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마하기/마스터클라스 & 인터뷰

망백(望百)의 재즈 플루겔호니스트 - 아크 반 로옌

J.5 2024. 2. 25. 21:30

아크 반 로옌(Ack van Rooyen) 은 반 라아(Van Laar)를 접하면서 처음 알게 된 연주자입니다. 생몰년도가 1930.1.1~2021.11.18 인 것을 보면 거의 만으로 92년을 살다 가셨기에 91세에 붙는 망백(望百)이라는 호칭을 덧붙였습니다.

본 영상이 촬영되고 올라온 것은 2019년이고, 20년도에는 90세를 맞아 연주하신 영상이, '21년도 3월에 헤이그 왕립음악원에서 치뤄진 마스터클래스 영상까지 기록들이 꾸준히 남아있는데, 기력이 조금씩 쇠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서도 참 마지막까지 정정하게 활동하다 떠나셨구나 싶어...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핵심을 짚으면서도 부드럽고 여유로운 느낌은 연주나 말씀에서도 느껴지는 이분의 고유한 결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 영상을 보는데도 이런 부분들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아주 간결하고, 동네 어르신처럼 푸근하지만 단어 하나, 비유 하나로 정곡을 꿰뚫는 듯한 느낌. 네덜란드 분들이 말하는 걸 본 것은 이 분 외에는 반 라아의 창립자인 훕 반 라아와 거스 히딩크 감독님 정도라 그런지, '네덜란드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말을 잘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옛날 옛적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면서 네덜란드 인들은 실리주의적인 문화가 강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래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구요.

추정컨데 빅밴드 생활을 하던 젊은 시절에는 트럼펫을 주로 부셨지만 그 외에는 플루겔혼을 평생 주 악기로 삼으셨던, 의외로 보기 드문 유형이시기도 합니다. 마우스피스가 조금 독특한데, 겉보기에 바하 스타일인 듯 한데 살짝 휘어져 있더군요.

개인사로부터 시작하여 음악과 연주, 악기, 주법에 이르기까지, 한마디 한마디에 진하게 농축된 연륜이 묻어나는 인터뷰입니다.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

※검토를 하고 올렸는데도 번역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3:50 즈음에 말씀하시는 '들어야죠'는 엄밀히 말하면 '듣는 법을 익혀야죠' 입니다. 금관 쪽에서는 특히 더 많이 나오는 단어인데, '듣는다'라는 것은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예시로 '머리 속의 음상을' 듣는다는 개념으로 자주 쓰이구요. 다른 이의 소리, 나의 소리를 듣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만 (사실은 그래서 '들어야죠'로 축약한 것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문맥 상으로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음상을 '듣는다'는 의미가 가장 맞을 것입니다.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라'는 것은 그게 무슨 음정인지, 코드나 곡 흐름 안에서 어떤 위치 등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다만 좀 더 포괄적으로 다른 이의 소리나 지금의 소리를 정말 귀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할 수는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Van Laar Trumpets (https://www.vanlaartrumpets.n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