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마하기/호흡, 자세, 암부셔

오버블로잉 예방법 몇가지

J.5 2019. 2. 19. 07:00

금관 연주에서 만악의 근원이라고까지 하는 '오버블로잉'에 관해서입니다.


사실 순서가 좀 거꾸로 되었는데...^^ '맞는 숨'이 뭔지에 대해서 적는게 먼저겠지요. 그런데 사실 이 '맞는 숨'이란 녀석은, 짧은 말 한두마디나 시범을 잠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을 온전히 '익히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문제지요.


방향을 조금 바꾸어 얘기해보겠습니다.


어지간히 연습하신 분들이라면, 스스로도 못 믿을 정도로 쉽고 편하게 불린 날이 적어도 어쩌다 한번 씩은 있을 겁니다. 이 때의 느낌이 어떠셨나요?


저는 그 느낌이 이랬습니다: '숨만 쉬는데 소리가 나네...'


저명한 주자이자 교습가인 클로드 고든의 책들 중 하나의 제목도 이런 거였지요: "금관 연주는 심호흡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지 않다 (Brass Playing is No Harder Than Deep Breathing)". 트럼펫이 왜 어려운 악기인지에 대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실은 숨만 쉬면 되는 악기인데, 사람이 선천적으로 '숨만 쉬면 소리가 나는' 현상이 익숙치가 않다 보니, 긴장을 하거나, 마치 억지로 노래를 쥐어짜듯이 자꾸 엄한 힘을 본능적으로 주게 되서 그런거 아닐까 하구요. 코디네이션의 부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정도 숨을 쉬면 = 이런 소리가 난다' 하는 감이 없는거죠.


엄밀한 의미에서의 오버블로잉은 사실 '호흡 자체는 맞게 내는데, 그 양이 너무 많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일류급의 연주자라도 오버블로잉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혹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얼마 전에 호흡을 많이 받는 나팔을 불던 분에게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제 나팔을 불어보시라고 잠깐 드렸는데, 이런 경우 정통적인(?) 오버블로잉이 되면서 소리에도 그 티가 나더군요. 리드파이프에 바람이 너무 꽉 차서 소리가 뻑뻑하게 낑겨나오는 느낌이랄까?


이 오버블로잉과 관련된 글이나 영상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만, 이번에 ACB 사(社)의 수장인 트렌트 오스틴의 미니 레슨 시리즈에 비교적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 놓았길래, 이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동영상에서 이야기하는 순서대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멘탈 이미지

트렌트 오스틴이 어린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사진처럼 마우스피스의 쓰로트 구멍을 보여주고서, 이런 질문을 준다고 합니다.  "이 구멍은 작은 구멍일까, 아니면 큰 구멍일까?"


바람을 이렇게 작은 구멍에 집어넣는 건데, 태풍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바람을 뿜어넣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이런 심상화는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오버블로잉에 대한 다른 동영상에도 이것과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링크)


2. 립 벤딩

기초적인 음 컨트롤 훈련이나 웜업으로도 아주 많이 쓰이는 기법인 립 벤딩입니다. 트렌트 오스틴의 경우, 자신이 지금 오버블로잉이나 언더블로잉을 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용도로도 립 벤딩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오버블로잉을 할 경우 음이 내려가지를 않고, 언더블로잉을 할 경우엔 아랫 배음으로 소리가 떨어져버린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런 (나름대로의) 정립된 공식을 머리 속에 개념화 시켜놓으면, 연습이나 연주 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에도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니, 나름의 꿀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3. (웜업) 뮤트의 활용

세번째는 뮤트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린 니콜슨의 오버블로잉 해소법 영상(링크)에서도 이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요지는 뭐냐하면, 뮤트를 끼웠을 때에는 압력이 크다 보니까 (특히 웜업 / 연습용 뮤트) 상대적으로 적은 호흡을 자연스럽게 쓰게 됩니다. 이 때의 느낌을 가지고 뮤트 없이도 그대로 나팔을 불라는 이야기이죠.


이것과 합쳐져서 나오는 또다른 이점은 음역대 확장이나 돌파를 하는데 있어서도 그 포인트를 잡는 데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기타: 들이마시기 - 꽉 채우지 말 것

오버블로잉과는 어느 의미 반대적인 개념인 '발살바 기동'과도 연관되는 부분인데, 숨을 들이마실 때에 너무 100% 꽉꽉 채우면서까지 들이마시지 말라는 개념입니다. 트럼펫 연주법에 대한 강의들에서도 숱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할 경우 되려 몸이 경직되어버리고, 예를 들면 말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트렌트 오스틴이 동영상 말미에 이 이야기를 잠깐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버블로잉 개념보다는 기본적인 호흡에 관한 조언이라고 봅니다. "숨을 내쉬다가 부는 것"도 호흡법 팁 중의 하나이구요...^^ '과한 호흡'이란 점에서는 통하는 부분이 있으니 언급하지 않았나 싶네요. 사실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약간 어폐(?)가 있을 수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들이마시는 숨의 '양' 자체는 ~ 물론 오버해서 채우면 이미 아웃인건 맞지만 ~ 필요에 따라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트렌트 오스틴이 이야기하는 것은 '양'의 문제보다는 그 직후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안한 숨'이 포인트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1번 란에 링크한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것들도 첨언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것들은 본질적으로 좋은 주법을 잡아가기 위한 이야기에 더 가까운데, 초보 분들에게는 시기상조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나팔로 소리를 내는 현상 자체가 아직 숙달되지 않았거나 기본적인 근육들이 잡히지 않으신 분들은 너무 '이래야 돼'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 버징 연습은 장단점이 있다.


그냥 부는 것보다 마우스피스 버징이 4배, 립 버징은 또 그 4배의 힘이 든다고 하죠? 이런 버징 훈련은 암부셔를 강화하고, 좀더 뚜렷하고 강력한 소리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오버블로잉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하자면, 쉽고 편하게 소리를 내는 상태로 마우스피스를 빼 보면 버징은 되지 않고 바람소리만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소리를 내다가 악기를 뺐을 때 버징이 되는 입모양이나 안되는 입모양이나, 겉으로는 미세한 차이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후자는 트럼펫이 더해주는 저항이 있으면 떨리고, 없으면 안 떨리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라면, 처음엔 버징을 하고 시작했더라도 조금만 내려놓고 뒤로 물리면 릴랙스된, 효율적인 연주가 가능하게 됩니다. 톤이나 음정, 울림 등에서도 차이가 있구요. 어느정도 부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립 / 마우스피스 버징은 암부셔의 기틀을 잡고 강화시키는 훈련에 더 가깝습니다. 나중에 가서는 굳이 쎈 소리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실제 악기 연주시에는 편하고 효율적으로 부는 것을 추구하지요.


ⓑ: 작게 연주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라

바로 위의 ⓐ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요는 최소한의 힘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는 셋팅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입니다. 문짝 효과 (swing door effect) 등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해야 하는 부분이라 길게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작게 연주하는 연습은 입술의 초점을 잡는 것과 맞는 호흡을 찾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요전에 올렸었던 '메리 프랭퀸의 르 에미씨옹' 연습도 이것에 다름 없습니다.


물론 다이나믹 (소리의 크고 작음) 연습 역시 해야 하는 부분이고, 처음에는 작은 소리를 제대로 내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크게 불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 ⓑ 부분의 원론적인 것들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찰리 포터 - 립 버징과 마우스피스 버징의 이점

(Benefits of Proper Lip Buzzing & Mouthpiece Buzz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