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마하기/워밍업과 짧은 루틴

워밍 업 하기 - 루 솔로프

J.5 2017. 4. 15. 08:00

마지막으로 포스팅했던(링크) 루 솔로프(Lew Soloff)씨의 워밍업 철학을 담은 또다른 글입니다. 야금야금 번역을 하면서 몇 가지 개인적으로 느껴진 것들은,

    • 언제 어떤 상황에서건 요구되는 소리 / 연주를 처리해야 하는, 프리랜서 상업주자의 대가 답다.
    • 립버징과 마우스피스 연습은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부분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자칫 입술 주위에 힘이 들어간 채로 굳어서 소리도 레이저같은 성향을 띌 수 있다.
    • 굳이 초보들을 염두에 두고 해 주는 조언은 아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도입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수준에 상관없이 생각해보거나 시도할만한 내용들이 곳곳에 있어서, 적어도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것 같습니다. 찬찬히 보면서 같이 생각해보도록 하죠^^ 




워밍 업 하기 (Warming Up)

- 루 솔로프



웜업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기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가라데(공수도) 고수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검은 띠의 가라데 수련자가 길거리에서 4~5명의 남자들과 시비가 붙으면, 그 찰나의 순간에 “잠시 실례, 웜업 좀 할게요.”라고 이야기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습을 할 때에는 어떠한가? 그는 자신의 몸을 훈련시키고, 근육을 기른다. 자신의 근육들이 그런 순간적인 돌발상황에도 반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트럼펫은 신체적인 악기이다. 근육을 부드럽게 다뤄주면 다뤄줄수록, 더욱 더 일관적인 반응성을 보여준다. 비행기를 놓치거나 다른 문제가 생겨서 공연 시작 2초 전에 도착하는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게 되지만, 연습 시간에 스스로를 제대로 연마시켜 놓았다면 워밍업을 전혀 하지 않고서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일을 받아서 처음 시작하는 날,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연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주, 아주 힘든 것일 수도 있다. 교향악단의 연주자라면, ‘오늘은 말러 5번, 3주 뒤엔 주피터 교향곡’ 등으로 무엇을 연주할지 미리 알 수 있고, 특정 곡을 염두에 두고 웜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나처럼 프리랜서 세계에 속한 사람은, 그때 그때의 즉각적인 상황에 맞추어 다방면으로 순발력을 요구하는, 온갖 다른 종류의 일들을 맡게 된다.


내가 웜업을 할 때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저 잠깐씩 입술버징을 하는 것이다. 한 7초에서 길어야 10초 정도씩, 그리고 입술버징 음으로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을 내려고 해 본다. 고음 버징이 안돼도 걱정할 건 없다. 실제로 낼 수 있는 음에서 한 음 더 위로 내 보려는 의도 자체가 입술을 딱 붙어있도록 유지시켜주는 거니까. 나는 그저 그 느낌에 익숙해지기 위한 용도로, 7초~10초씩의 버징을 약 2~3분 동안 나눠 한다. 그리고 나선, 마우스피스로 곡을 불어본다. 나는 연습이 주로 기술적이기 보다는 음악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마우스피스로 립슬러를 하는 대신, 좋아하는 씨디를 틀고선 마치 내 손에 트럼펫이 들린 것마냥 한번 따라서 불어볼 것이다.


트럼펫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나팔을 집어 들자마자 곧바로 자기 소리가 잘 나는 날이 한번씩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날들은, 나팔을 집어 들면 마치 누가 솜 베개라도 벨에다 쑤셔넣은 것 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마우스피스로 연주할 때에는, 자기 소리가 답답한지 아닌지 들을 필요가 없다. 자동적으로 마우스피스 소리를 무시하고 자신이 진짜 바라는 소리를 떠올리기 시작하게 된다. 나는 하루에 적어도 15분에서 20분 정도는 이런 식으로 마우스피스를 불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서는 트럼펫으로도 같은 것을 하는데, 대부분 슬러로 처리하고, 센 텅잉은 피하려고 한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과 소리의 울림이다. 나는 악상들을 즉흥 연주로 풀어낼 때에도 굉장히 유동적이고 물 흐르는 듯한, 편한 종류의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즉, 억지로 힘을 넣지 않는다. 


마우스피스와 트럼펫으로 기본적인 연습을 마친 다음에는, 음역대를 강화시키기 위해 음계(스케일) 연습을 한다. 저음 파샵(F#)에서 시작해서 메조피아노~메조포르테 사이의 크기로 장조 (메이저 스케일) 한 옥타브를 연주한다. 그 다음 입술에서 마우스피스를 떼고, 다시 세팅을 잡고, 다시 똑같이 편안한 느낌으로 솔 음계(G 스케일)를 연주하고, 그 뒤엔 라 플랫 (Ab) 음계, 식으로 진행한다.


왜 굳이 마우스피스를 떼었다가 다시 세팅을 하느냐고? 한번 당신이 3옥 미 플랫 (Eb)은 꾸준하게 낼 수 있지만, 3옥 미(E)에는 문제가 있는 트럼펫 주자라고 해 보자. 미 플랫 스케일은 애를 쓰지 않고도 곧바로 나오는. 이럴 경우, 자신이 최고음을 찍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미 음계에서는, 아마 그 최고음 아래의 다른 음들도 대부분 완전히 조여져 있을 공산이 크다. 3옥 미에 닿기 한참 전에 – 미 음계의 파샵(F#)이나, 솔샵(G#), 라(A) 등에서 – 이미 긴장이 들어가있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얘기인가. 거기에 나오는 똑 같은 음정들을 레 음계(D 스케일)로 불고 있었다면, 3옥 레까지 완전히 힘을 뺀 상태로 쭉 갔을 텐데 말이다! 마우스피스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은, 각 음계의 느낌을 그 한 단계 아래의 음계와 일치시키기 위해서이다. 새롭게 다시 집중하고, 힘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날 그날의 음역대가 어디까지이든, 편안하게 느껴지는 범위 안에서 연습하라. 한계를 늘리겠다고 힘을 넣지 마라. 이상적으로는, 아주 편안한 느낌으로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일하러 가서 연주하다가 고음을 보고 긴장하기 시작하더라도, 연습 시에 힘을 빼던 기억이 떠오를 수 있도록.



출처: http://allthingstrumpet.com/technique/lew-soloff-on-warming-up/

번역: Jay Park / NoVA_j.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