 쓰는 것도 아니다 보니 폴리쉬 제품 같은 경우는 한번 사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다음에는 플릿츠를 한번 써봐야지 싶은데, 언제나 또 사게 될런지 하하...😅

브러쉬 류

브러쉬 같은 경우는 대중 없기는 합니다. 보관 시에 솔이 눌려있거나 젖어있지 않도록 신경 써 주는 정도 외에는, 사실 제품마다 큰 차이가 없어서요. 예전에 HW 브라스-세이버 제품이 나오면서 획기적이라는 반향도 불러일으켰지만... 

발매 당시엔 웅성웅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쎄 굳이...?' 라는 반응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써보면 그렇게까지 우월하다는 느낌은 아닌데, 가격은 일반 세척 용구들보다 2~3배 이상 비싸거든요. 솔의 잔털이나 저 끝에 잡아당기는 플라스틱 볼이 빠지기도 하고, 납작한 플라스틱으로 된 저 끈이 미끄럽고 곧잘 구부려져서 나중에는 어디 밀어넣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좋아서 제품을 좀 더 개량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딱히 메리트가 크진 않을 듯 합니다.

몬스터 사의 케어 키트

몬스터 오일의 케어 키트도 잘 쓰긴 했는데, 저 두툼한 밸브 브러쉬의 경우 체감적인 만족도가 훌륭하긴 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솔들이 떡지더군요 😂 작년인가 처분했습니다. 저 밸브용 솔과 마우스피스 솔은 둘 다 끝에 동그랗게 피막을 씌워 놓은것도 장점입니다. 두툼하게 꼬아서 만든 뱀솔도 좋았는데, 꼬불꼬불 휘는게 아니라 탄력(장력)이 있어서 쓰기 좋은 구석들이 있었어요. 다만 밸브오일은 개인적으로 좀 품질이 아쉽습니다. (에드 사장님도 동의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 세척 용구들, 정확히는 뱀솔(스네이크 브러쉬)에 바라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인데:

  • 철사에 피막을 입혀서 뾰족한 끝 부분(tip)에 관 내부가 긁히지 않게 할 것 (이 점은 마우스피스, 밸브용 브러쉬도 동일)
  • 플루겔혼 벨에서 3번 밸브까지 닿는 길이와 사이즈의 제품

입니다. 1번 같은 경우는 주피터 제품이었나... 우연히 딱 한 제품 본적이 있는데, 쓰다가 잃어버린 뒤에는 구하기 어려운 것 같고, 2번이 만족되는 제품은 아직 못 봤네요... 길이가 더 길어서 트럼본용 뱀솔을 사 보았는데, 브러쉬가 두꺼워서 끝까지 못 들어가더군요 ㅜ.ㅠ

그 외

물줄기를 바꿀 수 있고 호스 형태로 되어있는 분사기(?)가 있으면 좋고... 나삿니(스레드) 부분이나 구석구석 닦아줄 부분이 있으면 보통 칫솔로 닦는 편인데, 저는 배터리를 넣어서 쓰는 1회용 전동 칫솔을 씁니다. 칫솔들은 제가 다 쓰고 남은 것들로 쓰는 거긴 한데... 아직 딱히 불편한 점은 없네요 하하 😅 맨들맨들한 외관 쪽은 그냥 손으로 닦아주는 정도구요.

사실 저는 외관 관리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트럼펫을 한번 꺼냈다 넣을 때마다 융으로 닦아주고 관 청소해주고 하지는 않습니다만... 리드파이프(+튜닝슬라이드) 같은 경우는 잔여물이 쉽게 쌓이기 때문에 자주 청소해주는 것도 괜찮으며, 밸브도 급할 때에는 간편하게 청소해주기도 합니다. 내부 청소를 좀더 자주, 일상적으로 해주고 싶은 분들은 HERCO의 스핏볼도 괜찮은 옵션이 될 것이며, 가방이나 장농 등에 보관 시 3M 탭스를 써서 산화를 늦춰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요번에 플루겔혼을 씻기면서 밸브 캡 얘기를 좀 해야겠다 했는데, 분량 상 한번 끊고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