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빨대와 내시경 마우스피스 - 에릭 벌린(Eric Berlin)의 암부셔 레슨
알바니 교향악단 수석이자 매사추세스대 (UMASS) 교수 등 굵직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에릭 벌린의 레슨 영상입니다.
암부셔에 관한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아마 처음 보게 된 것 같은데, 빨대도 그렇지만 불이 달린 내시경을 사용해서 컵 안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참 신박했습니다.
상당히 전부터 빨대를 이용하는 훈련, 연습법에 대해서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머리는 이 영상으로 끊는 것이 순서에 맞는 것 같아서 번역했습니다. 앞으로 두 개 정도 더 이어서 번역을 할 거 같은데, 문제는... 다른 두 분은 흔쾌히 번역 문의에 응해 주셨는데 에릭 벌린 선생님은 시간을 두고 두 번 정도 여쭤 보았지만 대답이 없으셔서... ㅜㅠ 원본 영상과 채널 표기로 최소한의 예의는 차려 봅니다만, 원저작자의 요청으로 인해 내려갈 수도 있는 점 미리 말씀 드립니다.
원본 영상에는 초반에 숨을 거꾸로 빨아들이면서 소리를 내는 시범도 보여주시고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는데, 편의상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부분부터 번역을 하였습니다. 관련 팁이나 번역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아래에 같이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빨대 종류
현재 마우스피스 규격에서 거의 스탠다드가 된 #27 사이즈 쓰로트가 3.66mm 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구르트 / 바나나우유 빨대를 사용하는데, 직경이 2mm 였는지 3mm 였는지 기억이 아리송하네요 😅 이 빨대가 요 일반적인 #27 쓰로트에 딱 들어갑니다. 영상에서 나오는 것처럼 마우스피스로 통과가 가능하지요.
이번 1편에서는 이런 작은 빨대로 숨을 보내는 느낌에 익숙해지는 것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과호흡 (overbreathing) 문제와도 연관되는 것이지만 정말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지요? "트럼펫 연주에는 숨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실제로 이런 작은 빨대를 불어보면 생각보다 숨이 안나가서 당혹스럽거나 답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즈의 빨대가 마우스피스 쓰로트에 딱 끼는 크기란 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아무리 숨을 많이 보내려고 해도 어차피 이 정도밖에 안 나간다는 얘기지요. 빨대로 숨을 불어내보면, 자연스럽게 내보낼 수 있는 숨의 양과 속도 이상은 마치 역류하듯이 되받아치는 저항이 느껴질 텐데, 이 백프레셔(역압)을 어디서 어떻게 받아내는지 스스로 관찰해 보세요. 처음엔 목으로 막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이걸 목을 열고, 대가 분들이 '에어 서포트' 얘기하는 것처럼 아래쪽에서 편하게 받아주는 느낌으로... 🙂 개인적으로 빨대 연습이 참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 단순히 입술을 모으고 암부셔를 잡아준다는 것 이외에도 이런 식으로 '연주할 때와 비슷한 압력 상태'에 익숙하게 해 주고, 내가 어디로 이 압력을 받아내는지 = 어디로 숨을 밀어주는지 느낌을 선명하게 관찰하고 몸에 익히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M' 발음에 관하여
수년 전엔가, 한 방송에 언어 천재라는 어린 아이가 나와서 영어 발음 (미국식)을 이렇게 적었다고 하더군요:
Apple = '애아뽀'
Chocolate = '촼헐릿'
Love = '을러어브'
알파벳 'M' 발음을 한글로 쓸 때에도 항상 이런 딜레마가 있어서, 이번 영상에서는 처음에 '에음므', '에음' 으로 적고 그 뒤로는 그냥 'M'이라고 표기하였습니다. '엠'이라는 번역된 글자를 읽지 마시고, 귀에서 들리는대로 그 소리 자체를 따라해보시길 바랍니다.
문자 표기로는 소리를 정확히 표현할 수가 없어서... 그리고 그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도 말이죠 😂
7:34 부터 한번 보세요^^ (이 분 출연하신 편이 재미있는게 많더군요! 악기 부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도...?!)
공기 (Air), 숨 (Breath), 바람 (Wind)
번역을 할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이번에도 역시 어렵네요 하하... 😂
이번엔 좀 과감하게 '공기'라고 번역을 많이 해 보았는데, 이렇게 써 놓고 보니 확실히 이런 서양 / 영어권 쪽의 관점 자체가 상당히 다르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있는 것을 그냥 객관적으로 본달까요. 옛날 어느 서적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모든 것을 정지 상태로 본다'고 하던데, 느낌이 비슷하네요. (반대로 동양은 모든 것을 움직이는 것으로 본다고...) 사실 영상을 따라가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는 없지만, 나중에 찬찬히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지도...?
에릭 벌린은 에릭 벌린의 방식대로
역시 항상 상기하는 부분이지만, 에릭 벌린은 에릭 벌린의 방식대로 나팔 연주를 분석, 이해하고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마찰로 인한 버징과 입술 옆의 근육 등, 굉장히 물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많이 두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것이 첫번째 레슨 영상이라 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어떤 분에게는 확 와닿는 최고의 레슨일 수도 있고, 어떤 분에게는 그저 그럴 수도, 또 다른 분은 오 이건 참 괜찮은데 저건 좀...? 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 자리를 두고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선택은 신중히 하되, 일단 신임하기로 했으면 온전히 믿고 맡기라' 구요. 최소한 보고 따를 때에는 의심 없이 온전한 신뢰로 몰입하는 것이 최대한의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믿습니다. 설령 나중에 그것이 자신과 맞지 않더라두요.
저는 사실 대다수의 경우, 실제 일어나는 현상은 비슷비슷하지만, 사람마다 느끼고 표현하는 결이나 방식이 다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영상 말미에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서 세팅하는 방법은 마지오 교본 관련해서 얘기하는 것들과 거의 같은 원리처럼 보이지요. 나팔에는 정말 다양한 방법론과 접근법들이 있습니다만, 결국은 이것 저것 해보면서 나에게 맞고 잘 받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취사 선택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음엔 잘 모르겠다 하면서 넘어갔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서 불현듯 '아!' 하고 번쩍 깨달음을 주기도 하구요.
아무쪼록 이번 글과 영상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