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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빈 존스 - 트럼펫과 삶, 성찰과 구분 - 가르침과 배움, 교정의 방법

J.5 2022. 6. 14. 14:35

예전 글에서 예고했던 대로 영상의 앞 쪽에서 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멜빈 존스 - 일관성, 첫 숨, 제 2의 본능

테네시 멤피스 토박이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멜빈 존스와의 인터뷰입니다. 유튜브에서 영어로 된 트럼펫 강좌(?) 영상을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요 근래 '트럼펫 구루스 행' (Tr

lotusbeagle.tistory.com

이 영상은 크게 3~4가지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좋은 얘기들이 많으면서도 도중에 '혀를 물리라'고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확 와닿는 기술적인 팁은 많이 없어서 어떤 이야기를 어디까지 담아낼지 고민이 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곱씹어볼수록 참 좋고, 또 가슴 따듯해지는 내용들이 있어서 이래저래 20분을 넘어가는 영상이 되었네요.

파트 1 (0:00~6:33) - 트럼펫 교육법과 삶을 대하는 태도 ~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탐구하라.

이 파트는 어찌보면 배우는 사람보다는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더 생각할 거리가 많은 부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스스로에게 최고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에 따르면 그런 구분도 없어지긴 하겠지만...^^

틈틈이 언급하였듯 저는 트럼펫을 다루는 데에 있어 어떤 '고정적인 형태'에 따른 교수법을 지향하지 않는 편이고, 여기저기서 입맛에 맞추어 가져오는, 기술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들 역시 보기에 따라 상충하는 부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대답이 이번 영상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파트 2 (6:33~12:04) - 내적 함양, 본능과 통제(컨트롤)의 구분

호스트인 호세 존슨과 멜빈 존스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포인트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호세 씨의 경우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으로 본다는 내면적인 부분들 ~ 심미안, 창의성, 정서 등 ~ 을 함양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것이 질문의 주 요지로 보이는데, 태극권 마스터로서도 그렇고, 아마 예를 들면 다도나 꽃꽂이(?)를 한다던가, 마음을 다스린다던가, 아니면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경험한다 등의 대답을 바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멜빈 선생님은 이 질문에 대해 '(트럼펫 연주의 발목을 붙잡는) 기술적인 허들이 어느 정도 걷히고 나면 그때부터 음악은 쉽고 즐거운 것이 되며, 그때부터는 주자가 스스로 다른 부분들을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게 된다'라고 답하는데... 굳이 호세 씨의 질문에 끼워맞추자면 '우선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라는 답이 될 수도 있지만, 일관적으로 초점을 두는 것은 '스스로 관찰하고 탐구하여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까지도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 이후에 어떤 길로 나아갈 지 역시도 스스로 판단하고 정한다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호세 씨가 처음에 던진 내적 함양이 필요하다고 '본인이' 판단하면 거기에 관심을 둘 것이고, 그 방법론에 있어서도 스스로 알아서 길을 찾을 것이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견

두 분 다 곱씹어볼 만한 이야기를 하시지만, 사람의 심미안이란 것은 성장환경과 경험, 거기에다가 타고난 부분까지... 100% 통제가 불가능한 요소들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서 답이 없는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기술적 성취도나 대중적인 인기에 비해서 개인적으로는 음악성이 별로다 싶은 뮤지션들이 있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결국 따지고 보면 개인의 취향 차이로 귀결될 확률이 높아서 흐음... 글쎄요 🤔

그리고 제가 이번 영상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술적 팁이 이 파트에 있는데, 바로 '혀를 뒤로 물리라(빼라)'는 언급입니다. 주법에 관한 정리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이완(릴랙스)된 혀의 위치가 생각보다 뒤로 (+ 위로) 많이 빠진다고 생각하는데, 긴장감과 더불어 그동안의 습관도 있어서 그런지 막상 연주를 하려고 하면 혀가 (혀의 등~허리가) 경직돼서 앞으로 나가있기 십상입니다. 개인적인 경험과 시행착오를 돌아봐도 이 쪽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영상에서의 한 마디가 한층 더 확신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다만 여기에서도 포인트는 구체적인 위치가 어디인지 보다는 내가 이완했을 때의 혀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스스로 관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번역하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내 뜻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불교 등에서 이야기하는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라는 것하고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지죠. 사실 요즘 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어린 시절에는 그저 주어진 대로 학교에 다니고, 해야할 공부를 하고 그렇게 살면 됐는데 말입니다 😂 이제는 삶을 어떻게 살지 그런 기본적인 부분까지도 제가 결정하기 나름이 되어버린 상황을 반추해보면, 참...

파트 3 (12:04~18:08) - 신체적, 그리고 언어적 차이 ~ 우리는 다 다르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신체 구조)과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억양, 발음)을 양쪽 다 다루는 부분이라 이것 역시도 좋습니다. 조금 보충설명을 하자면 인종 간에도 치열이 다른데, 다음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출처) 백인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윗니와 아랫니가 상대적으로 더 수직에 가깝에 되어 있습니다.

