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의 중요성 - Mike Herriott
"잘 안돼요... 나이 드신 분들은 한계가 있어요."
늦은 나이에 트럼펫을 시작하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종종 뵈었습니다. 트럼펫이 - 맞는 길만 찾으면 - 초고음역이 아닌 이상 신체적으로 그렇게까지 어려운 악기가 아닌데 어째서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위의 얘기는 많은 분들을 가르쳐보신 선생님께 제가 실제로 들은 말입니다.)
저는 장년기 이후에 시작하시는 분들이 나팔을 힘들어하시는 가장 큰 이유가 '자세'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옆에서 봐 드리면서 허리를 펴시라고 말씀도 드리고, 손으로 잡아드려봐도 빛의 속도로 다시 구부정해지시더라구요(...).
물론, 나이가 들수록 몸이 굳어서 잘 안 펴지실 수도 있지만, 시간을 들이더라도 자세를 펴는게 힘든건 아닙니다. 문제는, 자세가 펴지지 않으니까 숨이 잘 안 나가고, 숨이 잘 안나가니까 나팔을 부는게 너무나 힘들어지는 겁니다. 사실 요즘 컴퓨터니 스마트폰이니 해서 젊은 사람들도 자세 안좋은 분들 많지요. 거북목 증후군이라던지. 저도...
"트럼펫을 잘 불려면 몸이 건강해야 한다"고 하지요? '브런치'라는 곳에 기고된 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글이 좋습니다. 한번 다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거에요!)
"... 오랫동안 가슴호흡을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스트레스 자극에도 격렬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긴장과 스트레스 등이 짧고 얕은 가슴호흡을 만들었지만 이런 호흡이 다시 불면증을 부르고 면역을 약화시키고 신경을 민감하게 만들어 스트레스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호흡을 길고 느리게 하면 긴장을 만들었던 교감신경이 죽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뇌파도 안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숨을 느리고 깊게 쉬면 근육도 자연스럽게 이완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근육이 긴장하고 이 긴장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혈액을 근육에 모이게 하여 독소를 쌓이게 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호흡은 이렇게 다양하게 우리 몸과 연결되어 신체, 정서, 정서적인 환경을 구축하고 영향을 미친다. “이완 없이는 호흡도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호흡이 잘 되려면 무엇보다 이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잠시 긴장된 몸과 마음을 멈추고 자신의 호흡을 살펴보면 천천히 점점 깊어지는 숨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래지 않아서 가슴이 트이고 상쾌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머리도 맑아지는 듯하다. ..."
그런데 말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보통 '좋은 자세를 해보라'던가, '어깨·허리를 펴라'던가 하는데, 이런 얘기들만 들어도 사실 확 와닿지가 않습니다. 연주와 직결되는 느낌도 나지 않구요, 너무 국소적인 부위에만 제한된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연주를 시작하면 바로 초점을 놓치고, 몸에 배인 안좋은 자세로 돌아가기 십상입니다.
그러던 중에 마이크 헤리엇 (Mike Herriott) 이라는 분의 글을 보니, 너무 좋은 팁인것 같아서! '자세 (Posture)' 부분만 한번 발췌해서 번역해 봅니다:
금관주자 학생들을 위한 글
매일의 워밍업 - 마이크 헤리엇
출처: https://www.musicforbrass.com/articles/daily-warm-up.html
1. 자세
나는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좋은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서 조금 연구를 해 보았다. 좋은 자세는 장기적인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연주에 있어서도 크게 이로워 보인다. '허리를 펴라'라는 정도의 조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좋은 자세가 어째서 유익한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당당하게 (키 크게) 서라
나는 케이스에서 마우스피스나 나팔을 꺼내들기 전에, 자세와 숨쉬기에 관한 일련의 준비운동을 한다. 이 과정의 첫번째 단계는 어깨 넓이로 발을 두고 서서, 머리 꼭대기(정수리)에 천정으로 이어져 있는 줄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앉는 자세가 나빠짐에 따라 목 뒤쪽(경추)의 아치(arch)가 없어지는 경우가 더 흔해진 것 같다. 이 첫 단계는 머리를 위쪽, 그리고 뒤쪽으로 들어주면서, 보건계에서 흔히 말하는 "생명의 아치" (위쪽 등 근육의 부담을 덜어주는, 안쪽으로 휘어진 목 뒤쪽의 커브)를 되살려내도록 도와준다. 또한 이 과정은 목을 열어서 울림(공명)을 더 키워주는데, 이 부분은 잠시 뒤에 제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척추
두번째로 - 이 부분은 제대로 되는게 아주 중요하다!! - 어깨뼈(날개)를 아래 지면 쪽으로 내리라. 안쪽이 아니라 아래 쪽으로. 이 동작은 어깨를 아래쪽, 그리고 뒤쪽으로 옮겨가도록 할 것이다. 이 동작은 가슴의 흉골을 들어올리면서 흉강(가슴 공간)을 같이 열어줄 것이다. 더불어 허리 뒤쪽에 있는 요추가 안쪽으로 아치를 만드는 것도 더욱 더 뚜렷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안쪽 커브들(경추, 요추)과 바깥쪽 커브들(흉추, 천추/미추)의 결합이 바로 우리의 골격계와 내부의 장기들을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좋은 자세가 갖춰진 다음엔, 깊은 호흡을 하는 것 또한 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무엇보다 한번 해보고 바로 '오 좋다!' 했던 것이, 머리 위에 달린 줄 개념이었습니다. 말이 좀 그렇지만...; 목이 아닌, 머리 위에 줄이 나 있다고 생각하고, 교수형을 당하듯이 훅 하는 순간에 (몸에 힘을 완전히 빼고) 대롱대롱 공중에 매달린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허리-목-어깨를 포함해서 몸이 펴지더군요. 몸을 툭, 하고 털어놓는 것처럼 호흡도 하단전 쪽으로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지구요.
어깨에 관한 얘기는, 예를 들면 바벨을 들어서 가슴 위에 얹혀놓은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몸을 풀때 어깨를 돌리는 동작이라던가, 날개짓 하는 동작하고도 비슷하구요. 잘 불릴때 몸을 관찰해보면 다 한번씩 느껴보았던 느낌일 겁니다.
워밍업과 연주시에 호흡에 관해서 항상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편하고 자연스러운 숨/바람인가 입니다.
"그냥 세게 떄리고, 잘 되길 빌어준다."
- 클로드 고든
"하품하듯 들이마시고, 한숨 쉬듯 내쉬어라."
- 빈센트 치코위츠
당당하게, 건강하게, 편한 상태로!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