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목소리, 혹은 창법
※ 장문주의 - 쓰다 보니 거의 10시간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수다 듣는 느낌으로, 곡들과 함께 느긋이 음미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추천영상으로 뜬 곡을 한번 눌러보고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감탄해 버렸습니다.
'우와...'
「별가루의 모래시계 (星屑の砂時計)」 - 『기동전사 건담 The Origin』 1편 ED
가수가 누군지 검색해보니, 유유(ゆゆ)라는 여가수인데, 기록들을 보아하니 2010년 데뷔 후에 1년에 한번 꼴로 EP 음반을 발표하고 활동하다가 2015년 초에 이 곡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활동 기록이 없네요.
(제 취향에는) 이렇게 좋은 가수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몇 년의 활동 뒤에 커리어가 스멀스멀 가라앉는 것을 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헛헛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또 다른 가수가 있네요. 예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는 오타케 유키 (大竹佑季).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분은 3,4년 전에도 활동을 이어갔던 흔적이 있더군요. 몇 년에 한번 꼴이기는 하지만 계속 음악활동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예술 쪽에 종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보답받기 어려운 일인지...
음악 얘기도 나옵니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두 유형같은 가수라면 아마 처음에 아라이 아키노(新居昭乃)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부터 눈이 뜨였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에도 '참 선녀같다' 하는 생각을 한 것 같네요.
새삼 이 곡이랑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저한테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 되돌아보게 되네요. 아라이 아키노의 「VOICES」.
들을 때마다 목소리 참 좋다 하는, 80~90년대에 주로 활동한 카사하라 히로코(笠原弘子)도 참 좋아합니다. 이 분은 성우도 겸직이기는 한데 뭐랄까... 좀 여러모로 들쭉날쭉하고, 그래서 주어진 목소리에 비해서는 충분히 좋은 곡을 많이 못 받았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나마 제가 즐겨 듣던 마크로스 2의 곡들은 좋은 곡들이 꽤 많습니다. 2000년대 이후로는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성상편 엔딩곡 「사랑의 양식(愛しさの糧)」 정도가 유일하게 언급할 만 하군요.
작품은 똥망(...)에 가까웠지만 OST는 이례적으로 카사하라 히로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마크로스 2
성우 쪽에서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의 가수 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하야미 사오리(早見沙織) 입니다. 이분은 예전부터 크게 되겠다 했는데, 이젠 완전히 메이저 스타로 올라셨더군요. 이번에 영상들을 찾아보니 완전히 가수로서의 커리어도 제대로 양립하기 시작했고, 드러내는 모습이나 성격에도 자신감이, 창법에도 가수로서 별개의 페르소나가 나오는 느낌입니다. 이제는 노래를 부를 때에는 완전히 가수로서 부른다고 해야 하나... 어머니가 재즈 가수라서 어릴 때부터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담백한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눈의 꽃 - 하야미 사오리 (아이돌마스터 OST, 2013)
이렇게 보면 사카모토 마야(坂本真綾)나 테시마 아오이(手嶌葵)도 비슷한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뭐랄까... 사카모토 마야의 경우는 목소리가 캐주얼/청춘스럽고, 테시마 아오이 경우는 너무 한 음 한 음을 소중하게 다루면서 부른다는 느낌입니다. 한국에서 이수영도 목소리만 따지면 이쪽 과일텐데, 이 분은 트로트식 창법이라고 해야 하나... 기교가 상당히 들어가는 편이라, 하하. 음색 깡패로 알려진 에메(Aimer)나, 월광으로 유명한 오니츠카 치히로(鬼束ちひろ)가 더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사카모토 마야의 경우는 처음 『천공의 에스카플로네』로 데뷔하던 시절부터 칸노 요코가 애지중지 키운 덕에 좋은 곡들이 엄청 많기는 합니다. 에메의 경우는 판소리하는 분들처럼 성대가 변형을 겪은 것 같은데, 제대로 판소리 창법에서 온 이자람이 생각나네요. 이 분 감성(?)이 너무 한국 민속적이라 뭐랄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 그 쪽으로만 활동을 하셔서... 커버곡들이라도 쫙 한번 질러주시면 난리 날텐데요 크흐...ㅜㅠ 중국과 일본과의 문화양식을 비교하며 한국의 미학은 '무심함' 이라던 옛 서구권 문서의 언급이 있었는데, 이자람이 보여주는 감성이 이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이런 '담백한' 취향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에서는 키로로(キロロ)가 제 처음 아니었나 싶습니다. 90년대 자드와 함께 참 많이 들었었는데... 당시에 한창 인기가 많았어서 아시는 분들도 꽤 되실 듯 하네요.
