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음악/듣는 것들

최애 앨범을 10가지 고르라면?

J.5 2020. 5. 15. 19:50

페이스북에서 행운의 편지 스타일로 아는 분에게서 지명이 왔습니다. "자신에게 큰 영향(임팩트)를 준 것들만 올릴 수 있으며, 표지 이외에는 어떠한 부연 설명도 넣으면 안됩니다." 라는... 재미있는 조건이지요?

 

원래라면 이런 건 그냥 넘어갔을 테지만, 음악 쪽에 발을 담그고 있기도 하고, 돌이켜보면 좋을것 같아서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하루에 한개씩 올릴 수 있고, 순서는 무작위로 - 즉 애정도 순위와는 관계없이 - 올릴 수 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감을 살만한 것들이 얼마나 있는지 잘은 모르겠네요. 있으시다면 즐겁게 같이 이야기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가장 처음 떠올렸던 앨범이 아이러니하게도 탈락되기도 하였고,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나에게 크게 '영향'을 준 앨범들을 10장 고르라 하니, 아무래도 다양한 방면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던 앨범들을 꼽게 되네요. 조건이나 갯수가 달랐다면 또 여기에 있는 앨범들 대신 다른 앨범들이 들어갈 수도 있구요. 단순히 '최애'라고 하기는 살짝 애매한 거죠.

 

고민이 되는 앨범들도 따로 모아봤는데, 이후 잠깐 시간을 내서 좀 더 둘러보니, 이런저런 앨범들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또 따로 Honorable mentions (포함되진 않았으나 영예로운 언급으로 취급해주는) 느낌으로 또 모아봤습니다 (이것 역시도 몇번의 조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나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90년대 중-후반에 걸친 앨범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기존 가요계를 넘어서 새로운 기류가 흘러들어온 시기이기도 하고, 저 개인적으로도 해외 문물과 음악들을 피부로 접하면서 국내, 국외 가릴 것 없이 문화충격을 받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조금 넓혀보자면 많은 앨범들이 90년대 초 ~ 2000년대 초 사이의 것들이네요.

 

고르다 보니, 어차피 최신 음반들은 들어가기 어려웠겠구나 싶었습니다. 뛰어난 한 두 곡이 들어있는 음반이 아닌, 좋아하는 "앨범"이라는 전제는 제가 좋든 싫든 앨범 전체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즐겨 들었어야 할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새 음악들을 덜 접하게 된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유튜브와 스트리밍 미디어의 득세로 인해 이제는 예전처럼 '앨범'을 진득히 감상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때 그때 생각나는 곡이나,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는 방식으로 곡 하나하나 듣는 시대가 됐지요.

 

두드러진 것만을 콕 집어 골라 듣게 되는 것은 아쉽기도 하지만, 장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공부를 하면서, 달리는 차 안에서, 잡일을 하면서... 혹은 모든 것을 꺼놓고 온전히 음악만에 몰두하면서, 앨범을 통째로 돌리면서 가만히 감상하던 시간은 약간 그립습니다. 2D 픽셀아트 기반의 롤플레잉 게임(RPG)들처럼, 이제는 지나간 시대의 추억이자 유물인가 합니다. 앨범 전체를 통해 느껴지는, 그 아티스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곡들을 따라가며 느껴지는 하나의 세계관 내지 스토리텔링적인 측면보다는, 이제 순간적인 감흥에 더 가까운 모습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