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음악/듣는 것들

Acoustic Café (어쿠스틱 까페) 내한공연

J.5 2014. 4. 12. 01:25

군산 예술의 전당에서 어쿠스틱 까페의 내한공연을 보았다. 사실 이런 데에서 보게 될 줄 몰랐는데, '세렌디피티(serendipity)'랄까. 예기치 못한 놀람과 기쁨, 반가움이 교차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어쿠스틱 까페를 즐겨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그룹 자체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시피 했었다. 실은 공연을 보는 도중에도 이상하게 그런 실감이 없었고, 보고 난 지금도 그렇다. 그냥 내 머릿속엔 그들의 정체성이 음상으로만 존재한다고나 할까... (난 작품에 대한 관심과 인물에 대한 관심이 꽤 심하게 따로 노는것 같다.)


공연장 소리

군산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처음 본 공연이었는데, 소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츠루 노리히로가 바이올린의 활을 처음 긋는 그 순간에는 명징한 소리와 더불어 엄청나게 깊은 음장에 잠깐 섬칫했는데, 처음 뿐이었다. 끝까지 남아있던 느낌은 현장감 정도. 펑퍼짐한 밸런스와 과도한 울림, 오디오 쪽에서 소위 말하는 '멍청한 소리'에다가 섬세함과 airy함, 소릿결 등이 강조되는 중고역~고역쪽을 틔워놓은 듯한 소리. 각 악기의 바디(body)감을 살리지 못하고, 저역대는 풀려서 가끔 부밍이 일어나고... 단순히 크니까 어쩔 수 없는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 오히려 음질 차원에서는 소공연장의 단단한 소리가 더 마음에 든다.


어쿠스틱 까페

현장에서 보니 어쿠스틱 까페의 역할분담이 조금 더 명쾌하게 다가온다. 피아노가 페이싱을 마련하면, 그 위에 첼로가 중심을 떡하니 잡고, 바이올린은 기민하게 조연과 주연을 번갈아가면서 '리딩(leading) 악기'가 아닌 '리더'로서의 모습으로 전체를 완성시킨다. 대기와 땅, 물... 뭐 이렇게 세상을 완성시키는 조합?


3명이라는 긴밀한 사이로 이루어지는 호흡은 과연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게 했다. 하지만 공연을 통틀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연주의 변화였다. 시작부터 중간까지 어쿠스틱 까페가 보여준 연주는 서정성과 따스함을 감돌게 하는 '차분한 섬세함'이었다. 말하자면 완연히 일본적인 느낌 안쪽에서, 안전하게 머물러 있었달까. 그런데 이것이 후반 가서 어느순간, 확 하고 풀렸다. 앵콜곡을 포함한 후반의 4~5곡에서 그들의 감정이 진하게 흩뜨러지는 양상은 뭐랄까... '어라, 이건 한국 공연인데?;' 싶은 느낌. (좋은 쪽으로) 악명 높다는 이 나라의 공연문화가 사람들을 이렇게 만드는가 보다 하고 흐뭇해졌다. 어림짐작일 뿐이지만.


리더인 츠루씨가 공연 내내 어눌한 한국말로, 그것도 '군산'을 수차례 언급해가면서 진행을 한 것도 감동적이었다 (심지어 곡 도중의 장난스러운 멘트까지 한국말로!). 립 서비스도 풍성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그 성의...! 'Vivid' 라는 신곡을 소개하면서 세계 최초 공개라고 한 것도 뜻깊었고, 냉정히 말해서 지금의 군산은 그리 큰 시장이 아닌데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감명 깊었다.[각주:1] 도중에 한국 곡도 연주하고, 내한공연도 심심치 않게 하는 듯 하니, 정감가는 그룹이 아닐 수 없다.


앵콜 곡으로 '라스트 카니발'을 발표할 때의 폭발적인 반응과 희열, 반면 한켠에선 ('엇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왜 내가 이걸 잊고 있었지?') 싶은 약간의 의아함. 첫 앵콜곡이 끝나고, 검지를 위로 세워들고 눈을 동그랗게 뜨니까 다들 환호하던 순간... 검지손가락 하나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는 것 자체도 참 행복한 일이었다.


- 좋은 순간, 좋은 기억을 갖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


음악활동을 함에 있어서 참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팀이다.


p.s. 멤버 셋 중에 도드라져보였던 건 첼리스트 분. 의상도 인상도, 어쩌면 연주 스타일도?



  1. - 요즘 선거철이라고 유세활동 하고 있는 후보들의 번쩍 서비스랑 비교하면 더더욱... 참고로 이 날 공연 전에도 공연장 입구 앞에 각 후보 지지자들이 우루루 몰려나와서 각자 인사와 명함을 나눠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에휴... [본문으로]