여태껏 음원으로만, 그것도 나이가 든 뒤엔 어쩌다 한번씩만 들었는데, 이번에 검색해보고 탄성과 함께 눈물이 찔끔 났네요. 첫 소절이 딱 떨어지는데 와... 소오름 ㅜㅠ
이런 담백한 느낌의 보컬 스타일은 한국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많이 보이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나름 한 축이 제대로 잡혀있다는 느낌입니다. 1년 쯤 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엔딩이 너무 좋았는데, 그 곡도 이런 느낌으로 불렀었군요.
일견 밝은 곡이지만 힘든 시기에 들으며 얼마나 가슴이 메어왔는지... ㅜㅠ 키트리(Kitri)의 「빛나라 생명이여(ヒカレイノチ)」
(p.s. 여기 MV에서도 소음에 신경 쓰여서 연습을 못하는 트럼펫 주자의 비애가...ㅜㅠ)
어제까지 울고 있었던 일 따위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않고 세상은 돌아가
신호는 파랑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다시 걸어가는 거야
사실은 겁쟁이인 나란 걸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않고 다시 아침이 찾아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언제나의 전철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는 저 아이도
미소짓는 누군가도
기쁜 일 슬픈 일 전부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바람처럼 불어 지나가겠지
'빛나라 생명이여'
가슴 속에서 소리쳐
얼마나 무너질 것 같은 때라도
'하늘이 예쁘다'던지
다정한 한마디
그걸로 나아갈 수 있었어
'빛나라 미래여'
들릴 때까지 소리쳐
딱히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오늘의 너와 만나기 위해 살아 와 봤다고 해도 괜찮잖아
가슴을 펴고서
아픔을 느낀 이 순간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고 세상은 돌아가
반창고 하나 덮은 것만 가지고
변함 없이 걸어갈 수 있겠어?
날며 돌아다니는 작은 새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풀과 꽃들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분명 '지지 않을 거야'라면서
심장의 고동을 느끼고 있겠지
'빛나라 생명이여'
가슴 속에서 소리쳐
얼마나 무너질 것 같은 때라도
잠깐의 웃음이라던가 / 따듯한 목소리
그걸로 나아갈 수 있었어
'빛나라 미래여'
들릴 때까지 소리쳐
그저 커다란 꿈을 꾸지 않더라도
오늘의 하늘을 보기 위해 살아 와 봤다고 해도 괜찮잖아
가슴을 펴고서
누구나 다 다른 각자의 사연들
헤매고 발을 구르면서도 마음을 움직여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야' 라면서 말이야
이름도 없는 지금을 사랑해
'빛나라 생명이여'
가슴 속에서 소리쳐
얼마나 무너질 것 같은 때라도
'하늘이 예쁘다'던지
다정한 한마디
그걸로 나아갈 수 있었어
'빛나라 미래여'
들릴 때까지 소리쳐
딱히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오늘의 너와 만나기 위해 살아 와 봤다고 해도 괜찮잖아
가슴을 펴고서
키로로나 키트리의 경우를 보면 '어, 제이레빗(J-Rabbit)은?'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굉장히 안좋아합니다 (같은 소속사에서 LeeSA는 좋아합니다만). 정다운 님의 방향은 좋아하는데 보컬은 너무 이쁘장하게만 보이려는 것 같아서요 (개인적 의견입니다 😅). 사실 『비긴 어게인』 같은 영화도 그래서 극혐하긴 합니다. 위의 루이CK 영상에 댓글들을 보시면, 오히려 그 고생을 아는 사람들은 환호하는거랑 같은 이유죠. 볼빨간 사춘기는 보컬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엔지니어가 너무 부각시켜서 좀 거부감이 드는 경우고... 악동뮤지션의 수현 씨는 본질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맞네요.
