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치코위츠의 롱톤 스터디
빈센트 치코위츠, 사실은 상당히 푸근하고 인자하게 생기신 분인데 이런 사진을 보면 역시 대가의 날카로움과 집중력이 느껴지네요.
예전에도 이 분의 한 줄 팁들을 모은 글을 한번 올렸었는데, 저는 이 분의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이 분의 저서로 유명한 '플로우 스터디'라는 교본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서두를 여는 것이 이번에 공유하는 롱톤 스터디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차분히, 천천히 감을 잡아가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습입니다...랄까, 제가 하는 유일한 롱톤 계열 연습일 수도 있겠네요.
약간 첨언하자면 허버트 L. 클라크는 바람을 침체/경직시킬 수 있다 하여 단음 롱톤을 부정적으로 보았고, 롱톤이라 하더라도 음의 이동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클라크 스터디이고, 빈센트 치코위츠 역시 이런 주장과 공감하였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Cichowicz - Long Tone Studies.pdf
본 PDF에 씌여져 있는 지침은 아주 단순한 두 가지 뿐입니다:
- (첫음 기준) Db까지 반음씩 내려가면서 할 것
- 서정적인 느낌으로 (Lyrically), 편안한 크기로 연주하라
그 외에 개인적인 팁으로는, 템포는 자유롭게 (Ad Libitum, 이게 뭔가 했더니 '애드립'이랑 같은 말이더군요) 하라고 합니다. 저는 항상 숨을 끝까지 쓰는 것을 목표로 해서 1번의 경우 60~80bpm, 뒤로 가면 그 두 배 정도로 빨라지구요. 저음으로 갈 수록 호흡이 많이 빠지기 마련이니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반음씩 내려가면서 운지가 헷갈리시는 분들은 다음 PDF를 보시면 됩니다. 100% 똑같지는 않지만, 각 조 별로 하나씩 운지법이 다 나와있습니다.
cichowitz_flow_studies_expanded_and_modified_by_wing_july_2013.pdf
이 긴 버전은 그렉 윙 (Greg Wing) 이라는 교수님께서 각색한 버전이라고 하는데, 그 아래에 쓰여 있는 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리는 바람을 타고 떠야 하며, 절대로 오버스럽거나, 납작하거나, 듣기에 불쾌하면 안 된다. 언제나 우리의 지향점인 '아름다운 소리'를 생각하라. 소리(음상)은 실제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머리 속으로 듣는(떠올리는) 것이다. 벨에서 나오는 것은 자신이 떠올리는 음상의 결과물일 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자의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이 가진 '아름다운 소리'의 개념을 만들어 가라."
※ 이 '머리 속에서 들으라' 라는 비유는 서양권에서 굉장히 많이 하는 표현입니다. 다른 대가의 말로는 (대략) '트럼펫 소리를 떠올리면 소리가 너무 세니까 클라리넷이나 노랫소리 같은 걸 떠올리라' 라고도 하더군요.
플로우 스터디의 경우 영어권에서 가장 큰 온라인 문서 사이트인 스크립드 (Scribd.com) 에서 보는 건 무료로 할 수 있더군요. 아마도 정식 풀 버전 악보는 아니고,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정리한 교본 같습니다 (바로가기).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즐거운 연습 되시기 바랍니다.
※ 2020.12.27: 첫머리에 반음 내려갔다 오는 부분을 립벤딩으로 처리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싶습니다 :) (링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