백인 - 평평 / 아프리칸 - (주로 위쪽이) 튀어나옴 / 동양 - 다양함

호세 씨의 경우는 '부정교합'이라고 번역하였지만 쉽게 말하면 돌출 턱(언더바이트)입니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라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지만...😅

현대 트럼펫의 디자인부터 연주법, 교육법의 시초가 되는 것은 거의 유럽과 미국의 백인 주자들의 지분이 크기 때문에 ~ 물론 같은 백인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은 매한가지 이지만 ~ 전반적으로 봤을 때에도 사람마다 맞는 방법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핀란드였나 어느 곳의 음대에서는 학생들한테 림이 커브진 웻지 (Wedge) 社의 마우스피스를 사라고 한다는데, 저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시도해보고 싶네요. 

발음 관련해서도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나 영어권에서는 'tu' 아티큘레이션을 가지고 '투' 라고 하지만, 아르방 계열에서부터 이어진 이 'tu'의 진원지, 프랑스에서 'tu' 발음은 '투'가 아닙니다. 불어에서 'tu' 발음으 '튜'나 '튀', '틔' 등에 가까운 다른 발음입니다. 미국 트럼펫 학파들 간의 회담 #4 에서도 보면 '이' 와 '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발음으로 음역을 구분하는 경우 '우' 발음은 원래 저음 발음으로 구분하는데 (오 → 우 → 아 → 에→이)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첫 세팅을 '우'로 고정해서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음역대에 있어서 상당한 핸디캡을 스스로 짊어지고 시작한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억양차이까지 파고 들어가면, 사실 표기로는 같다고 하더라도 영어에서의 'tu'와 한국어에서의 '투'는 완전히 똑같은 발음이 아닙니다. 이 파트에서 이야기하는 '억양 차이'는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일상 회화를 할때 목을 사용해서 발성을 하고, 영어권에서는 복식호흡을 기반으로 발성을 하는데, 이런 부분도 은근히 큰 핸디캡으로 다가오는 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두번째 영상의 경우, 설명들을 건너뛰고 바로 예시들을 보고 싶으시면 2:05 부터)

그래서 항상 궁금한 것들 중 하나가 '한국적인 발음에서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소리나 특성, 개성은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이걸 간단히 '못분다'거나 '뭔가 별로다' 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국적인 개성이라고 받아들이고 표현이 드러난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파트 4 (18:08~20:38) - 마우스피스 선택과 적응

이 부분에서 혼동하는 분들이 없으셨으면 좋겠는데, 여기에서 대화의 골자는 ① 자신의 신체적 특성에 맞는 마우스피스 크기를 찾아야 된다, 그리고 ② 바뀐 마우스피스 사이즈에 맞추어 몸이 쓰이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니, 주자 입장에서도 거기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단순히 '7C는 너무 작으니 더 큰걸 써라' 라는 내용이 아닙니다! 다만 경제적 형편이 넉넉치 못한 아이들은 처음 나팔을 받았을 때에 딸려온 7C 피스로만 불어왔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예시가 그렇게 흘러간 것 뿐입니다.

※ 참고로 린 니콜슨의 경우 한 영상에서 자기 입에 맞는 마우스피스의 림 크기는 입술에 아닌 이빨에 대 보면 알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정리

이번 영상을 번역한 김에 저의 접근방식에 대해서도 약간의 부연설명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저는 '트럼펫은 어렵다'라는 통속적인 믿음에 대해서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도인데, 트럼펫을 기술적으로 다루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펫이 어려울 수 있는 이유는 이 악기가 악기 자체로는 한계가 없는, 주자 본인에 달려있는 악기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귀가 예민하고 기준이 엄정하지 않거나 (즉 '뭐, 이 정도면 됐어' 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낮거나), 혹은 스스로 갖고 있는 음악성이나 음상이 그렇게까지 섬세하지 않으면, 트럼펫의 한계는 거기까지 입니다. 트럼펫이란 아무리 잘난 사람이 가르쳐줘도 결국에는 '자기 스스로' 익혀야 되는 악기인데, 심지어는 그러다가 기술적 수렁에 매몰되거나, 애쓰는 자기 자신에게 희열을 느끼거나 하는 식으로 샛길로 빠져서 집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성찰하는 데에 있어서도 조심할 부분이 많습니다.

트럼펫을 다루는 기술적인 부분이 어렵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저나 많은 사람들이 초점을 두는 것은 '편안함', 즉 릴랙스 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빨이 튀어나와 있고, 어떤 사람은 혀가 짧고, 어떤 사람은 입술이 두껍습니다. 살면서 한국어만 썼던 사람은 혀가 한국어에 맞게 움직이는 것에 익숙하고 거기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낍니다. 제가 편안하게 느낄 때에 혀가 어디에 있고, 몸이 이렇다 하는 것은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지만, 청자에게 중요한 것은 제가 아니라 본인이 자연스럽고 편한 상태에 있을 때 어떤지 스스로 감지하고, '아, 난 이 소리가 좋다', '지금 이렇게 불고 있으니 참 쉽고 편안하다'라는 것을 스스로 캐치하고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시행착오와 실험, 탐구를 거치면서 스스로의 연주관을 정립해가는 것이 모든 금관 주자들이 걷는 길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후에도 이 영상에서 다뤄진 부분들을 연장해 나아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더 기술적인, '분리'에 관한 영상이 있고, 또 하나는 스스로 겪고 거쳐가야 하는 변화에 대한 '태도/관점'에 대한 영상도 있습니다. (물론, 그 외의 영상들도 있구요...😂) 역시 언제가 될지는 약속할 수 없지만... 또 꾸역꾸역 되는대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