제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의 여가수는 사실... 이하나 입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네요 - 이하나의 「오, 사랑」
원래 가수를 하고 싶어했고 실제 음악적 역량도 상당한 분이신데... 사실 이 분은 연기가 아니라 그냥 음악을 하셨으면 좋았을텐데 싶습니다. 틈나는대로 음악을 들려주시긴 하는데, 약간 갸웃 했던 것이 저런 페퍼민트 공연 같은 데서 잔향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나, 아니면 아예 이펙트 없는 목소리는 좋은데 스튜디오 음반을 들어보니 저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구요 😳 전반적으로 한국의 녹음과 믹싱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이하나를 보면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이 ~아마 본인도 많이 영향을 받았을거라 짐작되는데~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 지우베르투 (Astrud Gilberto) 입니다. 이 분 역시 제가 성장기에 가장 좋아했던 보컬 아니었나 싶습니다. 흡사 한국에서 유재하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미국에서도 이게 무슨 가수고 노래냐 하면서 논란이 컸었다고 얼핏 본 것 같은데... 어찌보면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와 가까운 스타일이지만, 세계의 일반 대중을 기준으로는 거의 이런 스타일의 시조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이후 현재의 리타 파예스 (Rita Payés, 스페인)나 폼플라무스(Pomplamoose)의 보컬인 나탈리 던 (Nataly Dawn, 미국)을 볼 때도, 스타일이 꼭 판박이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음악을 대하는 태도랄까... 그런 것이 정신적으로 아스트루드 질베르토 계열로 이어내려오는 것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곤티티(Gontiti)의 『요코하마 매물기행』 OST가 생각나는... 리타 파예스(+가족)의 「당신은 모를거야(Nunca vas a comprender)」
'어 그러면 남자는 누가 있지...?' 하면서 생각을 해 봤는데...
이 분 만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임재범이 바로 떠오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가수분들 중 가장 유명한 분이니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남자 보컬로서는 사실 제가 생각하는 궁극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저는 허스키하거나 두터운 목소리도 좋아하기 때문에... :) 다만 소몰이 창법이 범람하던 시기에는 저도 많이 따라부르곤 했지만, 대부분은 돌아보면 너무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박효신 같은 경우도 야생화로 돌아왔을 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었구요.
근데 뭐랄까, 맑고 순수한 느낌의 취향에 해당되는 건 누가 있지 하고 생각해보니, 흐음... 유재하, 쳇베이커, 박학기 등의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목소리나 보컬로 생각했을때는 좀 갸웃했었는데, 아! 이 분이 계셨더군요.
곡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기획사가 실제로 군대를 보내버렸다는 소문이 도는(...)
반짝 데뷔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지만, 활동 3개월만에 군입대를 하고... 제대하고 나니 서태지와 아이들이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바람에 다시 돌아오지 못한 비운(?)의 가수, 김민우입니다.
그러고 보니 속으로 '아...' 싶었던 데가 있더군요. 코흘리개 시절, 대한민국의 여느 남자아이들이 그랬듯 태권도장을 다녔었는데, 새로 오신 젊은 사범님께서 (지금 생각하면 아직 20대 아니셨을지) 제가 김민우의 데뷔곡인 '사랑일뿐야'를 부르는 걸 좋아하셔서 자투리 시간에 틈만 나면 저한테 앞으로 나와서 이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한테 각인된 노래가 아니었을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나서 이 분이 노래하는 것을 여러가지 들어보았는데 (복면 가왕의 「로라」 커버라던가), '아... 이렇게 좋은 보컬이...' 싶을 정도로 깊이 와닿는 데가 있더군요. 음색이나 창법, 스타일... 두 곡 반짝 히트하고 사라져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조금씩 노래도 하신다지만... 만개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안타깝네요. 그 이후로도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라 더더욱.
그 외에는 '더 클래식'으로 유명한 김광진, 또 김민우와 비슷한 시기에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고 노래방에서도 18번 급으로 즐겨부르던 「아껴둔 사랑을 위해」의 이주원이 있는데... 김광진은 보컬로서는 너무 수더분하다는 인상이지만 이주원은 원히트 원더가 정말 아쉬운 또다른 가수입니다. 특유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음색은 독보적이라는 생각이... 아마 김민우와 더불어 '좋아하는 목소리'라고 뽑으면 이런 맑고 담백한 스타일로는 남자 투탑 아닐까 싶네요. 그 외에는 「사랑할수록」의 김재기가 있는데 몇 테이크 녹음하지도 않았다는 그의 「사랑할수록」과 「소나기」는 서늘함을 넘어서 거의 귀기(鬼氣)가 느껴지는 수준입니다. 그의 동생인 김재희가 다음 앨범에 바톤을 이어받아 봤지만, 음색은 정말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형 수준의 느낌을 내지 못하죠. (그럼에도 나름 최근 영상을 보니, 본인이 그동안 쌓고 쌓아 이제는 본인의 스타일로 그 시절의 형을 뛰어넘지 않았나 싶어지더군요. 감동했습니다.) 강력한 롹 쪽으로는 드라마 『폴리스』 주제가였던 「내가 선택한 길」 (손성훈)도 참 좋아했는데... 락은 판테라(Pantera)의 필립 안젤모 (Phil Anselmo)도 있군요. '임마는 어떻게 소리를 이렇게 내지?;' 싶었던... (여담이지만 90년대 중반 즈음이 한국 드라마 주제가들 황금기였습니다. 「걸어서 하늘까지」, 「질주」, 「질투」, 「사랑을 그대 품안에」, 「나의 너에게」, 「별은 내 가슴에」, 「그대와 함께」 등등... 생각해보면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의, 일본 버블경제 시절 비슷한 분위기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구요.)
원히트 원더가 아쉬운 가수 이주원, 「아껴둔 사랑을 위해」
나름 하나씩 짚어가다 보니 시간여행처럼 돼서 글도 엄청 길어졌네요. 몇시간 째 썼는지...😂 제 목소리에 대한 미감(美感)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어렸을 적부터의 역사(?)를 다 써버린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30대까지 노래하면서 무조건 그 가수의 목소리부터 모든걸 그대로 따라하려 했었고, 목소리를 만들어내서 부르는 안좋은 습관이 배었었는데, 수년 전부터는 다시 저 자신의 원형과 맞는 발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보컬은 이제 메인이 아니니까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해보는 수준이지만...
칸노 요코가 언젠가 자신은 드라이한 보컬을 좋아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카모토 마야, 스티브 콘티 (Steve Conte), 야마네 마이(山根麻以) 등을 생각해보면 얼추 고개가 끄덕여지는 데가 있었는데, 저도 이렇게 특징을 부여할 수 있을까...? 하면, 음... 대충 맑고 선선한 느낌의 보컬, 그리고 두텁지만 답답하지는 않은 보컬... 맨들맨들하거나 기름기가 느껴지지 않는 보컬, 순수한 보컬, 힐링되는 보컬... 인위나 속세의 느낌을 내려놓은,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보컬?
글을 쓰면서도 계속 생각해봤는데, 단순히 타고난 음색으로만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창법만으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구나. 뭔가 제 3의 어떤... 감성, 혹은 음악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음악으로 접속하는 본능적인 태도랄까요. 그럼에도 아마 칸노 요코처럼 한 가지 정의로 갈무리하자면, 여러모로 굉장히 스트레이트한 보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쓰다보니 목소리-보컬-음악의 경계가 좀 무너지기도 하고, 좋아했던 곡, 자주 듣던 곡들과의 경계 역시... 사실 어릴 적에 접했던 목소리들은 개념적으로 그런 구분을 하기도 전이라, 지금도 스스로에게 똑같이 통용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예 제 일부가 되어버렸을지도...하하;) 의식적으로 처음 접하자마자 "와, 목소리 좋다" 딱 이 말 그대로의 생각을 했던 것은 유유, 오타케 유키, 하야미 사오리, 이하나, 카사하라 히로코 정도가 포함 될 것 같고... 키로로나 아라이 아키노같은 경우는 스타일은 맞는데... 키로로는 음색이나 목소리로 한정했을 때엔 약간 떨어지고, 아라이 아키노같은 경우는 '신비하다', '신기하다'에 가까웠던 것 같은?🤔 김민우 (+이주원)은 그런 의식을 하며 다시 들어보니 와, 진짜 좋네~ 싶기는 하지만요. 임재범은 '명불허전'에 가깝고... 어쨌든 지금은 유유와 이하나 두 명 정도가 최고인 듯 합니다. 오타케 유키는 여전히 좋다고 생각하지만 무언가 살짝 결여된 듯한 느낌이 눈에 밟히고 (완전한 '좋다'보다는 '진짜 예쁘다'에 가까운... 그리고 창법에도 이젠 배리에이션을 좀 주는것 같네요), 하야미 사오리는 '노랫소리'에 있어서는 자신의 길로 갈라져나간 느낌, 카사하라 히로코는 옛날부터 들을 때마다 목소리 참 좋다고 생각하는 분이긴 한데 위에 언급한 문제점들이 마음에 걸리네요.
전에 비슷하게 '내가 끌리는 뮤지션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유일무이한, 즉 천부적인 재능 자체가 넘사벽인 분들로 귀결되더군요. 좋은 목소리를 타고 난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언급했듯, 육체적으로 타고난 목소리만이 전부는 아닌거죠. 그래서 결국은 '음악성'이라는 정체가 모호한 단어에 기대고, 예술 분야들이 그렇듯 그 사람 전체가 고스란히 투영되는 것 아닌가... 오늘도 폰에서 흘러나오는 아이유 노래를 듣다가 목소리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네요.
막판에 생각난 몬도 그로쏘(Mondo Grosso)의 「미궁(Labyrinth)」 링크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윗분들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끌렸고, 스타일 적(的)으로 같은 흐름이라고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